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우영미와 블루엘리펀트의 행보가 더욱 아쉬운 건

2026.02.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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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좋은 브랜딩은 좋은 본질에서 나온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design by 슝슝 (w/Gemini) 

 

아래 글은 2026년 01월 2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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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이 없는 패션업계

요즘 백화점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곳은 단연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매장입니다.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팬덤을 쌓아 오프라인으로 확장했거나, 성수·한남동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키운 브랜드들이 그 주인공이죠.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며 ‘오픈런’을 자처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일까요.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잡음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을 제기 하며 업계가 한 차례 술렁였고요. 최근에는 K-패션의 대표 명품으로 꼽히던 우영미가 이월 상품(재고)을 신상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는 논란 에 휩싸였습니다.

이외에도 충전재 허위 표기, 제조국 위조 등 크고 작은 이슈들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더 우려스러운 건, 이런 논란이 특정 브랜드의 일탈을 넘어 어렵게 쌓아 올린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화려한 브랜딩 뒤에 가려진 본질

냉정히 말해 K-패션의 글로벌 존재감은 아직 K-뷰티나 K-푸드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미 메이저 유통 채널까지 진출하고, 조 단위 매출 사례가 등장한 다른 카테고리와 비교하면 패션 브랜드들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거든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전 K-패션의 잠재력은 더 높게 평가해 왔습니다. 패션은 빠른 확장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차근차근 쌓아 올릴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대부분이 패션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 역시, 감성적 가치로 고객을 설득하는 힘이 이 영역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죠.

그래서 이번 사례들은 더욱 뼈아픕니다. 브랜드의 출발점은 결국 품질에 대한 신뢰와 차별적인 감성입니다. 그런데 우영미는 품질과 정보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스스로 훼손했고, 블루엘리펀트는 ‘베끼기 역시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남길 위험을 보여주었습니다.

더 아이러니한 건, 두 브랜드 모두 브랜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온 곳들이라는 점입니다. 우영미는 파리 마레·생토노레에 이어 이태원에 세 번째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를 열며 ‘카페 드 우영미’를 결합한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을 선보였고요. 블루엘리펀트 역시 1,000평 규모의 ‘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를 오픈 하며 오프라인 경험 중심의 브랜딩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기본이 되는 윤리와 신뢰를 놓친 순간, 그 화려한 공간은 껍데기에 불과해졌습니다. 한 번 붙은 꼬리표는 쉽게 지워지지 않고, 그 여파는 묵묵히 성장해 온 다른 브랜드들까지 함께 흔들고 있고요.


앞으로 이렇게 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K-패션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투명한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입니다. 우영미 사태가 더욱 아쉬운 이유는 ‘대처 방식’에 있습니다. 만약 뒤늦은 해명처럼 정말 ESG 차원에서 기존 재고를 재가공한 기획이었다면, 그 사실을 사전에 명확히 고지했어야 합니다. 실제 소비자 반응을 보면 “스토리를 제대로 설명했다면 오히려 더 비싼 값에도 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솔직한 소통과 명확한 정보 제공, 이 기본만 지켜도 브랜드 팬덤은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는 거죠.

두 번째는 창작물 보호에 대한 엄격한 기준입니다. 젠틀몬스터의 이번 법적 대응을 두고 엇갈린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부는 젠틀몬스터 역시 과거 디자인 이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죠. 하지만 이와 별개로, 업계 전반에 ‘보호받기 위해선 먼저 보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콘셉트나 디자인 도용처럼 창작의 경계를 흐리는 관행이 용인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업계 전체가 떠안게 됩니다. 독창적인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절실합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경험은 매장과 공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됩니다. 아무리 화려한 팝업과 플래그십 스토어를 갖췄더라도, 내부 시스템이나 리스크 관리가 무너지면 브랜드는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젠틀몬스터 역시 최근 내부 노동 이슈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죠. 규모가 커질수록 이러한 리스크 관리 실패 사례는 더 자주, 더 크게 나타날 것입니다. 이제는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의 기준을 높이는 것 역시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패션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은 결국 ‘브랜드’ 그 자체입니다. K-패션은 이제 더 넓은 관점에서, 더 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스스로를 관리해야 할 단계에 와 있습니다. 지금의 아쉬운 사례들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한 단계 성장을 위한 뼈아픈 예방주사가 될지는 결국 각 브랜드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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