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글로 숏폼을 만들었더니 완성 접시만 다섯 장 나왔습니다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사진 열일곱 장짜리 요리 글을 20초 숏폼으로 옮기면서 사진 고르는 방식을 세 번 바꿨습니다. 품질 순으로 고르면 완성 접시만 남고, 앞에서부터 자르면 글 뒷부분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지난 편에서 어떤 글이 영상이 되고 어떤 글이 안 되는지 정리했습니다. 이번에는 약속드린 대로 실제 글 한 편을 숏폼으로 옮기는 과정을 단계별로 쪼개보겠습니다.
고른 글은 생표고버섯볶음 레시피입니다. 사진이 열일곱 장 들어 있고, 재료 손질부터 완성까지 순서가 있는 글입니다. 지난 편 기준으로 보면 영상이 되기 좋은 조건을 다 갖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건 문장도 제목도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고르는 일이었습니다.
왜 사진을 골라야 하는가
20초짜리 영상에 들어가는 장면은 일곱 개 안팎입니다. 그런데 글에는 사진이 열일곱 장 있습니다. 열 장을 버려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사진 일곱 장을 고르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죠. 그 생각이 첫 번째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첫 번째 방식 : 앞에서부터 일곱 장
가장 단순한 방법입니다. 글에 나온 순서대로 앞에서 일곱 장을 자릅니다.
레시피 글이니 순서가 곧 조리 과정입니다. 앞에서부터 자르면 흐름이 유지될 거라고 봤습니다.
결과는 재료 손질에서 영상이 끝났습니다. 씻고 썰다가 화면이 꺼집니다. 정작 보여줘야 할 완성 장면은 열두 번째 사진에 있었는데 거기까지 못 갑니다.
사진이 많은 글일수록 심했습니다. 열아홉 장짜리 글을 20초로 만들면 앞쪽 여섯 장만 담기고 글의 뒷부분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글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대체로 뒤에 있는데 말이죠.
두 번째 방식 : 좋은 사진 일곱 장
그래서 순서를 버리고 품질로 골랐습니다. 화질이 좋고 구도가 잡힌 사진, 화면에 띄웠을 때 보기 좋은 사진 순으로 일곱 장.
골프장 후기나 장소 후기 같은 글에서는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담기는 사진의 평균 순위가 눈에 띄게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요리 글에서 무너졌습니다.
일곱 장 중 다섯 장이 완성 접시였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완성된 요리 사진이 손질 중인 재료 사진보다 예쁘니까요. 예쁜 순으로 고르면 예쁜 것만 남습니다.
문제는 그게 영상으로서는 실패라는 점입니다. 요리 영상인데 만드는 과정이 없습니다. 완성 접시가 다섯 번 반복되는 20초짜리가 나왔습니다.
더 나빴던 건 문장과 어긋난 것이었습니다. "굴소스를 넣고 볶아줍니다"라는 문장에 완성된 접시 사진이 붙었습니다. 지난 편에서 말씀드린 그 어색함입니다. 보는 사람은 뭐가 틀렸는지 짚지는 못해도 어색하다는 건 즉시 압니다.
세 번째 방식 : 구간을 나누고 구간마다 한 장
결국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글 전체를 뽑을 장수만큼 구간으로 나눕니다. 일곱 장을 뽑아야 하면 글을 일곱 구간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구간마다 가장 좋은 사진 한 장씩 고릅니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가 동시에 해결됩니다. 글 전체에 사진이 고르게 퍼지니 뒷부분이 빠지지 않고, 각 구간에서는 그래도 나은 사진이 뽑히니 품질도 챙깁니다.
같은 요리 글을 다시 돌려봤습니다.
재료 → 버섯 썰기 → 마늘·양파 볶기 → 굴소스 넣기 → 완성 → 통깨 → 한 젓가락
일곱 장 전부 사진과 문장이 맞았습니다. 그제야 요리 영상처럼 보였습니다.
한 가지 예외는 뒀습니다. 가장 매력적인 사진 한 장은 순서와 상관없이 남깁니다. 그게 썸네일과 첫 장면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1초 안에 넘길지 볼지가 갈리는 자리라 여기만은 양보하기 어렵습니다.
얼마나 좋아졌나
이 방식으로 바꾸고 나서 확인해봤습니다. 글 아홉 편을 20초·30초·40초 세 가지 길이로 각각 만들어보고, 사진과 문장이 맞는지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좋아진 것이 열, 변화 없는 것이 셋, 나빠진 것이 하나였습니다. 나빠진 하나도 실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변화가 없었던 셋은 사진이 원래 일곱 장뿐이던 글들입니다. 뽑을 것 없이 전부 쓰니 어떤 방식이든 결과가 같습니다.
정리하면 효과가 큰 경우는 "사진 많은 글 + 짧은 영상" 조합입니다. 사진이 넉넉한 글을 20초로 압축할 때 어떤 일곱 장을 고르느냐가 영상의 성패를 가릅니다.
아직 못 푼 것
솔직히 이 방식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지금 순서는 사진을 먼저 고르고, 그다음 그 사진에 맞춰 문장을 씁니다. 그러니까 "이야기에 필요한 사진"이 아니라 "괜찮아 보이는 사진"을 골라놓고 말을 맞추는 셈입니다.
구간별로 나누는 방식은 "글이 순서대로 흐른다"는 가정에 기대고 있습니다. 레시피처럼 순서가 뚜렷한 글에서는 잘 맞지만, 그 가정이 깨지는 글에서는 또 어긋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은 후보 사진 전부를 놓고 "이 중에서 일곱 장을 골라 이야기를 만들어라"라고 시키는 것입니다. 방법은 알지만 아직 안 하고 있습니다. 보는 사진이 두 배 넘게 늘어나면서 한 편당 비용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넘어가야 할 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옮기실 분들께
직접 손으로 옮기시는 분이라면 도구 이야기는 넘기셔도 됩니다. 다만 고르는 기준만은 그대로 쓰실 수 있습니다.
글을 뽑을 장수만큼 구간으로 나눈다
구간마다 한 장씩 고른다
가장 좋은 한 장은 맨 앞으로 뺀다
예쁜 순으로 고르지 마시라는 게 핵심입니다. 좋은 사진과 필요한 사진은 다릅니다. 앞에서부터 자르지도 마시고요. 하고 싶은 말은 대체로 글 뒤쪽에 있습니다.
마무리
한 편을 옮기면서 가장 오래 걸린 일이 사진 고르기였다는 게 저도 의외였습니다. 문장이나 제목은 몇 번 고치면 됐는데, 사진은 방식 자체를 세 번 갈아엎어야 했습니다.
돌아보면 이유가 있었습니다. 문장은 틀리면 고치면 되지만, 사진은 없는 걸 만들 수 없습니다. 있는 것 중에서만 골라야 하니 고르는 방식이 곧 결과가 됩니다.
지난 편에서 사진을 넉넉히 찍어두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번에 그 이유를 더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사진이 많아야 잘 고를 수 있고, 잘 고르는 것이 영상을 만드는 일의 절반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자동화에 맡길 수 있는 일과 끝까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의 경계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몇 달 써보니 그 선이 꽤 뚜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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