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구루, 세스 고딘이 쓴 ‘This is marketing’이라는 책에는 0.5mm드릴을 구입한 한 남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대부분의 마케터는 자사의 0.5mm드릴이 선택된 이유에만 집중한다. ‘가격이 더 합리적이어서’, ‘성능이 더 좋아서’, ‘더 많은 인지도를 쌓아서’ 등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세스 고딘은 이 남자가 0.5mm드릴이 필요했던 진짜 이유를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이 남자는 드릴로 0.5mm의 구멍을 뚫어야 했을 것이다. 그 구멍은 액자를 걸기 위해서 필요했을 것이다. 그 액자는 아내가 걸어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남자는 아내가 부탁한 액자를 멋지게 벽에 걸어줌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0.5mm드릴을 샀다.
이런식으로 우리가 표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에서 5차례 이상 질문을 던짐으로서 문제의 본질을 찾는 방법을 5WHY 기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2, 3번만 질문해도 깊이있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데이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FACT: ROAS 1,700%
H사가 운영하고 있던 페이스북광고는 조금씩 효율을 높여가고 있었다. 특별히 효율이 안나는 광고도 아니었지만 반대로 효율이 폭발적으로 터지는 광고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이 광고의 한 주 ROAS(Return On Advertising Spend)가 1,700%로 치솟았다. 수치를 여러번 확인해 봤지만 분명히 수치는 1,700%였다.
WHY01: 왜 수치가 올라갔지?
ROAS는 말그대로 지출한 광고비 대비 측정된 매출의 비율을 알려주는 수치다. 그렇다면 수치가 극적으로 올라간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여야 한다. 광고비가 대폭 줄었거나, 매출이 대폭 상승했거나. 당연히 광고비를 극적으로 줄이지는 않았기에 ROAS가 1,700%로 치솟은 이유는 광고가 연결되어 있는 사이트에서의 폭발적인 매출증가가 이유였다.
WHY02: 어떤 상품이 많이 팔렸지?
01번까지는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폭발적인 매출이 어떤 상품에서 발생했을까? 사이트에서 일어난 매출이 어느 상품에 집중되어 있는지를 확인해보니 매출이 튀어오른 날을 기준으로 한 주 동안 팔린 상품의 매출은 단 두 가지 상품에 85%이상 집중되어 있었다.
WHY03: 왜 그 상품이 많이 팔렸지?
여기까지 찾았다면 이제 이 두 가지 상품이 집중적으로 팔린 이유를 알아야한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제품이 페이스북광고 때문에 많이 팔렸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매출이 집중되었던 상품으로 유입된 고객의 유입통로를 역으로 추적하니 예상하지 못했던 페이지가 등장했다. 해당 페이지는 인플루언서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상품판매 페이지,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 상품은 인플루언서의 홍보로 인해 극적인 매출상승을 이뤘다.
WHY04: 페이스북광고의 역할은?
그럼 여기서 마지막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페이스북광고는 해당 광고를 보거나 클릭한 고객이 물건을 구매해야만 전환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하는데, 인플루언서의 홍보로 인한 매출상승이 왜 페이스북광고의 ROAS에 반영되었지? 답은 페이스북 광고에 전환기여기간(룩백윈도우)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조회1일, 클릭28일의 전환기여기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의 경우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본지 1일 이내거나, 클릭한지 28일 이내의 사람 중 다수가 구매전환을 일으켰기에 페이스북 광고의 ROAS가 폭발했던 것이다.
Conclusion
결론적으로 ROAS 1,700%의 실질적인 출처는 ‘인플루언서’였다. 하지만 광고매체의 전환기여기간의 존재에 따라 페이스북광고는 인플루언서에 의해 일어난 최종전환에 자신도 기여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질문하지 않는 마케터라면 우리 페이스북 광고의 광고성과가 엄청나게 높게 나왔으니 이 광고에 많은 광고비를 쏟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결론이다. 이 때 질문하는 마케터라면 다음 스텝에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