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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은 왜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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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서 기회가 적은 것은 아니다

그것을 볼 줄 아는 눈과 붙잡을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기회는 가만히 있는 것뿐이다

 톨스토이

디올이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연 이유가 궁금하다면 김딴짓의 글 요약

1. 코로나 이후 MZ 세대의 명품 구매력은 눈에 띄게 강해졌습니다.

2.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파악하고 이들이 원하는 일을 해결하는 게 브랜드 경험입니다.

3.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정말 강합니다. 그들에게 좋은 공간을 주는 건 매우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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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5년 만에 열린 국내 명품 패션쇼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황광희 님이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유재석, 비, 이효리의 혼성그룹 ‘싹쓰리’ 매니저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때 입고 나온 명품 옷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글의 주제인 ‘크리스찬 디올’입니다. 블랙핑크의 지수, 배우 남주혁 등 유명 연예인들이 엠버서더로 활동하는 브랜드입니다. 세계를 주름잡는 명품 브랜드가 갑자기 4월 30일,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열었습니다. 2007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된 ‘60주년 기념 아시아퍼시픽 패션쇼’ 이후 15년 만에 개최된 디올 패션쇼를 보면서 질문이 생겼습니다. 

왜 ‘디올’은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열었을까? 지금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MZ 세대 명품 구매력은 강합니다

재택근무, 영상 회의 등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는 참 많습니다. 이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명품 구매량입니다. 롯데멤버스가 발간한 ‘라임(Lime) 명품 소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18~19년에 대비 2020~21년 명품 구매량이 23% 증가했다고 나옵니다.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여준 연령대가 바로 20~30대입니다. 20대는 무려 70.1%, 30대는 54.8% 상승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 등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명품에 대한 보복 소비가 늘었는데 그중에서도 MZ 세대의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겁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트렌비, 머스트잇, 발란 등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 규모는 21년 대비 11% 성장한 약 1조 594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성장한 이유는 뭘까요? 명품 매장을 가야 되는 불편함을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에 있는 명품 브랜드는 카페처럼 들어가기 쉬운 분위기는 아닙니다. 명품을 구매하도록 하려면 들어오도록 해야 하는데 입장부터 허들이 생기는 거죠. 반면 온라인은 이런 불편함이 없습니다. 언제든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건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언제든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이 MZ 세대의 명품 구매력이 상승시킨 거죠. 

디올은 이런 시대 흐름을 포착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MZ 세대의 대표인 대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패션쇼를 준비했습니다. 어떻게 준비했을까요? 첫 번째, 셀럽이나 유명인들 위주로 참여했던 패션쇼의 허들을 과감하게 낮춥니다. 이화여대는 4월 22일 학교 인스타그램에 기습적으로 패션쇼를 관람할 인원 1,0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했습니다. 사전 초대를 받은 사람만 오는 패션쇼가 아닌 이화여대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올 수 있는 패션쇼로 만든 겁니다. 두 번째, 열려있는 공간을 이용해 누구라도 직간접적으로 패션쇼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디올 패션쇼는 이화여대 ECC 밸리에서 진행됐습니다. 이화여대를 가본 분이라면 알겠지만 ECC는 오픈 된 공간입니다. 엄청 큰 벽을 세우지 않는 이상 가릴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왜 ECC 밸리였을까요? MZ 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통을 보여준 게 아닐까요? 소수, 선택받은 사람을 위한 명품이 아닌 대중을 위한 명품, 소통하는 명품으로 포지셔닝을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디올은 점점 강해지는 MZ 세대의 구매력, 그리고 한국 젊은 여성들의 힘을 알아본 겁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은 브랜드 경험을 전달합니다

<브랜드 경험 디자인 바이블>(대런 콜먼/유엑스 리뷰)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고객 대신 이해관계자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A라는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만이 브랜드 경험을 하는 게 아닌 파트너, 내부 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브랜드를 경험한다고 기록합니다. 그래서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일을 해결해 주는 게 브랜드 경험의 핵심이라고 말하죠. 디올은 패션쇼를 기획하면서 이화여대 학생, 관계자들이 원하는 어떤 일을 해결하려 했을까요? 

이화여대 김은미 총장은 디올 패션쇼를 통해 ‘이화 구성원으로 자부심을 고취하며 이화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에 알릴 계기가 되기라는 판단하에 개최를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답 속에서 두 가지 원하는 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이화여대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 두 번째, 이화여대라는 브랜드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디올은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며 두 가지 일 모두를 해결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디올이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열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화여대 학생,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게 됐을 겁니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지인에게 패션쇼 개최에 대해 질문을 던졌는데 ‘좋은 쪽으로 생각해요. 대학교를 알릴 수 있고, 이화여대 재학생, 졸업생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패션쇼를 총괄한 치우리 디렉터는 초록색 이화여대 과잠을 입고 인사를 했습니다. 과잠 하나 입은 걸로 엄청난 자부심을 안겨줬다고 생각합니다. 디올 패션쇼 총괄 디렉터가 과잠을 입는 순간 디올과 이화여대 학생은 ‘연대’가 이뤄집니다. 한 마디로 연결이 되는 겁니다.

또한 디올이 한국 대학교에서 패션쇼를 열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화여대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집니다. 현재 저는 논산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논산에 건양대학교가 있습니다. 인구 11만의 도시 대학에서도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이 캠퍼스를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 관계자의 말을 들으니 해외 유명 대학의 학생들이 교환학생으로 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화여대는 어떨까요? 이번 패션쇼를 통해 이화여대는 세계에 이화라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게 됐고, 더 많은 외국 학생이 이화여대로 교류하러 오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이화여대 학생들이 외국 여러 대학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수 있겠죠. 디올은 이 과정으로 어떤 브랜드 경험을 가져갔을까요? 대학교와 적극적인 파트너십으로 고객을 만들어 낼 줄 아는 브랜드. 적극적 소통을 하는 가깝고 친근한 브랜드. MZ 세대를 애정하고 이들에게 다가가길 원하는 브랜드. 이런 브랜드 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사용합니다

디올이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연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한국 문화가 가진 영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강력합니다. 글로벌한 팬덤을 가진 BTS를 비롯해,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윤여정 배우, 아카데미 작품상의 기생충, 넷플릭스의 킹덤, DP 그리고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기와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나오는 문화와 콘텐츠가 연일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의 영향력을 아는 디올은 성수동에 콘셉트 스토어 ‘디올 성수’를 만들었습니다. 좋은 공간을 제공함으로 한국이 가진 문화의 영향력과 시너지를 기대하는 겁니다.

디올 성수는 파리 몽테인가 30에 위치한 디올 최초의 부티크 외관을 그대로 따왔다고 합니다. 디올 성수를 찾는 사람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외관을 보며 마치 파리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빠르게 방문하고 온 사람들의 피드백을 확인하니 통창, 꽃과 나무의 인테리어를 보며 도심 속 온실 같다고 합니다. 좋은 공간이 주는 힘을 알고 있는 겁니다. 좋은 공간일수록 사람들은 찾아오고,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디올 성수는 공간의 타깃을 명확하게 했습니다. 바로 ‘여성’입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의류와 스니커즈 등 주요 제품은 여성 컬렉션이라고 합니다. 이화여대와 연결되는 지점이 보이신가요? 피에르트 베카리 디올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디올은 올해 한국과 굳건한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자 한다. 창조적 소통과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올 회장의 말에서 우리는 디올이 왜 공간을 만들고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화여자 대학교에서 패션쇼를 열며 지금까지와 다른 창조적 소통을 하려는 겁니다. 한국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삼고 디올의 문화를 확장하는 겁니다. 옷은 나를 나타내는 아주 중요한 수단입니다. 옷에는 개인과 시대의 문화가 담깁니다. 디올은 패션쇼를 열고, 공간을 기획하고 제공함으로써 한국 문화 중심에 있는 20~30대 여성을 끌어들이고 한국 문화의 영향력과 전파력을 기대하는 겁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디올이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올이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연 이유

지금까지 3가지 이유로 디올이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연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첫째, MZ 세대의 명품 구매력 강화, 둘째,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원하는 일을 해결해 주며 핵심 브랜드 경험을 전달, 마지막 셋째,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사용. 제가 정리한 3가지 이유가 정답은 아닙니다. 아예 다른 이유로 패션쇼를 열고 공간을 오픈했을 수 있습니다. 디올의 패션쇼 개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명품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 디올에 대해서 글을 쓰게 만들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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