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함이 무기가 된 시대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중소 기획사 아이돌 리센느의 유튜브 채널이 500만 뷰를 만들었다. 무해함이 무기가 된 시대다. 광고가 의심받는 환경에서 거리감을 좁히는 자연스러운 콘텐츠만이 사람을 움직인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유명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도 아니고, 인지도 높은 연예인이 나오는 채널도 아니다.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 리센느의 리더 원이가 출연하는 예능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다. 최근 조회수 500만, 300만 회를 기록한 영상이 잇따라 터지며 구독자 50만 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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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느는 2024년 데뷔한 4인조 걸그룹이다. 대중에게는 인지도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콘텐츠로 단숨에 화제가 됐다. 영상에 나온 '거제 야호'는 밈으로 퍼지며 그룹 전체가 거제 홍보대사까지 맡게 됐다. 채널의 화제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예능 출연이 이어지며 대중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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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느의 콘텐츠가 터진 이유는 자연스러움에 있다. 채널의 영상은 아이돌의 무대 위 모습이 아니라, 1020 여성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듯한 연출로 공감을 샀다. 거제 출신 원이의 사투리가 무대 위 모습과 반전을 만들어냈고, 멤버 미나미는 외국인 답지 않은 모습과 갸루 문화를 거리낌 없이 풀어내며 '아이돌 같지 않은 아이돌'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결국 리센느의 성공은 무해함의 성공이다.
왜 지금 무해함이 통할까. 광고와 어그로가 끝없이 쌓이는 콘텐츠 환경 때문이다. AI로 찍어내는 콘텐츠가 늘고, 인플루언서들의 협찬이 패턴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잘 만든 콘텐츠'에 점점 피로감을 느낀다. 그 와중에 가공되지 않은 솔직함은 그 자체로 신선한 자극이 된다. 기안84가 오랜 시간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 일반인 출연 예능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솔직함은 양날의 검이다. 맥락이 잘못 읽히면 논란이 되고, 어떤 솔직함은 불쾌함으로 번진다. 그래서 솔직함은 무해하게 보일 때 비로소 매력이 된다. 무해함은 솔직함을 안전하게 포장하는 장치다.
여기서 한 단계 더 필요한 것이 반전이다. 단순한 무해함은 심심하다. 사람들이 기존에 가진 이미지와 갭이 클 때 무해함은 폭발력을 갖는다. 리센느가 다른 아이돌 콘텐츠와 달랐던 건 무대 위 화려한 아이돌과 사투리 쓰는 거제 출신의 갭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트라이앵글에서 평소 극내향인으로 알려진 엄태구와 오정세가 코믹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 큰 재미 요소가 된 것도 같은 원리다. 무해함과 반전이 만났을 때 사람들은 멈춰 선다.
브랜드 캠페인도 다르지 않다. 요즘 임직원을 콘텐츠 화자로 내세우는 임플로이언서 전략이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련되고 차가워 보이는 대기업 브랜드 뒤에 '나와 비슷한 직장인'이 있다는 걸 보여주며 무해함과 반전 매력을 동시에 전달한다. 소비자는 '저런 사람들이 만드는 제품이면 괜찮겠다'는 신뢰를 그 안에서 쌓는다.
제안서에서 임플로이언서 콘텐츠를 제안할 때 클라이언트가 가장 자주 묻는 말이 있다. "그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직접적인 매출 전환이 즉시 보이지 않으니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그런데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거리감 있는 회사'로 보이고 있다면, 어떤 제품을 내놔도 그 거리감 위에서 평가받는다. 임플로이언서는 매출을 직접 만드는 콘텐츠가 아니다. 그 거리감을 좁히는 콘텐츠다.
인플루언서 협업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제품의 강점을 또박또박 설명하는 인플루언서보다, 자기 일상 안에 우리 제품을 자연스럽게 놓을 수 있는 사람. 우리 브랜드에 아직 닿지 않은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 결국 화제성을 만드는 건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다.
물론 리센느에게도 과제는 남는다. 한 번 노출된 매력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무해함이 매력이 되려면 계속 새로운 결을 보여줘야 한다. 브랜드도 똑같다. 한 번의 임플로이언서 영상으로 만들어진 호감은 금세 흐려진다.
광고는 점점 의심받고 있다. 사람만이 사람을 움직인다. 우리 브랜드의 협업은 지금 누구를 통해, 어떤 결의 사람을 보여주고 있는가.
사진=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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