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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타야 서점의 빅데이터와 취향 큐레이션

최연미

2019.05.08 15:18 조회수 6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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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타야 서점의 빅데이터와 취향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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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브랜드 경험이다. 광범위한 선택 속에 대중적인 소비가 아니라 나를 위한 제안과 나만을 위한 작은 소비 경험이 더 의미 있게 와 닿는다. 최근 들어 고객 맞춤, 취향, 스마트 픽이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 것은 점점 고객들이 나를 위한 정보와 나에게 의미 있는 좁혀진 선택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기 복잡한 고객들에게 당신이 필요할 것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앞서 제안해주는 시대이다. 이것을 바로 큐레이션 마케팅 이라고 한다. 

 

츠타야 서점의 큐레이션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복합 문화 공간인 T-사이트를 필두로 츠타야식 서점 마케팅의 큐레이팅과 비슷한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원래 책, 음반, 영상물 렌털 샵이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지하철역이나 오래된 상권에 자리 잡고 있는 옛날식 츠타야 가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츠타야는 그간 책, 음반, DVD를 진열하는 방식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꾸고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였다. 책 <지적 자본론>을 펼친 CCC(Culture Convenience Club)의 마스다 무네아키 대표는 1983년에 츠타야를 처음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렌털 비즈니스를 시대에 맞게 큐레이션 비즈니스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켰다. 책을 팔지 않고 책 안에 담겨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주고 관련된 상품을 파는 새로운 유통 모델을 만들었다.

 

츠타야 서점 라운지에서 위스키, 파스타 등을 판매한다. 

 

“책을 장르별로 분류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 주제별로 묶어서 전시한다.”

 

기존 서점이나 음반 판매는 인문, 경영, 잡지, 예술 등이나 클래식, 가요, 월드뮤직 등으로 나누었다. 츠타야는 기획을 먼저하고 제안하는 기획 중심으로 관련된 책이나 제품을 전시하였다. 예를 들어 요리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요리 책, 식재료 도구, 식재료, 앞치마 등을 한 섹션에 놓고 전시를 할 수 있다. 해리포터라는 주제라면 해리포터와 관련된 책과 음반, 그 외 관련 상품들을 한 곳에 전시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화장품, 식기, 의류, 자전거, 캠핑 장비 무엇이든지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츠타야 다이칸야마 서점에서 TYPE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기획전은 서체와 안경이라는 주제로 큐레이션을 한 것이다. 헬베티카, 가라몬드 서체 등에 어울리는 안경을 전시하고 서체 관련 책을 함께 전시하는 방식이다. 선호하는 서체의 느낌과 안경의 느낌을 연계하여 당신의 이미지와 어울릴 것 같은 안경과 서체를 제안해주는 식이다.

 


 

츠타야 서점은 일본의 황금기와 풍요로운 경제적 혜택을 누린 '단카이'세대의 성장과 함께한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일컫는 단카이 세대는 경제력이 높고 시간적 여유가 많다. 프리미엄 에이지라고도 불리는 이 경제 주체들은 일본 고도성장을 겪으며 물질적인 풍요로운 혜택 속에서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세대였다.  본인이 단카이 세대이기도 한 마스다 대표는 책 <지적 자본론>에서  훌륭한 품질의 제품이 넘쳐나는 공급 과잉의 상태를 '세컨드 스테이지'라고 했다. 그리고 중앙집권적인 유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플랫폼이 넘치는 단계가 '써드 스테이지'라고 했다. 큐레이션은 바로 이 넘쳐나는 과잉의 시대, '써드 스테이지'에서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미리 가늠하여 선택권을 알아서 좁히고 알맞게 제안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도시 문화를 만들다.

한때 도쿄에 간다면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이 있는 T-사이트에 들리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하였다. T-사이트를 중심으로 일본의 새로운 도시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건물 외벽 장식을 이루는 하얀색 T자 모양은 Tsutaya의 T를 의미하기도 한다. 원래 츠타야의 뜻이 담쟁이가 있는 집이라고 한다. 크게 T모양으로 보이는 건축물 외벽 위를 담쟁이 대신 이니셜 조형물을 엮어 올려서 가까이 보아도 T, 멀리 보아도 T로 보이게 하였다. T-사이트는 크게 세 개의 건물인데 인문학과 문학, 요리와 여행, 디자인과 건축 카테고리로 묶어 각 건물에 배치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각 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천천히 호기심을 따라 유영하듯이 서점을 탐구할 수 있도록 했다. 서점을 다니면서 내게 맞는 취향을 찾게 되는 것이다.

 

대만의 '성품서점'도 츠타야와 같이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션 하는 서점이다. 그리고 츠타야 또한 대만에 이미 진출해 있다. 

츠타야 서점에는 호텔처럼 컨시어지 서비스가 별도로 있다. 원하면 상세한 상담을 받고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기존 대형 서점에서 책의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 서점 직원을 찾았을 때 서점 직원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데다 바쁜 직원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기 미안했던 경험이 있이 않는가? 츠타야 서점은 미처 몰랐던 나의 취향과 관심사를 찾아주는 것이 서점을 관통하는 큰 맥락이다. 그것이 자석처럼 사람들의 발길을 츠타야로 닿게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츠타야식의 독립 서점, 동네 서점, 취향을 제안해 주는 복합 문화 공간들이 생기고 있다. 큐레이션 하는 주제별로 책을 분류하고 제안한다. 최인아 책방에서는 예를 들어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라는 주제로 책을 펼쳐 놓기도 하고, 연휴기간 동안 싱글들을 위한 모임을 주최하기도 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소규모 강의를 연다.  연희동 '책바'에서는 위스키를 판다. '술이 당기는 책'이라는 주제로 책과 위스키를 같이 놓기도 한다. 이제는 동네 서점을 중심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모여 강의를 듣기도 하며, 작은 취미를 함께 하기도 한다. 특정 주제로 서점 주인의 사소한 취향 중심으로 책을 큐레이션 하여 판매하는 서점들도 있다. 이렇게 각자의 개성으로 작은 서점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코엑스 안에 있던 대형 서점 '반디앤루니스'가 사라진다고 했을 때 나는 우울했었다. 그리고 대형 책 유통 회사가 부도로 문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다. 책을 사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었고 대형 서점부터 돈을 못 벌고 있었다. 지금은 다행히 코엑스 스타필드 내에 개방형 무료 도서관인인 별마당 도서관이 랜드마크가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 한남동에 매거진 B를 발행하는 JOH Company라는 회사에서 사운즈 한남이라는 복합 문화 공간에 '스틸북스'라는 서점을 만들었다. 나는 매달 한 개의 브랜드를 선정하여 깊이 탐구하는 매거진B에서 발행했던 '츠타야'편 잡지를 사서 본 적이 있다. 매거진B와 츠타야의 공통점과 인연이 이번 스틸북스 오픈에 일부 담겨있는 듯했다.

 



 

CCC는 2015년에 도쿄의 후타코타마가와에 츠타야 가전을 열었다. 새롭게 떠오르는 주택지로 알려진 도쿄의 후타코타마가와에 오픈한 츠타야 가전은 1층과 2층을 합쳐 무려 2,000평이 넘는 규모라고 한다. 책에 곁가지로 딸려 나오는 제품을 주인공으로 두고 책을 부수적으로 함께  제안하는 방식이다. 여기서는 드론을 사고 침대 매트리스와 침구를 살 수 있다. 발뮤다 토스터기와 식재료 장을 볼 수 도 있다. 가전, 가구, 인테리어, 모바일, 뷰티, 키친웨어 제품까지 판매한다고 하니 이제는 단순히 서점이라고 하기 어렵겠다.

 

 

큐레이션에는 빅데이터가 숨겨져 있다.

츠타야 서점의 이러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은 직관적인 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츠타야 모회사인 CCC그룹이 갖고 있는 T카드의 방대한 빅데이터 자료에 기반해서 이루어진다. T카드는 츠타야의 모든 매장과 제휴 매장에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카드이다. 2003년부터 시작한 T포인트 멤버십은 일본 절반 인구에 가까운 회원 데이터가 쌓여있다. T카드의 고객은 도심에서 경제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실질적인 고객들이므로 일본 절반을 넘어 의미 있는 고객들의 다수를 확보했다고도 할 수 있다. 츠타야는 심야 시간까지 렌털 샵을 오랫동안 운영해 오면서 음반, 도서, 영상물에 대한 고객들의 렌털 기록을 쌓을 수 있었다. 여기에다 T포인트의 가맹점은 은행, 주유소, 편의점, 카페, 식당, 통신사까지 많은 분아에 뻗쳐있기 때문에 일본 절반의 인구가 24시간을 어디에서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는 빅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었다. CCC는 이러한 고객 데이터에 기반해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서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타율을 높일 수 있었다. 매장별로 스토리나 Display가 다른 것도 고객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방대한 고객 데이터 수집과 유의미한 해석에는 개인 정보와 사생활 침해의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서 마스다 대표는 알맞은 제안을 해주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정보라고 한다. 내가 편하려면 나에 대한 정보를 좀 내주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매거진 B와의 인터뷰에서 마스다 대표는 이렇게 말하였다.

 

"물론 일본에서도 개인 정보 문제가 자주 화두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레스토랑 셰프에게는 내 생일도 알려주고 취향도 전하죠. 그것은 '나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항상 옷을 주문하는 곳에서는 제 신체 사이즈를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전화만 하면 딱 맞는 옷을 받을 수 있게 말이죠. 간혹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과 시간을 버려가며 의미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바로 그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 것입니다."

 

 

24시간 이용하는 북아파트

이제는 츠타야 서점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가 생겼다. 신주쿠 역 근처에 있는 이 건물은 잠을 잘 수 도 있고 개인 공간에서 편안하게 누워서 책을 볼 수 도 있다. 여성 전용층도 있고 원한다면 짐을 맡기고 씻고 잠옷을 빌릴 수도 있다. 이 북 아파트는 츠타야가 고객의 시간을 24시간으로 확장해서 숙박 산업까지 테스트해 보는 인큐베이션 사업이기도 하다.

 

 

여성 전용 층

신주쿠에 있는 츠타야 북 아파트 

짐도 맡기고 씻을 수도 있다. 

참고자료
마스다 무네카이 책 <지적 자본론>
매거진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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