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느 날 갑자기 로켓배송이 한 박스로 오기 시작했다
2025.07.24 09:15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쿠팡 로켓 배송의 최근 변화 이면에 숨겨진, 전체 전략 및 사업 구조의 변화에 대해 살펴 봅니다. 과연 이것이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확인해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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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7월 2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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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뭔가 달라지지 않았나요?
혹시 요즘 쿠팡 로켓배송이 뭔가 달라졌다고 느끼셨나요? 최근 물류 현장에서는 쿠팡이 무리하게 상자 사이즈를 키우고 있다며 말들이 많습니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변화는 꽤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 도입된 ‘MPB6·7’과 ‘헤비박스’라는 포장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크거나 무거운 물건을 담기 위해 만들어진 이 박스들은 최대 30kg까지도 한 상자에 담아 배송할 수 있다고 하죠.
지난 4월부터 ‘로켓그로스’ 상품에 ‘자동 번들’ 기능이 적용된 것도 같은 맥락의 일입니다. 기존에는 상품 수량과 상관없이 개별 포장되던 구조였는데요. 이제는 2개, 3개씩 사면 자동으로 묶어서 한 상자에 담기는 방식으로 바뀐 겁니다. 특히 이 기능은 원래 쿠팡 직매입 상품에만 적용되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외부 판매자 상품까지 확대되고 있는 거죠.
쿠팡을 초창기부터 이용했던 분들이라면, 예전엔 주문한 상품마다 각각 다른 박스로 도착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다른 커머스들이 한 박스에 최대한 모아서 보내던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죠. 업계에서는 이를 ‘합포장’이라고 부르는데요.
쿠팡이 이 합포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이유는, 지금 이들이 추구하는 전략과 처한 상황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비용 절감을 위함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쿠팡이 최근 들어 합포장에 진심이 된 이유는 결국 ‘비용 절감’ 때문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쿠팡의 배송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켓배송이 처음 도입된 이후로, 실제 배송은 주로 쿠팡의 직고용 인력인 ‘쿠팡친구(이하 쿠친)’가 담당해 왔습니다. 예전에는 ‘쿠팡맨’이라고 불리던 이들은 쿠팡 초기 흥행의 주역이기도 했죠. 다른 커머스에선 보기 어려운,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직접 고용하고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쿠팡이 오랫동안 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일반 택배사에 비해 처리 물량이 적다 보니 건당 비용이 높았는데요. 한 증권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쿠팡의 배송 단가는 약 7,000원으로, 업계 상위 택배사의 평균 단가인 2,000원대와 비교하면 무려 세 배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쿠팡의 최우선 과제는 ‘물량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조건 없는 무료 배송을 내세우고, 이후에는 와우 멤버십을 도입해 로켓배송 사용률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CJ대한통운을 제치고 택배 업계 1위 자리에 올랐고요. 물량 증가로 인해 배송 단가도 기존 택배사 수준, 혹은 그 이하까지 내려가면서 쿠팡은 드디어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고용 인력만으로 모든 주문을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주문량이 계절이나 시기, 심지어 요일 마다도 크게 달라지는 특성상, 더 유연한 구조가 필요했죠. 그래서 도입된 것이 ‘쿠팡 퀵플렉스’입니다. 이는 기존 택배사처럼 대리점을 통한 외주 방식으로 운영되며, 2022년 초 도입 이후 점차 그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구조 변화는 자연스럽게 ‘합포장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쿠친은 한 명이 몇 박스를 들고 가든 급여가 동일하기 때문에 상자 수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퀵플렉스는 ‘박스당 특정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즉, 배송 박스 수가 많을수록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에, 박스를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 거죠. 그래서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합포장을 확대하고 있는 겁니다.
약점이 생긴다는 뜻일지도요
일각에서는 이런
쿠팡의 합포장 확대 흐름이 전체 택배 업계로 퍼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만약 쿠팡이 이 방식으로 의미 있는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다면, 경쟁사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다만 구조적으로 봤을 땐, 택배사들이 쿠팡처럼 합포장을 밀어붙이긴 어렵습니다. 쿠팡은 자체 창고에 재고를 보관하고, 주문도 단일 플랫폼을 통해 받는 구조입니다. 반면 경쟁사들은 창고도, 판매 채널도 각기 다르다 보니 합포장을 통한 효율을 만들기가 쉽지 않죠. 결국 쿠팡의 합포장은 내부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다른 한편으론, 경쟁사들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이던 시절 쿠팡이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었던 건, ‘직접 운영’을 통한 세심한 서비스 덕분이었습니다. 크게는 익일배송을 업계의 표준으로 만들었고, 작게는 쿠친들이 고객에게 남긴 손 편지가 화제가 된 것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지금의 쿠팡은 효율을 위해 외주 비중을 늘리고 있고,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신 과거의 뾰족함은 점점 옅어지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배송 외 영역에서도 감지됩니다. 예전에는 와우 멤버십 하나로 모든 차별화 혜택을 제공했다면, 최근엔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추가하며 ‘스포츠 플러스’라는 별도 상품이 붙는 식으로 변했죠.
CGV와 협업하는 등 모든 걸 직접 하던 방식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고요. 한마디로, 이전만큼 빠르고 일관된 전략을 펼치기엔 구조가 복잡해진 겁니다.
물론 당분간은 쿠팡을 정면에서 이길 플레이어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분야에서 뾰족한 전문성을 갖춘 버티컬 커머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쿠팡의 경쟁자들이 더욱 날카로운 포지션과 차별화된 경험으로 고객을 공략한다면 말이죠. 그리고 그런 시도가 충분히 모이고 치열해진다면, 지금까진 거침없이 달려오던 쿠팡도 언젠가는 숨 고르기에 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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