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트렌드

메타버스 망했다고? XR은 살아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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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메타버스 열풍 이후, XR은 비즈니스와 일상에서 쓰이는 실질적 도구로 자리 잡았다. AI와 결합한 XR은 산업 생산성을 높이며 새로운 생활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메타버스 열풍은 사그라들었지만 확장현실은 오히려 더 깊숙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왔다. 공장에서, 병원에서 그리고 거실에서 XR은 새로운 경험과 효율성을 동시에 안겨주며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를 지우고 있다. 환상은 꺼졌지만, 진짜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팬데믹 시기 대면 활동이 멈추자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열쇠처럼 주목받았다. 그러나 과도한 기대와 투자가 빠르게 식으면서 사용자 경험의 한계, 기술 미성숙, 비즈니스 모델 부재가 겹쳐 ‘가상 세계에 대한 환상’은 짧은 유행으로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메타버스’라는 이름과 달리,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기술은 현실과 맞닿은 영역에서 꾸준히 가치를 입증하며 진화를 거듭해왔다. 오늘날 XR은 제조·건설·헬스케어·리테일 등 산업 현장과 일상 곳곳에서 문제 해결의 실질적 도구로 자리 잡으며,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차세대 기술로 구체적 효용과 확장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XR 생태계를 키우는 두 축, 빅테크와 AI


최근 XR의 진화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가속화된다. 하나는 글로벌 빅테크의 전략적 투자, 또 하나는 AI와 융합이다.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XR의 핵심 기술과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메타와 애플은 2023년 각각 광학·증강현실AR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차세대 디바이스에 필수적인 부품 기술을 강화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의 이매진eMagin을 인수해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라는 차세대 핵심 부품을 확보했다. 구글은 2025년 HTC의 XR 사업부를 전격 인수해 전문 역량을 내재화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XR 전략을 강화했다. 이런 일련의 행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글로벌 XR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다양한 개발자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의 발전은 XR 진화를 가속화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촉매제다. 데이터 센터·반도체·센서·네트워크 인프라 전반이 AI로 고도화하면서 XR 기기의 성능은 눈에 띄게 향상되고,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보다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예컨대 메타는 2025년 ‘메타 커넥트’에서 차세대 스마트 글라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보는 장면을 AI가 즉각 해석해 정보를 제공하고, 원하는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이 기기는 XR의 생활 밀착 가능성을 크게 확장했다. 삼성전자 또한 구글과 손잡고 멀티모달 AI 기반 XR 헤드셋 ‘무한’을 내놓았으며, 2026년에는 ‘해안’이라는 차세대 XR 글라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의 로키드Rokid, TCL, 바이두 역시 AI 에이전트를 탑재한 스마트 글라스를 연이어 선보이며 시장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XR은 더 이상 단순한 시각 장치가 아니라, 인간과 디지털 세계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발전 중이다.

 


메타의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스마트 글라스의 시각 표현 한계를 넘어서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기술적 전환점을 보여준다. ©Meta

 

 

 

산업 현장에서 빛나는 XR


XR은 이미 제조, 건설, 에너지, 항공우주 산업의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복잡한 공정관리와 위험한 작업 환경 속에서 XR 기반 디지털 트윈은 실제 현장을 가상에 정밀하게 재현해 사전 검증, 설비 점검, 원격 협업을 지원한다. 그 결과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산업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는 설계 도면을 XR로 실제 구조물에 겹쳐 시공 오차를 실시간으로 점검·수정해 재작업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과거에는 완공 이후에야 드러나던 오류를 이제는 시공 단계에서 즉각 확인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오토데스크의 BIM 360 플랫폼과 AR 앱을 연동해 태블릿으로 현장 구조물과 설계 모델을 비교하는 모습 ©Gamma Technologies

 

 

에너지 플랜트에서는 XR 시뮬레이션을 통해 고위험 구역이나 대형 설비를 원격으로 점검하거나 유지·보수 절차를 반복 훈련함으로써 현장 인력의 안전 확보는 물론 긴급 상황 대응 속도까지 크게 향상된다. 항공우주 분야 역시 XR의 수혜를 받고 있다. 에어버스Airbus의 ‘버추얼 프로시저 트레이너Virtual Procedure Trainer, VPT’는 루프트한자와 일본항공JAL이 도입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비행 훈련을 지원한다. 정비 엔지니어 교육생들은 위험 부담 없이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정비 기술을 익히고, 반복 학습을 통해 짧은 기간 안에 숙련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단순한 교육 툴을 넘어,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혁신적 훈련 도구로 자리 잡은 것이다.

 


버추얼 프로시저 트레이너는 에어버스가 개발한 XR 기반 항공 훈련 플랫폼으로, 실제와 유사한 가상 환경에서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 ©Microsoft




일상으로 스며드는 XR

 

XR은 이제 산업을 넘어 우리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정신 건강 관리와 치료에서 특히 XR 활용이 활발하다. VR 명상 앱 ‘트립Tripp’은 몰입감 있는 시청각 자극을 통해 감정 조절과 긴장 완화를 돕고, 사용자의 심리적 회복력을 높인다. 한양대 플레이랩의 ‘TD 스퀘어Square’는 이명을 유발하는 입체음향 아바타를 조작·제거하는 방식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앱으로, CES 2025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 단순한 실험적 시도가 아니라, 실제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치료 도구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피트니스 분야에서는 XR이 운동의 몰입감과 지속성을 높이고 있다. 메타가 인수한 위딘Within의 ‘슈퍼내추럴Supernatural’은 VR 환경 속에 유명 트레이너의 클래스를 구현해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지도를 받고, 성과를 기록하며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한다. 게임 요소와 사회적 교류가 결합된 덕분에 운동이 단순한 체력 단련을 넘어 ‘경험’으로 확장된다.

 


슈퍼내추럴은 VR 기반 피트니스·운동 서비스로 게임 요소와 운동을 결합한 몰입형 피트니스 경험을 제공한다. ©Within

 


스포츠 관람 경험 역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팬들은 VR 헤드셋을 통해 360도 시야로 현장감을 느끼고, AR 글라스나 스마트폰으로는 실시간 데이터와 선수 정보를 확인한다. 여기에 3D 홀로그램 해설자가 등장해 즉각적 분석을 제공하거나, 팬들이 XR 환경 속 선수와 교감하는 기능까지 구현되면서 관람 방식이 전례 없이 풍부해졌다. 소니가 3D 스포츠 애니메이션 기업 비욘드 스포츠를, 애플이 XR 스포츠 생중계 기업 넥스트VR을 인수한 사례는 이 흐름이 단발적 시도가 아닌 전략적 미래 투자임을 보여준다.

 

리테일 분야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롯데그룹의 ‘칼리버스’ 플랫폼은 초대형 가상 플레이 공간을 통해 쇼핑·엔터테인먼트·브랜드 체험을 결합한 XR 생태계를 제시했다. CES 2025에서는 패션 브랜드 MCM과 협력해 70여종의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하고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버추얼 스토어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3D 그래픽 기반의 몰입형 체험이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직접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가상 경험이 단순 흥미를 넘어 실질적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XR, 한계를 넘어 미래로

 

물론 XR은 여전히 무겁고 불편한 하드웨어, 높은 가격, 짧은 배터리 수명, 콘텐츠 부족이라는 제약이 있다. 그러나 AI와의 융합은 이 한계를 빠르게 허물 수 있는 열쇠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독자적 기술을 넘어서 다양한 산업과 협업하며 XR을 현실과 디지털을 잇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키워가고 있다. 앞으로 XR은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이자, 일상의 경험을 확장하는 생활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기업에는 경쟁력의 무기, 개인에게는 새로운 일상적 동반자가 되는 셈이다. 메타버스가 남긴 ‘환상’을 넘어, XR은 현실을 품은 리얼월드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얼굴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글. 류승희(삼정KPM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XR #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산업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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