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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더마켓, 오뚜기몰, 동원몰이 성공하려면

2025.10.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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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가격 강점은 지키면서 빠른 배송을 잡아야 합니다

  design by 슝슝 (w/ChatGPT)

 

아래 글은 2025년 10월 2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 뉴스레터 보러 가기]

식품 D2C, 성공한 곳이 없습니다

작년 8월까지 약 1년 8개월간 이어진 쿠팡–CJ제일제당의 ‘햇반 전쟁’ , 기억하시나요? 끝은 CJ제일제당의 재입점이었습니다. 맥락을 보면 CJ가 먼저 손을 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쿠팡은 햇반을 대체할 자체 라인업으로 수요를 메울 수 있었지만, CJ는 쿠팡만큼의 물량을 흡수할 판로를 다른 채널에서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사실 식품 제조사와 유통사는 오래전부터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 왔습니다. 그런데 물류를 앞세워 판매 채널을 장악한 쿠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제조사들의 입지는 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완전한 종속을 피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자사 D2C(Direct to Consumer) 브랜드몰을 전략적으로 만들고 키워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눈에 띄는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D2C 비중이 의미 있게 커졌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식품 대기업도 드뭅니다. 같은 기간 패션·뷰티에선 기업 규모가 작아도 성공한 D2C가 여럿 나온 것과 선명하게 대비되죠. 왜 식품만 유독 어려울까요?

실마리는 고객에게 있습니다. 이 글은 오픈서베이의 셀프 서베이를 활용하여 직접 수행한 고객 1,000명의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 브랜드몰 D2C의 한계는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보려 합니다.


외면받거나 한 번으로 끝나거나

희망적인 대목부터 짚자면, 인지도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제시한 5개 식품 D2C몰( CJ더마켓·오뚜기몰·칠성몰·동원몰·정원e샵 ) 중 하나 이상 들어봤다가 83.9%였거든요.

식품 D2C 브랜드몰은 이름은 익숙해도 언뜻 손이 안 가는 곳에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인지가 이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들어본 사람 중 구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1.6%(전체 51.7%), 그중에서 최근에도 이용했다는 비율은 다시 67.1%(전체 34.7%)로 더 줄었습니다. 알긴 아는데, 당장 찾는 채널은 아니라는 뜻이죠.

관계의 깊이 역시 얕았습니다. 구매 경험자 가운데 멤버십 미가입이 41.6%였고, 최근까지 이용 중인 응답자조차 64.8%가 월 1회 이하로만 구매했습니다. 식품 카테고리의 평균 구매 빈도가 주 1회 안팎인 걸 생각하면, D2C는 습관을 만들지 못하고 일회성에 머무는 셈입니다.


가격은 좋지만 배송이 불만

그렇다면 이렇게 일회성이라도 그나마 식품 D2C몰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가격이었습니다. 응답자의 47.7%가 '프로모션/할인/쿠폰 때문에 첫 구매를 했다'라고 답했고, 실제 주 이용 시점도 '프로모션이 있을 때'가 38.7%로 가장 높았거든요.

식품 D2C 브랜드몰에게 긍정적인 건, 구색의 한계가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단 작았다는 겁니다

반대로 D2C 대신 쿠팡 같은 플랫폼을 고르는 이유는 압도적으로 배송이었습니다. '배송이 빠르고 편리해서'가 45.2%로 1위. 설문 전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었던, '여러 상품을 한 번에 결제·배송'은 2위이긴 했지만 응답률은 19.7%에 그쳤죠. 결국 배송 속도와 편의성이 브랜드몰 대신 플랫폼을 선택하게 만든 겁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식품 D2C는 가격으로는 끌어오지만 배송에서 놓칩니다. 먹거리 특성상 신선함·즉시성 기대치가 높았던 건데, 개별 브랜드가 그 수준의 안정적 배송 품질을 유지하긴 어렵죠. 그 사이 빠른 배송을 표준화한 플랫폼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겁니다.

다만 쿠팡의 무제한 무료배송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자주·가볍게 사는 패턴이 자리 잡아 구색에는 비교적 덜 까다로운 편입니다. 이 지점은 D2C 입장에선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로 보입니다.


대용량 특화가 답이 아닐까요?

이제 결론은 명확합니다. D2C몰은 유통 마진이 없는 가격 이점은 살리고, 배송 속도·품질은 보완해야 합니다. 다행히 최근 택배사 경쟁으로 익일·새벽 배송 같은 옵션을 개별 브랜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도 하죠.

물론 단위당 배송비는 증가할 겁니다. 쿠팡보다 싸게 팔면서 이 비용을 흡수하려면 주문 단가를 키워야 하죠. 해법은 오프라인 코스트코식 전략입니다. 구색은 슬림하게, 단량은 크게. 즉, 베스트 상품 위주로 대용량·멀티팩·정기 번들을 제안해 평균 주문금액을 끌어올리는 방식입니다. 가공식품 비중이 높은 제조사에겐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이처럼 고객이 D2C를 찾으려면 플랫폼 대비 ‘분명한 차별점’ + 최소한의 편의성이 필요합니다. 다만 플랫폼도 가만있지 않기에, 완전히 동일한 상품을 더 싸게 파는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신에 D2C 전용 단량/구성으로 비교 불가한 상품을 설계해야 하는 거죠.

이는 결코 쉽진 않겠지만, D2C 맞춤 상품 역설계와 집요한 운영이 결합되면 길은 열릴 겁니다. 그러다 보면 식품 D2C 브랜드몰의 성공 사례도 곧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D2C #이커머스 #식품 #쿠팡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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