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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도 요약하는 숏폼 콘텐츠 전성시대, 과연 득일까?

콘텐타

2021.02.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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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미디어 소비 방식이 가볍게 즐기면서 소비하는 형태, 일명 스낵 컬쳐(Snack Culture)로 변화하면서 짧은 길이의 ‘경제적인’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짧은 길이의 콘텐츠는 유튜브(YouTube), 틱톡(TikTok)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만 화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요약봇’ 서비스도 장문의 기사를 경제적으로 소비하려는 바쁜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네이버와 다음이 2017년 선보인 요약봇 서비스는 신문, 방송, 통신사의 뉴스를 약 3문장의 단문으로 요약해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서비스 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기사의 중심 내용을 압축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죠.

 

 


 

<네이버가 제공하는 요약봇 기능>

 

 

나아가 네이버는 작년 7월 요약된 주요 기사를 읽어주는 ‘보이스 뉴스’ 기능을 새롭게 런칭하기도 했습니다. 음성 합성 기술(HDTS)를 이용한 이 기능은 고도화된 자연어 처리 엔진으로 언론사의 주요 기사 본문을 분석해 주요 단어 위주로 기사를 요약해 읽어주죠.

 

요약봇 서비스의 강점은 다른 숏폼(Short-form)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탁월한 경제성입니다. 독자는 자동 요약 기능을 이용해 뉴스 기사를 읽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기사를 접할 수 있지요. 요약봇의 등장은 성장기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자라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스마트폰 세대’ Z세대의 긴 글 공포증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약봇의 경제성과 편리함만을 보고 인공지능이 간추린 요약글을 무비판적인 태도로 수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자동 요약 기능은 본래 장문 형식이었던 콘텐츠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세 문장 정도의 숏폼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이라 할 지라도 육하원칙에 따라 기술된 뉴스 기사를 세 문장으로 축약하는 것에는 상당한 왜곡의 여지가 있죠.

 

특히 기획기사, 연재, 칼럼과 같이 유익한 정보를 담아 작성되는 피처 기사(Feature Story)의 경우, 자동화 알고리즘으로 전체 글을 명료하게 간추리기 어렵습니다. 원문의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추출 요약 방식이라고 할지라도 요약봇이 기사를 간추리다 보면 언론사가 편집하고자 하는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기사의 내용이 재편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이유로 언론사에서는 포털 사이트의 요약봇 서비스가 뉴스 생산자들의 편집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비치고 있습니다. 편집권은 외부 세력에 대한 언론 조직과 언론사 내 편집 종사자들의 자율성을 뜻하는데요. 언론사가 편집권의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온 만큼 언론사의 편집권은 언론자유의 핵심으로 꼽힙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공정하게 요약을 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사가 의도한 기사의 방향과 다른 요약문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편집권 침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언론사의 주장입니다.

 

 

 

우리는 짧고 강렬한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 정말 그야말로 ‘숏폼 콘텐츠 전성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누구든 손쉽고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경제성’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경쟁력’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많은 정보가 아닌 가치 있는 정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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