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와 입문자에게 보내는 편지
이런 분이 UX 기획자에 맞습니다
1. 선택과 판단을 내리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나?
- 저는 여행을 스스로 플랜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조금 성가실지 몰라도 내가 선택하고 플랜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대게 독립적인 분들이 이 일에 맞고, 선택이나 결정을 내릴 수 있으려면 공부와 경험을 많이 쌓아야 선택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끊임없는 INPUT(인풋) 과정이 끊임없이 따라주어야 하는 일이라 우유부단하지 않는 분들이 이쪽 일에 적합하십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선택지는 줄이세요.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주거 버그를 보면 옷이 단출해 보이며 특히 스티브 잡스는 젠 불교의 사상을 따르는 미니멀리스트입니다. 왜 이런 것일까요? 최대한 선택지를 줄이는 것이겠지요. 우리들은 뇌를 활용하고 사는 지식 노동자입니다. 이미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선택을 내릴 일들이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을 좋아하는 성향이어도 일에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사적인 부분은 되도록 프로세스를 줄이는 것입니다. 옷을 교복화? 유니폼화 하면 고민할 것 없어지니 말입니다.
2. 늘 더 나아지기를 원하십니까?
- 개인적인 성장 의욕이 다분한 사람이라면
공부하십시오. 공부밖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것이에요. 저는 지식공유 활동을 하면서 다시 UX를 확인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점은, 공부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에요. 물론, 돈을 번다는 구실로 실전 경험은 쌓고 늘 나름대로 성찰은 하고, 경험을 쌓아 올리고 있었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았습니다. 공부라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고, 팟캐스트를 듣는 행동에 그치지 않습니다. 영어를 익힐 때를 돌이켜보세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분명히 영어 문법과 리딩을 배웠습니다. 리스닝도 배웠습니다. 하지만, 스피킹과 라이팅을 트레이닝해본 적은 잘 없고, 따라서 해외에 나가면 실전 회화 능력이 떨어집니다.
왜 뜬금없이 스피킹과 라이팅을 말하냐고요? 공부의 완성은 스피킹과 라이팅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읽은 건 의미가 없어요. 안 읽은 것보다 약간 나은 정도라고 봅니다. 더불어 호기심은 성장과 이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늘 어떤 사물에 인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호기심이 많으면 질문도 자연스레 많아지고 아는 것이 많아질 것입니다. 질문을 안 하도록 훈련받아 온 것 같아요. 한국 교육 분위기가 그렇잖아요. 그렇지만 이런 부분은 다소 이기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을 당하는 상대도 내가 질문한 내용에 답하면서 그 개념이나 프로세스, 상황에 대해 스스로 공부되고 있을 거예요.
다소 주관적이고 애매모호한 부분이라면 대화를 나누며 합의하는 방법을 알고 해결책을 얻을 수도 있을 거예요. 내 질문에 대답을 잘할 수 없는 상사라면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있을 필요 없는 사람인 거예요. 우리가 상사를 존중하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는 아닐 거예요. 단순히 의전을 해야 하는 상대는 아닐 것이에요. 때로는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질문에 대답하기 귀찮아하는 사람이요. 사실 이런 사람은 공익과 회사 전체의 발전에 가장 해가 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질문을 했다가 외면받는 것은 절대 무서워하지 마세요.
-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내가 속한 환경이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편이세요?
불평불만으로 발전되지 않는다면, 늘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는 습관을 가져 볼 필요가 있으세요. 길 찾기 서비스를 확인하면, 최적의 루트가 검색이 되고 추천이 됩니다. "효율성"을 따져보는 것이죠. 이런 프로세스는 이상한데? 왜 보안이 뚫렸지? 한 단계 더 필요하겠군 같은? 늘 고민해주세요. 원래 이 부분은 저도 순응형이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직업이 사람 성격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잖아요. 어느새 저도 달라져있더군요.
3. 저는 리더십이 없습니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1시간 분량의 세미나를 열었을 때, 어떤 분이 물어보셨습니다. 리더십이 선천적으로 없는데 이쪽 일이 계속 맞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하셨죠. 아시다시피,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나면 PM이나 PL의 역할이 주어질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PM이나 PL이 더 책임감이 있고 스트레스 강도가 강해지고, 리더십 역량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기에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죠.
그러나 피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추후 PM을 안 하시더라도 일반적으로 기획을 한 내용이 디자인과 개발 과정을 거쳐 검수하는 검증 단계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획자는 업무 속성상 리더에 가깝습니다. 물론, 개발 내용을 제일 잘 아는 개발자가 리더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기획자가 리딩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피하지 마시고 정면 승부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개인 사정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경우가 아니라 에너지 뿜 뿜 할 때 한 발짝 다 가보시길! 아무래도 그런 성향이 아니라면 "도전"하셔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UX는 무엇인가?
UX란 무엇일까요? 그동안 티칭을 위해 지식 나눔의 현장에서는 스타벅스의 예시를 많이 들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그랬을 것 같고요. 그만큼 적절한 예시는 있을 수 없다~! 이런 느낌이고요. 개인적으로 UX를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스타벅스의 사용자 경험과 휴먼 팩터로 입학시험을 치러 입학에 성공한 적도 있습니다. 채택 이유는 "누구나가 납득할 수 있는 좋은 예다"이런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이렌 오더와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안의 인테리어나 그 모든 것들을 예로 들기에 좋았거든요. 서비스 사용 전, 중, 후로 나누기에도 명확했습니다. 그렇지만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줄 알고 스타벅스에 열광하는 사람들 범위 안에서는, UX를 하겠다고 결심한 분들께는 좋은 예시였죠.
최근에는 이것도 대중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했어요. 스타벅스가 인기 있는 브랜드라고 말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방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더 폭넓은? 대상을 타깃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예시를 찾다가 “정리정돈”이 예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 정돈이나 청소, 때로는 인테리어요. 보통 서비스 리뉴얼을 위해 화면이나 메뉴, 용어 정리가 필요합니다. 보통은 디자인, 그러니까 설계하는 일이라고 하면 무언가를 더하고 화려한 것을 연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디자인(=설계)이란 가지고 있는 것에서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물건 배치를 최적화할 수 있는 가구를 들여와 집 안의 혹은 어떤 공간 안의 동선과 이용을 편리하게 만드는 일인 것이죠.
사용자 경험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사이트가 필요하고 관찰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인사이트는 단순히 창의력 좋은 1인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죠. 인문학, 컴퓨터, 디자인, 심리학,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생태계, 트렌드,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관점 등 폭이 굉장히 넓습니다. 따라서 UX 디자이너 혹은 UX기획자라고 불리오는 이 파트가 단순히 디자인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 요소만 요구하는 회사는 UX 디자인에 대한 이해력이 낮아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