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의 마케터의 시선

농심, 풀무원 비건 시장 맞대결

이은영

2022.12.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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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Vegan)의 확산 

 

채식주의, 비건 관련된 운동은 지난 20년동안 꾸준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비건 운동이란 동물성에서 유래한 식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진출처: 매일경제)  

 

 

비거니즘은 초반에는 축산업으로 인해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하다는 위기론에 따라 주로 건강개선, 동물 보호로 실천되었지만 현재는 환경보호와 ESG까지 명분이 붙으면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한국 전국한우협회 정책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13.6kg입니다. 1kg의 소고기가 생산 운반되어 식탁에 놓이기까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환산량이 99kg이라고 할 때,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로 인해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은 평균 1,346.4kg에 이릅니다.  

 

또 이 수치를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에 비유해 환산해보자면, 1년간 개인 육류 소비는 자동차 9,582km를 달리는 것과 같다고 하네요 (참고로, 자동차 1대가 1km 운행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기준 140.5g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소고기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치들은 자연스럽게  채식주의, 비거니즘 운동의 확산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채식인구는 250만명 정도 됩니다. 2008년 15만명과 비교해봤을 때 13년만에 15배나 증가했죠. 이에 따라 2020년 6월에는 서울교육청이 최초로 급식에서 ‘채식 선택제’를 도입하기도 했구요.  

 

국방부에서도 2020년에 군대 급식에서 육류 대신에 과일이나 두부를, 우유 대신 두유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군대의 경우 규정은 있지만 실제 채식식단을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해당 식단 제공을 위해 조리병의 취사교육, 조리시설 인력 추가로 확보할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와 관련되는 국내 인식의 변화는 긍정적입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도 비건층의 성장에 따라 다양한 제품 개발, 출시가 한창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건강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맛, 품질을 올리는데 집중하면서 채식 제품 라인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일례로 CJ 제일제당의 경우 식물성 원료인 콩단백질을 이용해 쇠고기 향미를 구현한 비건 다시다를 출시했고, 신세계푸드는 작년 7월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했습니다.  

 

 

  

 

(사진출처: 아시아타임, CJ제일제당의 비건다시다) 

 

 

신세계 푸드는 이어 올해 7월 대두단백, 식이섬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캔 햄인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을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7월에는 국내 최초 식물성 정육 델리를 컨셉으로 하는 ‘더 베러’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기도 했죠.  

 

 

 

국내 대표 식품업체 풀무원 VS 농심의 비건 대결 

 

[1] 한식, 양식 레스토랑으로의 차별화  

 

자, 그러면 국내 대표적인 식품 기업 2곳인 풀무원, 농심은 어떠한 행보를 보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풀무원과 농심은 지난 5월 나란히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했습니다. 이들이 레스토랑을 오픈한 것은 가치소비트렌드에 발맞춰 비건 열풍이 불자 젊은 비건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각각 코엑스와 잠실에 음식점을 열게 되었죠.  

 

우선 풀무원의 경우 지난 5월 20일 코엑스 지하1층에 ‘플랜튜드 1호점’을 오픈했습니다. 플랜튜드 1호점은 국내 식품 대기업이 운영하는 첫번째 비건 레스토랑으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사진출처: 이뉴스투데이, 플랜튜드 1호점 )  

 

 

풀무원의 플랜튜드는 농심과 달리 ‘비건 표준 인증원’을 통해 비건 레스토랑으로 인증을 받은게 특징입니다. 

 

이 음식점은 풀무원의 식물성 단백질,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메뉴로 플랜트 소이 불고기 덮밥, 두부카츠 채소덮밥, 트리플 감태 화이트 떡볶이 등 한식기반의 퓨전 음식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편 농심은 5월 27일 잠실 롯데월드몰에 ‘포리스트 키친’을 오픈했는데요.  

 

 

  

 

(사진출처: 농심, 포리스트 키친 외부)  

 

 

이 레스토랑은 풀무원과 달리 양식을 기반으로 한 파인다이닝을 선보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미슐랭 1,2스타 쉐프를 고용해 코스 중심의 메뉴를 구성했는데요. 

 

포리스트 키친의 런치코스는 7종 디쉬를 선보이면서 인당 55,000원 가격을 책정했고, 디너 코스는 10종 디쉬를 선보이면서 인당 77,000원의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비건 라인업

 

레스토랑 외에 풀무원과 농심의  추가적인 비건 관련 제품 라인업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풀무원은 작년 3월 ‘식물성 지향 선도 기업’이라고 선언을 한 이후 꾸준히 식물성 대체육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8월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인 ‘지구식단’을 론칭하기도 했고, 풀무원의 생활서비스 전문 기업인 풀무원 푸드앤컬처를 통해 자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록 휴게소 7곳에 식물성 특화 메뉴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두부면 토마토 파스타, 콩불고기 보리비빔밥, 임실치즈 식물성 불고기 철판 볶음밥 등이 대체육과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진 휴게소에서 판매되는 음식입니다. 

 

농심은 2021년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인 ‘베지가든’을 론칭했고, 꾸준한 홍보 마케팅을 통해 올해는 해당 브랜드 매출 100억원 돌파가 예상됩니다.  

 

베지가든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 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로서 하위 40여종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소스, 조미료도 선보이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사골맛 분말, 샐러드 소스, 카레 등의 소스 양념류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크게 3가지를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1] 농심과 풀무원의 전략  

 

일단 국내 식품 대기업 농심, 풀무원의 레스토랑을 전략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이들은 코엑스, 잠실에 각각 한식기반, 양식 기반 음식점을 선보였는데요. 이들이 레스토랑을 오픈한 데에는 전략적 차이가 있습니다.  

 

풀무원은 비건표준인증원을 통해 1차 원료, 식자재 뿐 아니라 주방설비, 식기, 조리 도구 등 매장내 조리환경까지 엄격하게 ‘인증’을 받은 것을 내걸어서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농심은 파인 다이닝 방식으로 미슐랭 1,2스타 셰프 고용을 통해 기존의 햄버거, 파스타와 같은 제품이 아닌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전략을 펼친다는데 차이점이 있죠. 

 

또한 풀무원은 플랜튜드 레스토랑을 기반으로 고객들이 많이 찾는 메뉴, 반응 등을 데이터화 하여 기존에 운영하는 외식 사업장에 플랜튜드 운영 노하우를 접목시키려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농심은 포리스트키친을 오픈한 것이 풀무원과 같아  외식사업과의 연관성 보다는 기존의 ‘베지가든’ 대체육 사업 활성화의 목적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2] 비건식품과 대체육은 지속 성장할까?  

 

  

 

(사진출처: 인사이트코리아) 

 

 

두번째로 생각해볼 이야기는 그동안 대체육, 비건식품이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고 성장했지만, 그 성장세는 예년만 못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대체육 스타트업 하면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드를 떠올리는데요. 이들은 패티, 소시지 등을 생산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중 비욘드 미트는 지난 2009년에 설립해 동물복지, 환경 보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빌게이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같은 거물도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3년 전에는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만, 주가가 2019년 5월 235달러까지 고점을 찍은 뒤 현재 15달러로 무려 80%이상 폭락하게 됩니다. 

 

더불어 지난 7월에는 직원 4% 인원 감축을 발표한데 이어 10월에도 전체 인력의 19%인 2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비욘드 미트의 이같은 행보는 매출은 정체된 데에 비해 적자가 심화하는데 따른 조처입니다. 지난 2분기 비욘드 미트의 실적을 보면 9,71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1,970만 달러) 약 4.9배에 해당하는 손실입니다. 

 

한편 비욘드 미트의 경쟁사인 임파서블 푸드도 최근 인력을 6% 해고했습니다. 이렇게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푸드가 위기를 맞고 있는 이유는 ‘대체육 붐’이 생각보다 폭발적이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미국의 대체육 시장이 2019년, 2020년에 각각 19%, 45%씩 성장세를 보이다가 2021년에는 0%로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인플레이션, 물가인상 환경 기조 속에서 저렴하지 않은 물가로 인해 대체육 보다는 동물성 단백질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겁니다. 여기에 더해 전문가의 의견들도 ‘소비자 취향이 하룻밤 사이에 바뀌지 않는다’는 내용도 중요한 포인트라 보여집니다.  

 

가치소비, 환경보호 차원에서 대체육을 먹지만 오랜시간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한 사람들이 한순간에 취향을 완벽하게 식물성으로 바꾸는 건 사실 쉽지는 않기 때문이죠. 

 

 

[3] 식량 안보 이슈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문제는 대체육 산업의 성장은 결국 식량안보문제와 연관되어 장기적으로는 성장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국만 하더라도 육류 자급률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농식품부의 발표를 보면 1인당 육류 소비는 1975년 6.4kg 에서 2020년 52.5kg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반면 육류 자급률은 75년 당시에는 100%였지만, 2020년에는 68.9%로 떨어지다보니 수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렇게 자급률이 떨어지고 대외 의존도가 높아지면 식량안보위기로 갈 수 있는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체육의 성장과 국내 소비의 변화도 서서히 일어나야겠죠. 네델란드의 경우에는 대체육이 실제 육류보다 가격이 저렴해졌고, 일부 달걀 대체품도 동물성 계란과 가격이 동일해졌습니다. 규모의 경제로 인해 생산단가가 떨어진데 기인합니다.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21년 151억원 규모로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35%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볼 때 앞으로도 눈여겨 봐야 할 시장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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