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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에 다녀왔습니다

더퀘스트

2019.08.30 00:03 조회수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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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증정 이벤트 보기>

 

 

“CD(Creative Director)님 설마… 이 아이디어를 진짜 가져가실 건 아니죠?”

회의 시간에 기획팀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이 말을 저렴하게 바꾸면 이렇게 된다.

 

 

헬퍼2: 킬베로스 43화 중

 

“유 헤드 빙빙?”

 

‘수많은 광고와 확실히 차별되는 광고를 만들자.’ 이것이 우리 팀이 지향하는 크리에이티브의 기본이다. 이미 있는 광고와 비슷하게 접근한 광고를 만들기는 죽기보다 싫다. 실제로 그런 광고는 효과도 미미할 게 뻔하다. 그래서 아이디어 회의 시간에는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동시에 임팩트를 느낄 수 있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생각을 더 멀리 보내려고 노력한다.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팀원들이 자유롭게 ‘약 빤’ 생각을 쏟아낼 수 있게끔 유도한다. 당시에는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그 생각이 결정적인 한 방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처음 치약 광고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다.

내가 기존에 본 치약 광고들은 대체로 유명한 모델이 나와서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치약의 장점을 어필했다. 하지만 우리 팀이 광고해야 할 품목은 일반적인 치약이 아니었다. 시린이에 특화된 치약, 시린메드였다. 일단 기존 광고의 틀에 맞춰 콘티를 짠다고 가정해봤다.

 

낯익은 모델이 나와서 갑자기 이가 시린 척을 하며 고통받는 장면이 보여진다. 그러다 시린메드로 이를 닦고 이가 편안해진 것을 증명하듯 얼음이 가득한 음료를 벌컥벌컥 마신다. 그러고는 아무 걱정 없다는 듯 웃으며 “이가 시릴 땐 시린메드!”라고 말한다. 그 위로 시린메드 로고가 뜨면서 마무리. 그런데 아무리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가 나온다 해도 이가 시린 척만 한다면 소비자가 쉽게 공감하기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기본 구조를 벗어나는 발칙한 생각을 찾아야 했다.

 

고민을 이어가던 중, 차가운 얼음이 내 치아와 만나는 그 찌릿한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려보았다. 양철 주전자의 뚜껑으로 칠판 위를 긁을 때와 비슷한 불쾌함이 생각났다. 그래, 차가운 물체가 내 이를 때릴 때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보자.

 

물체끼리 부딪히는 신scene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매년 마지막 날이면 종각 일대를 장악하는 새해맞이 타종 행사 장면이 그려졌다. 이 모습을 상상하면서 콘티를 구성했다.

 

먼저 치아는 거대한 종처럼 보이게, 얼음덩어리는 종을 치는 도구인 당목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어서 얼음덩어리가 커다란 치아를 타종하듯이 힘차게 밀어 친다. 그 순간 “시린~ 시린~”이란 소리가 사방으로 울리면서 이가 시린 고통이 청각으로 연결된다. 동시에 카메라가 훅 빠지면 시린 치아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델의 표정이 보여진다. 이어 시린메드의 효능에 관한 영상이 이어지고 모델이 기분 좋게 “시린 이에 시달릴 땐 시린메드!”라는 카피를 읽어주면서 광고는 끝이 난다.

 

그렇게 치약 광고에서는 보기 힘든 엉뚱한 광고가 만들어졌다. 상황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시린사’라는 디테일한 장소 설정도 담았다.

 

- 시린메드 타종편

 

광고가 공개된 후 “그동안 본 치약 광고와는 확연히 다르고 독특해서 시선이 간다”, “내 이가 다 시리네”와 같이 신선하다는 반응과 확 공감이 된다는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광고 아래 달린 댓글 중에 가장 인상적인 한마디는 “시린메드 대박 났음 좋겠어요”였다. 그 댓글을 보고 시린메드는 한 명의 팬을 확보했다는 확신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발칙한 발상 하나가 제품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드러내주기도 한다. 그 발칙함은 아무 때나 나오는 것은 아니고 생각을 지구 밖으로 멀리 보낼 때 한 번쯤 만나볼 수 있다.

 

서인국이 땀을 뻘뻘 흘리며 감자밭에서 곡괭이질을 하고 있다. 그러다 잘 익은 감자 하나를 집어 들었는데, 어라, 감자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귀여운 목소리로 자기를 튀기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분명 뜨거운 기름 속으로 내동댕이쳐져 프렌치프라이가 될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것 같다. 이어 감자는 ‘예감’이 되고 싶다며 서인국에게 간절히 도움을 청한다. 감자의 말에 마음이 움직인 서인국은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 ‘튀기지 않은 감자칩, 예감’ 광고

 

인국이 “구워줄게!”라고 말하자마자 감자는 “예감된다~ 예감된다~”라고 노래하면서 자신의 바뀐 운명을 진심으로 기뻐한다.

 

‘튀기지 않은 감자칩, 예감’ 광고는 철저히 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만들었다. ‘감자는 튀겨질 때와 구워질 때 어떤 마음일까’에서 시작된 고민이 ‘감자의 속마음을 제품의 장점으로 연결해 위트 있게 보여주자’로 이어졌다. 이쯤 되면 마치 원자 입장에서 생각을 했다는 괴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엉뚱함과 견줄 만하지 않은가?

 

광고 마지막에 서인국은 “안 튀길게!”를 외치며 양손에 예감을 쥐고 높이 들어 올린다. 감자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또다시 맹세하며 ‘튀기지 않은 감자’ 제품임을 한 번 더 강조한 것이다.

 

단순히 기발함만 있다면 광고는 금방 휘발되고 먼지처럼 흩어져 버린다. 철저한 노림수를 가지고 크리에이티브라는 무대 위에서 미치광이처럼 놀아야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어차피 머리 써서 만드는 광고인데 이왕이면 “유 헤드 빙빙?”이라는 소리 정도는 들어야 사람들이 기억해주지 않을까?

 

나는

제대로 약 빨고 만든 광고라는

말을 듣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생각을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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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하우만을 담지는 않았다. 묵묵히 하다 보니 단련으로 이어진 나의 일상과 생각을 한자 한 자 써나갔고 꾸준히 쓰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을 따름이다. 오직 크리에이티브만을 향한 발악을 진솔하게 담았으니 나름 건질 만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습관은 평범하지만 과정은 평범하지 않았던 나날들의 진심이 투명하게 전해진다면 더없이 좋겠다. 아무쪼록 재미나게 읽어주길 바란다."

- 오롯이 혼자 되는 새벽녘에 이채훈(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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