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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쇼핑, 손해를 감수하고 승부수를 던진 건

2025.10.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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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MD와 판매자를 빠르게 늘린 만큼 거래액도 뒤따라 커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design by 기묘한 (w/ChatGPT)

 

아래 글은 2025년 10월 0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 뉴스레터 보러 가기]

수수료 11%인데, 적립금이 10%?

토스쇼핑이 10월 1일부터 한 달간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시작 했습니다. 도서·상품권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상품 구매 시 적립금 10%를 주는 방식이죠. 1인당 최대 10만 원 한도가 있긴 하지만, 토스쇼핑이 주로 파는 상품들의 가격대를 감안하면 체감상 ‘거의 무제한’에 가깝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수수료 구조입니다. 토스쇼핑이 판매자에게 받는 수수료는 판매수수료 8%에 결제수수료 3%를 더해 약 11%.  결제 관련 비용까지 고려하면, 이번 한 달은 사실상 역마진을 감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죠.

토스는 최근 ‘쇼핑’을 앱의 핵심 서비스로  못 박았습니다. 앱의 세 번째 탭을 내주며 진입성을 높였고, 공격적 채용으로 조직 규모도 키우는 중이죠. 그 연장선에서 이번 이벤트가 나왔다고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의외인 건, 작년 ‘티메프 사태’ 이후 적자 성장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커졌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토스쇼핑은 손해를 감수하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왜 지금이었던 걸까요?


앞만 보고 노를 저을 때입니다

토스쇼핑의 10% 적립금 안내문에는 “회사 사정에 따라 내용이 변경되거나 조기 종료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공지용 문구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번 프로모션이 오히려 한 달로 끝나지 않고 11월 이후까지 연장되거나 강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데요.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판매자에게 '팔리는 경험'을


  • 판매자 수: 올해 4월 37,584개 → 9월 72,683개로 거의 2배 가까이 확대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판매자(추정 50~60만 명) 대비 10% 이상이 입점하게 되었죠.

  • 조직 규모: 작년 말 MD 10명 수준 → 올해 9월 200여 명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연말엔 500명까지 확장할 계획이라 하죠.

토스쇼핑은 엄청난 속도로 판매자와 MD 조직을 키웠기에, 그만큼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던 겁니다

하지만 ‘입점 = 매출’은 아닙니다. 판매자가 진짜 원하는 건 “여기선 정말 팔리는구나” 하는 확신이죠. 그래야 판매 물량이 늘고, 판매자 간 경쟁이 심화되며, 가격이 낮아지면서 고객 유입이 다시 커지는 선순환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거래액을 일단 키워 판매자가 성과를 체감하게 만드는 단계가 필요했던 거죠.

더욱이 시점 선택도 영리했습니다. 추석 대목 직전과 11월 대규모 세일을 비켜간 10월은 경쟁 강도가 확연히 낮아지는 구간이거든요. 이때 추가 매출을 만들어 주면, 판매자 입장에선 더욱 토스쇼핑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게 될 거고요.


② 파격적이어도 할만했습니다

그러면서 거래액을 키우기 위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장치로 내세운 게 10% 적립금이었습니다. 이는 겉으로는 파격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철저히 계산된 선택이었죠.

  • 할인 대신 적립금: 포인트는 기본적으로 현금화도 가능하지만, 재구매를 유도하는 역할도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적립된 포인트는 고객에게 다시 돌아와 새로운 걸 구매할 명분을 줄 테니까요.

  • 구매 전환에만 집중: 기존 커머스 플랫폼들은 할인·적립에 더해 고객 유입을 위한 마케팅까지 돈을 써야 했습니다. 반면 토스쇼핑은 토스 앱 트래픽을 그대로 활용하니, 적립 외에는 추가적인 마케팅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과감한 수를 던질 만했던 거죠.

  • 커뮤니케이션 효율: 더욱이 “전 상품 10% 적립”처럼 한 줄로 설명되는 제안은 확산과 전환에도 유리합니다. 효과적인데 리스크도 줄였으니 선택을 안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10% 적립은 단순히 돈으로 거래액을 밀어 올리는 게 아니라, 첫 구매→재방문→재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투자였던 거죠.


③ 기초 체력이 뒷받침했습니다

물론 한 달간 사실상 이익을 포기하는 결정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큽니다. 그럼에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배경엔 달라진 토스의 기초 체력이 있습니다. 토스는 2024년 첫 연간 흑자를 냈고,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 1,546억 원을 기록하며 작년 영업손실 94억 원에서 반전했습니다.

이처럼 현금 창출력이 안정되자 토스쇼핑이 감내해야 할 부담도 줄었습니다. 더 큰 매출·이익을 위한 ‘한두 달의 투자’를 선택할 여유가 생긴 거죠.

이제 관건은 이 계산된 파격이 판매자와 고객의 선순환을 실제로 돌리는 동력이 되느냐입니다.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 효과가 확인된다면 기간 연장도 충분히 가능할 거고요.


마지막으로 남은 퍼즐은

이제 토스쇼핑은 유력한 커머스 플랫폼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쿠팡이나 네이버를 당장 뒤흔들 수준은 아니지만, 그다음 자리는 충분히 노려볼 만한 위치에 올라섰죠.

다만 그 단계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합니다. 토스 커머스를 다루면 종종 듣는 피드백이 “난 한 번도 여기서 쇼핑해 본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 화제인지 모르겠다”는 말인데요. 완전한 쇼핑 채널로 자리 잡기엔 아직 불편도 남아 있고, 무엇보다 반복 구매를 만들기엔 어딘가 애매하다는 지점이 존재합니다.

이는 ‘탐색형·충동형’에 강점을 둔 토스쇼핑 모델의 구조적 한계일 수 있습니다. 애초에 목적형, 특히 정기적 구매의 거점이 되기 쉽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그 벽을 넘어야 다음 레벨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이번 10% 적립이 일회성 구매로 이끄는 장치였다면, 그다음으로 필요한 건 습관을 만드는 장치입니다.  토스쇼핑이 이 퍼즐을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보는 일, 꽤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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