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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는 무궁무진해요, 쿠팡은 생각을 조금 더 여세요

기묘한

2024.10.0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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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by 슝슝 (w/DALL-E) 

 

아래 글은 2024년 10월 2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파페치랑은 상관없어 보입니다

쿠팡이 명품 전문 앱. 'R.LUX'를 출시했습니다. 이름은 로켓(Rocket)과 럭셔리(Luxury)의 앞글자를 따서 지은 것인데요. 이 앱은 쿠팡의 메인 앱 내에 전문관 형태로 노출되면서도 별도 앱으로도 운영된다는 점이 주요 특징입니다. 이전에 쿠팡이 쿠팡이츠(음식 배달)와 쿠팡플레이(OTT 서비스)처럼 별도 앱을 운영한 적은 있지만, 커머스 분야에서 독립된 앱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는 쿠팡이 이번 럭셔리 서비스에 큰 기대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의미하죠.

 

쿠팡이 본격적으로 럭셔리 시장에 진출하면서, 과거 파페치 인수 건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파페치에서 얻은 경험과 명품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쿠팡이 온라인 명품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요. 게다가 현재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기존 명품 플랫폼들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쿠팡의 움직임은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보면, R.LUX는 명품 전반을 다루기보다는 럭셔리 뷰티 커머스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현재 취급하는 브랜드가 대부분 화장품에 국한되어 있거든요. 더군다나 파페치는 명품 부티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 모델인 반면, 쿠팡의 로켓배송은 직매입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두 서비스의 구조와 전략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번 R.LUX의 출시는 파페치 인수와는 관계없는 별개의 행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 이츠와도 결이 다르고요   

그렇다면 쿠팡이 R.LUX를 굳이 별도의 앱으로 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쿠팡은 그동안 철저히 성장 중심의 전략을 보여왔습니다. 현재 쿠팡의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는 소비력이 높은 3040 여성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이들이 가정 내 식료품과 생필품 구매를 전적으로 쿠팡에서 하도록 유도하여 1등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쿠팡의 주요 고객층에서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었던 남성 고객(스포츠 중계를 제공하는 쿠팡플레이)과 20대 고객(음식 배달을 중심으로 한 쿠팡이츠)을 공략해 이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유입시키려는 전략이었죠. 더 나아가 이 신규 서비스들을 와우 멤버십과 연동해 신규 고객들을 충성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기존 회원들에게는 추가적인 혜택으로 인식시켜 멤버십 유지와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쿠팡은 이제 고객을 새로 모으기보다는, 기존 고객이 다른 물건을 더 사게 만들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반면, 럭셔리 뷰티 시장 진출은 고객 외연 확장보다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실 쿠팡은 이미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었고, 새로운 고객 풀을 찾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2024년 8월 기준으로 쇼핑 앱에 한 번 이상 접속한 사용자 중, 쿠팡의 사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1.1%에 달하고요. 또한 주요 명품 커머스 플랫폼 이용자의 90% 이상이 같은 기간 쿠팡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따라서 이제 쿠팡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성장 전략은 기존 고객의 추가적인 지출을 유도하는 것뿐입니다. 이를 위해 쿠팡을 필수재만 구매하는 곳에서 가치재도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하지만 그동안 쿠팡이 패션, 뷰티, 럭셔리 등의 버티컬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들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별도 앱을 출시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고요. 이번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다른 카테고리에도 비슷한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로켓 말고 다른 건 없나요?

쿠팡이 이번 R.LUX를 차세대 성장을 이끌 핵심 서비스로 삼으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 보면 다소 아쉽습니다. 그동안 쿠팡이 버티컬 영역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이유는, 감성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에서도 너무 기능적인 논리로만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최저가와 빠른 배송 같은 기능적인 혜택은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에서는 큰 힘을 발휘했지만, 감성이 중요한 시장에서는 그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거죠.

 

R.LUX에서 쿠팡이 강조하고 있는 점들은 본사 정품 보장, 와우 회원 혜택, 그리고 여전히 로켓배송의 편리함입니다. 하지만 로켓배송만으로 고가의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매력으로 다가가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즉각적인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고, 뷰티컬리와 같은 경쟁자들에 비해 쿠팡만의 뚜렷한 강점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무료 선물 포장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쿠팡이 이전에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에서 보여줬던 강력한 차별성에 비해선 확실히 약하다고 느껴집니다.

 

그에 반해, 뷰티 분야의 경쟁자들은 고객만큼이나 중요한 파트너인 브랜드가 원하는 가치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 등 브랜딩 지원에 힘쓰며 브랜드와의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물론 쿠팡의 트래픽은 압도적이지만, 단순히 로켓배송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쿠팡 전체의 성장 엔진이 될 정도의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실제로 쿠팡의 롤모델로 여겨지는 아마존 역시 물류와 기술력으로 패션 시장에 지속적으로 도전해 왔지만, 지금까지도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는데요. 쿠팡이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생각을 열고, 로켓배송 이외의 다른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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