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드폴리오의 매거진

수정요청 잘 전달하는 방법

비드폴리오

2020.03.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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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제작사가 가장 싫어하는 고객은 지시사항을 번복하는 사람이고, 가장 어려워하는 고객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피드백을 하지 않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한 번 맞춰봐”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작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무엇을 제공하든 마음에 안 든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우선 결정해야 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제작사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고객의 역할은 돈을 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만든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주면 좋겠지만, ‘의중파악능력’이 뛰어난 제작사는 많지 않습니다. 내가 찰떡같이 말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어떤 제작사를 만나더라도 100% 안전납품될 수 있습니다.

 

한 프로젝트에 100시간이 소요된다고 가정했을 때, 모든 시간을 제작에 쓰진 않습니다. 제작에는 50, 커뮤니케이션에 50을 씁니다. 이 말은 고객도 50의 시간을 커뮤니케이션에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총 150시간.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가 예산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고객의 말에 150시간의 운명이 달렸습니다. 좋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진 고객과 일할 때는 150시간이 100시간으로 줄기도,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부족한 고객과 일할 때에는 300시간으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효율적으로 제작하는 것, 제작사의 한계를 이끌어내는 것, 다른 고객보다 더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받아내는 것 모두 고객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달린 일입니다. 고객의 말에 프로젝트의 성패가 달렸습니다.

 

 

| 실무자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나요?

 

실무자가 곧 결정권자라면 제작과정은 원활해질 것이고, 실무자와 결정권자의 거리가 멀다면 어려워질 것입니다.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이를 ‘결정권 일원화’라 합니다.

 

대리의 1차 수정, 과장의 2차 수정, 부장의 3차 수정의견이 모두 다르게 전달되었다면 이건 분명 발주자의 문제입니다. 결정권 일원화가 되지 못한다면 작업시간은 150시간에서 300시간으로 늘어납니다. 좋은 광고주가 되기 위한 첫 단추는 조직 내의 의사결정 구조부터 만드는 것입니다.

 

실무자와 결정권자의 거리가 멀다면 지시사항이 일관되지 못할 수 밖에 없고, 제작과정과 제작시간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수백~수천에 달하는 비용에 대해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사람, 제작된 결과물의 활용을 통해 성과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영상발주 담당자로 배정되어야 합니다.

 

 

| 생각 정리의 틀

 

제작계획안이나 1차버전을 받게 되면 수많은 생각과 의견이 떠오를 것입니다. 설렘, 놀람, 의아함, 실망스러움 등 온갖 감정이 뒤섞여 소용돌이 칠 것입니다. 혼잡한 머릿속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일련의 구분법이나 생각의 틀을 마련하세요. 예를 들자면…

 

비드폴리오는 고객의 요청사항을 프로젝트 공고로 작성해드리며 일을 시작합니다. 이 때 크게 4가지 접근방법(참고영상기반, 목적우선, 메시지우선, 예산우선)을 사용하는데, 수정사항을 청구할 때에도 이 접근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관련 내용 : 영상발주의 4가지 접근방법)

 

많은 의견을 일련의 순서에 맞춰 정렬할 수 있습니다. 모든 프로젝트는 [전략 > 기획 > 연출 > 제작]의 순서를 따르기에 이 네가지 구분에 맞춰서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의 의견이 전략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것인지, 기획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함을 지적하는 것인지, 연출의 방법과 구성에 대한 것인지, 스타일과 색감 등 제작기술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것인지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만큼 잘되고 있는 점을 짚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잘되고 있는 점을 짚어주어야 업체 측에서 바뀌어야 하는 것과 지켜져야 하는 것을 구분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의견의 중요도 분류

 

의견을 수렴하고 정리했다면 각 의견마다의 중요도를 표기해야 합니다. 우리의 예산은 한정적이고 시간은 부족합니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요청사항을 [필수수정 / 욕심수정]으로 구분해서 전달하면 제작사는 수행계획을 세우기 좋습니다. 필수수정이라면 제작사 측에서 얼만큼의 시간이나 노력이 들어가는지와 상관없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욕심수정은 대세에 지장은 없지만 퀄리티를 높이고 고객의 취향을 맞추기 위한 부분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때 반영되면 좋은 사항들입니다.

 

필수수정은 다음과 같은 강력한 어조로 전달해야 합니다.

 

“회사의 브랜드 콘셉과 완전히 어긋나므로 제거되거나 수정되어야 함”

“기획안의 내용과 다름. 기획안의 내용대로 구현하길 바람”

 

욕심수정은 다음과 같이 전달할 수 있습니다.

 

“대세에 지장은 없으나 반영되었으면 좋겠음”

“스타일과 취향의 차이기 때문에 구현이 어렵지 않다면 반영해주시고, 작업량이 너무 많아진다면 무시해주세요”

 

 

| 맺음말 1 :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방식

 

이 글은 <수정사항 요청방식의 정석>을 정립하기 위해 쓰여진 글이 아닙니다. 제작경험이 전무해 콘텐츠 발주자로서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에게 최소한의 예시를 제공하기 위해 쓰여졌습니다.

 

실제로는 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있음에도 모든 유형과 구체적인 상황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장르적 특성에 따라, 제작사의 선호방법에 따라, 고객의 요청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더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필수수정/욕심수정]으로 구분해 전달하는 방식은 상명하복의 지시-수용적인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만 발생하는 유형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제작초기에는 상상력을 동원해 아이디어를 확장시키는 브레인 스토밍 회의를 거치지만, 제작후기에는 실행가능한 방법을 좁히는 회의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흔하지 않은 경우지만 제작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실시간 피드백을 받았고, 20시간의 작업시간 동안 16차 납품을 한 사례도 있습니다. (컴퓨팅 파워가 좋아짐에 따라 Rendering 시간이 줄어들었기에 최근에야 가능해졌습니다.)

 

프로젝트의 단위가 크거나 고객의 선호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여러 시안을 역제안하고 선택하게 만드는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광고산업에서는 보통 최종 납품이 10명의 관계자 앞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2~3가지의 버전이 납품되기도 합니다.

 

고객과 제작사가 말이 잘 통하는 편이라면 대화를 선호해 전화를 자주하실 수도 있습니다. 거리까지 가깝다면 대면미팅을 자주 해도 됩니다. 제작사는 보통 원하지 않는 고객유형이지만 편집실에서 같이 밤새며 제작과정을 구경하기를 선호하는 분도 있습니다.

 

 

| 맺음말 2 : 문서화의 중요성

 

비드폴리오를 통해 제작된 사례중 6건은 수정사항 없이 바로 납품되는 기이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유례없는 경험을 한 감독님은 “지금까지 200편을 만들었지만 수정요청 없이 한큐에 납품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업계에서 10년 일했지만 수정사항 없는 고객 처음 만났다”라며 놀랐습니다.

 

어떤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필수적으로 문서화과정은 거쳐야 합니다. 문서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확정시켜야 합니다. 비드폴리오를 통해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최소 4차례의 문서 구체화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요청사항을 프로젝트 공고로 정리하며 한 차례, 제작사가 프로젝트에 지원하며 한 차례, 제작사가 구체적인 제작계획안을 제시하며 한 차례, 계약을 맺으면서 한차례가 진행됩니다.

 

피드백의 궁극적인 목적인 목표(Goal)와 현재의 수행(Present Position) 수준의 차이(Gap)을 줄여나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같은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머릿속에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영상을 구체화시켜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작과정에서 의사전달이 명료하게 전달되지 못하거나, 프로젝트의 진행방향이 어긋나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최대한 빨리 전담 매니저에게 상황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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