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답시대에 Z세대가 나타났다

Z세대 엄빠는 X세대

심두보

2020.08.0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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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는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X세대만큼 시대의 주목을 받은 세대는 없었다.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보다도 더 대중의 주목을 받은 X세대는 당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X세대는 디지털 이주민이라고도 불린다. 오프라인 중심의 네트워크가 인터넷으로 옮겨가고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시대에 X세대는 젊은 한때를 보냈다. X세대는 이런 변화의 한 복판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X세대는 디지털에 익숙한 한편, 아날로그 시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X세대는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분된다. 개인주의, 개성, 일과 삶의 균형 등 진보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은 지금의 Z세대와 통하는 구석이 있다.

 

다만 회색지대처럼 X세대의 특징은 칼로 무 썰듯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다. X라는 표현도 이로부터 비롯됐다.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크풀랜드(Douglas Coupland)는 1991년 출간한 소설 에서 처음 이 표현을 세상에 드러냈다. 그는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다르지만 마땅히 한마디로 정의할 용어가 없다는 뜻으로 X를 붙였다.

 

우리나라에선 X세대가 조금은 부정적인 단어로 사용됐다. 청소년들의 과소비 향락문화가 '오렌지족'이란 단어로 표현되었고, 이는 X세대와 이미지적으로 연결됐다. X세대의 문화는 마치 이해하기 난해한 무언가로 이야기되었다. 그러다가 1993년 아모레 화장품이 X세대를 겨냥한 광고를 만들었다. 남성 하장품 광고였다. 이 광고엔 당시 청춘스타였던 이병헌과 김원준이 출연했다. 이 광고는 X세대가 사회 전반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폭제가 됐다.

 

우리나라 X세대는 청소년기에 6.29 민주화 항쟁을 경험했다. 또 독재와 군부 체제에서 민주화로 정치 세력이 이동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더불어 경제 성장의 수혜를 맛보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경험은 자유,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의 가치가 이들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는 계기였다. 통제되던 대중문화는 조금씩 자유로워졌고, 이는 이전 세대와 X세대 간 문화적 이질감을 형성했다.

 

디지털 이주민과 디지털 네이티브

 

X세대가 디지털 이주민이라면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마치 미국 이민 1세대와 2세대를 보는 듯하다. 이민 1세대와 2세대를 생각해보자. 1세대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영어를 제2 외국어로 쓴다. 2세대는 영어를 제1언어로, 그리고 한국어를 제2언어로 쓴다. 두 세대는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지만, 또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1세대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2세대는 미국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X세대가 체득한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개성 등에 대한 경험이 다소 이론적이라면, Z세대는 이 가치를 몸소 행한다. X세대가 재벌의 행태를 비난하면서도 이해하는 것과 달리 Z세대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정의롭지 못한 행동은 안된다고 여긴다. X세대가 개성을 강조하면서도 유행하는 옷을 다 같이 사 입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인 반면, Z세대는 더 다양한 개성을 추구한다. 물론 또래집단에 나타나는 유행 휩쓸림 현상은 있지만, 그 정도가 X세대에 비해선 약하다. X세대는 기업 논리에 잘 따르며, 또 한편으로 기업 집단 내 적응 문제를 외면한다. 그러나 Z세대는 기업 상사일지라도 같은 피고용자나 동급으로 인식한다. 돈은 돈, 직급은 직급일 뿐이다.

 

X + Z =?

 

X세대의 경험은 어린 Z세대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다. Z세대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X세대의 경험을 간접 경험한다. 이를테면 X세대에게 익숙한 콘텐츠를 Z세대는 쉽게 접한다. 미디어는 과거의 콘텐츠를 살려 유튜브에 유통하기 시작했다. 죽은 줄 알았던 콘텐츠는 많은 시니어의 향수를 불러일으켰으며, B급 정서를 찾는 Z세대에겐 흥미로운 대상이 됐다.

 

사회의 주축인 X세대와 신흥 소비 세력인 Z세대의 콤비는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 사회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집단으로 활동할 것이다. X세대를 엄마와 아빠로 둔 Z세대를 이해하는 일은 X세대가 다니는 회사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부모가 자식을 배워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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