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소비자 인사이트

💰️3대를 가는 부자들은 뭐가 다를까🧐

91
0
2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부를 다음 세대에 넘기는 것만으로 가문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래가는 가문은 자산과 함께 이를 책임질 사람과 의사 결정의 기준을 준비한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다. 표현은 달라도 여러 문화권에서 이와 비슷한 문구를 볼 수 있는데, 부를 만드는 일만큼 지켜내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산은 한 세대의 성공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지속성은 다음 세대의 역량과 가족의 합의 및 사회적 신뢰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몇 세대를 거치며 기업과 명예, 자산을 지켜온 가문은 무엇이 달랐을까? 그들은 자산관리를 재무적 관점에 가두지 않았다. 세금 절감과 투자수익률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대를 잇는 부를 만들 수는 없다. 최근 글로벌 자산가들이 상속을 재산 이전이 아니라, 가문 전체의 미래 설계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통적 자산관리가 금융자산과 부동산, 세금, 투자 성과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가문 경영의 시야는 한층 넓다. 경제적 자본이 부의 크기를 만든다면, 인적 자본은 그 부를 책임 있게 다룰 사람을 기르고, 사회적 자본은 가족의 의사 결정 구조와 가문이 사회와 맺는 신뢰를 만든다. 결국 오래가는 가문은 자산을 운용할 사람을 기르고, 함께 결정할 규칙을 세우며, 사회적 역할에 대한 철학을 다음 세대와 공유한다.

 

 

세룰리 어소시에이츠의 자산관리 리포트. 거대한 부의 이전 시대, 승계의 핵심은 돈을 넘기는 일이 아니라 가문을 운영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Cerulli Associates

 

 

 

학벌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

 

가문 경영에서 말하는 인적 자본은 다음 세대가 자산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과 태도다. 이를 명문 학교 진학으로만 이해하기 쉽지만, 좋은 상속자는 학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네트워크와 문화적 감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돈의 의미, 노동의 가치, 절제와 책임, 실패를 견디는 힘, 협력하는 태도다.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랜 기간 산업과 금융을 통해 스웨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온 이 가문은 에세 논 비데리Esse non Videri, 즉 ‘존재하되 드러내 보이려 하지 않는다’는 신조로도 알려져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명성보다 실제 역할과 책임을 중시하는 태도는 부를 대하는 교육에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스톡홀름 블라시에홀름에 자리한 인베스토르 AB 본사. 발렌베리 가문은 이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금융과 산업, 공익 활동을 연결하며 ‘오래가는 부’의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Ankara, Wikimedia Commons

 

 

부를 감당하는 교육도 마찬가지다. 자녀에게 돈을 관리하고 지키는 방법만 가르쳐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자산이 어떤 과정과 판단 위에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게 해야 한다. 부모 세대가 어떤 위험을 감수했고, 어떤 고객과 임직원에게 책임을 지웠으며, 어떤 기준으로 회사를 키워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 과정을 이해할 때 자산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책임 있게 발전시켜야 할 유산이 된다. 이 과정이 빠진 상속은 재산 이전에 머물기 쉽다. 승계의 본질은 기업이나 돈을 넘기는 데 있지 않다. 그 부가 만들어진 배경과 가문의 가치, 이어갈 책임을 다음 세대가 자기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도록 준비시키는 데 있다.

 

 

 

가족의 신뢰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회적 자본의 첫 번째 축은 가족 내부의 화합과 신뢰다. 많은 자산가와 가족 기업 오너들은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녀들이 다투지 않고 자산을 잘 지켜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족의 화합은 바람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재산 규모가 클수록 가족 간 기대와 이해관계는 복잡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가족 헌장가족회의다. 가족 헌장은 가훈이나 좋은 말의 모음이 아니다. 기업과 자산을 계속 보유하려는 이유, 경영 참여 기준, 배당과 보수의 구분, 의견 충돌 조정 절차를 담은 합의문에 가깝다. 특히 한국 가족 기업에서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 1세대 창업기에는 창업자의 판단이 기준이 되지만, 2세와 3세로 갈수록 가족 구성원은 늘어나고 지분은 분산된다. 경영에 참여하는 가족과 주주로 남는 가족의 기대도 달라진다. 부모 세대가 남겨야 할 것은 재산만이 아니다. 자녀들이 분쟁 없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기준과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한 승계 준비다. 가족이기 때문에 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말로 남긴 약속은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기억될 수 있다. 중요한 원칙은 꼭 문서화하고, 정기적인 가족회의를 통해 점검해야 한다.

 

 

200년 이상 이어진 가족 기업의 국제 협회 ‘레 제노키앙’은 오래가는 부의 조건이 돈보다 규칙과 책임에 있음을 보여준다.

©Les Hénokiens

 

 

 

사회적 책임이 가문의 명분을 만든다

 

사회적 자본의 두 번째 축은 가족의 사회적 역할이다. 해외의 여러 자산가 가문과 가족 기업은 재단이나 공익 활동을 통해 가문의 철학을 사회와 연결해왔다. 재단이라고 하면 대기업이나 초대형 자산가가 운영하는 거대한 조직을 떠올리기 쉽지만, 가족 기업이나 개인 자산 일부를 출연해 작게 운영하는 가족 재단도 적지 않다. 이들이 공익 활동에 나서는 이유는 단순한 기부나 세제 혜택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소규모 가족 재단의 활동은 거창하지 않을 수 있다. 창업자의 고향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지역 병원과 복지시설을 지원하고, 청년 창업이나 문화 예술 활동을 후원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참여 방식이다. 가족 구성원이 함께 지원 대상을 정하고, 자녀 세대가 재단 회의에 참여하며, 관심 있는 사회 문제를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 된다. 재단은 가문의 가치와 철학을 사회 속에서 실천하는 장이자, 다음 세대가 돈의 의미와 책임 및 기여 방식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다. 자녀들은 가족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공익 활동을 보며 돈이 소비나 축적의 대상만이 아니라, 사회와 관계 맺고 책임을 실천하는 수단임을 배운다. 이처럼 사회 공헌은 돈을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가문의 정신을 훈련시키고, 사회와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패밀리오피스가 관리하는 것

 

해외 패밀리오피스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단순히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세금을 줄이는 조직이 아니다. 가족의 경제적 자본과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을 함께 관리하는 가문 경영 플랫폼에 가깝다. 투자와 세무·법률 구조를 점검하는 동시에 가족 헌장 교육, 이사회 참관, 가족회의, 재단 활동 참여 등을 단계적으로 설계해 다음 세대가 책임 있는 오너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부를 늘리는 관리에서 부를 지속시키는 관리로 확장하는 것이다.

 

 

글로벌 자산 가문 연구 기관 캠던 웰스와 캐나다 왕립은행의 보고서는 패밀리오피스가 투자 관리에서 가문 경영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Campden Wealth and RBC Wealth Management

 

 

한국의 자산가 가문도 이제 상속세와 증여세만 논의해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자녀들이 가족의 자산 형성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경영에 참여할 가족과 주주로 남을 가족의 역할이 정리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배당과 보수, 지분 승계 원칙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할 공식적인 장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가문의 이름으로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까지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부의 상속은 부모 혼자 설계하는 일이 아니다. 재산을 맡아 관리할 사람들의 생각과 역량,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상속 설계는 사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통보가 아니라, 함께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 자체가 다음 세대에게 책임 있는 소유자의 태도를 가르치는 훈련이 된다.

 

결국 오래가는 가문은 돈만 물려주지 않는다. 부를 감당할 사람을 기르고, 함께 결정할 기준을 세우며, 사회적 책임을 통해 가문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게 전한다. 부모 세대가 남길 가장 중요한 유산은 자녀들이 분쟁 없이 의사 결정을 하고, 대를 이어 자산을 지켜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돈은 이전될 수 있지만, 가문은 준비된 시스템이 있을 때만 이어진다.

 

 

글. 김선화(넥스트 가업승계연구소 소장)

 

 

ℹ️ 이 글은 미래에셋증권 매거진에서 발행된 콘텐츠입니다. 

 

 

 

#부의 이전 #가문 승계 #상속 #부의 승계 #가문 경영
이 글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수록 인사이트가 커집니다.
광고

    추천 콘텐츠

    관련 콘텐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