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버즈빌의 매거진

AI의 시대, 클릭 이후를 설계하는 마케팅

(주)버즈빌

2025.06.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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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비 마케팅 예산은 30% 더 썼는데, 매출은 7% 늘어서 미치겠어..."




무신사가 최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작년에 매출 1조 원을 넘기며 업계 1위를 지켰던 기업이라 더 놀라운 소식이었죠. "아니, 매출 잘 나오던 기업이 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케터라면 이 위기감에 왠지 낯설지 않은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 예산 압박, 그리고 예전 같지 않은 퍼포먼스. 매일 노출 수 120만, CTR 2.3%, ROAS 165% 같은 그럴듯한 숫자를 보지만, 마음은 점점 불안해집니다. "이 수치들이 과연 진짜 성과를 말해주는 걸까?", "이 돈 써서 이게 최선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도는 요즘이죠.



AI가 다해주면, 나는 뭐 해...?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이제 AI가 자동으로 만들어주고, 타겟팅도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대신합니다. 그리고 성과가 떨어질 때마다 답을 구하다 보면 돌아오는 피드백은 늘 비슷합니다. “예산을 늘리세요”, “퍼널을 더 짧게 만들면 됩니다.” 넘쳐나는 웨비나의 레슨런도 다 엇비슷합니다. 가이드대로 마케팅을 이어나가더라도, 한끝의 디테일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종종 들게 됩니다.

우리는 더 많은 광고비를 쓰고 있는데, 효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명징한 사실도 불안감에 불을 지핍니다. Statista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디지털 광고 지출은 7.8% 증가했지만, 전체 전환율은 오히려 3.1%에서 2.5%로 하락했습니다. 결국, 이제 마케터라는 일의 본질, 마케터의 R&R부터 새롭게 정의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임프레션(Impression) → 클릭(Click) → 전환(Conversion)’이라는 단순한 퍼널 프레임 안에 머물러있지만, 유저의 행동 방식은 달라졌습니다.

유저들은 광고인지 아닌지 모르게 제품을 발견하고(때론 광고인 걸 느끼면서도 광고를 '추천'으로서 활용하며), 구매까지 도달하는 시대가 됐어요. 틱톡에서 본 제품을 쿠팡에서 바로 주문하고, 유튜브 쇼츠의 짧은 게임 영상을 보면 앱스토어로 바로 넘어가는 게 요즘 유저의 일상이죠. 브랜드와의 첫 접점이 광고인지 콘텐츠인지 가르마를 타기엔 더더욱 어려워졌고, 구매 여정은 점점 더 비선형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과거엔 광고를 보여주고(Impression), 클릭을 유도하는 것(CTR)이 최선이었다면, 이제는 클릭 이후 유저가 우리 브랜드와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여정을 거쳐서 결국 팬이 되는지 '설계'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졌다고 느낍니다.




클릭 이후를 설계하면 대박..? 스타벅스의 앱

전환이 더 이상 광고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스타벅스 앱입니다. 너무 흔하고 오래된 예시지만, 스타벅스 앱의 충성도나 앱의 경험을 살펴볼수록 이 사례는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별을 모으고, 미션을 깨고, 랭킹을 올리고... 마치 게임처럼 유저를 머물게 합니다.

스타벅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 번 구매'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광고 보고 앱을 깔고 주문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계속 앱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짚어냈습니다. 스타벅스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의 평균 구매 빈도는 비회원보다 무려 3배 이상 높습니다. 단순 광고 효율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에 임팩트를 준 것입니다.



<스타벅스, 프리퀀시로 재방문 50%를 향상시킨 마케팅 비결은?>, 버클 공식블로그 참조


유입 이후를 보는 것, 틱톡 VS 구글

유입 채널만 보고 성과를 판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버즈빌이 직접 진행한 게임마 케터와의 인터뷰에서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캐주얼 게임사 A는 틱톡 광고로 온 유저와 구글로 데려온 유저의 D1리텐션을 확인했더니, 구글은 44%, 틱톡은 37% 정도로 언뜻 보면 엇비슷했습니다. D3일까지의 관찰에서도 이 갭은 거의 유사하게 유지되었습니다. 그런데, D7부터 급격하게 리텐션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구글 유저는 6%로 뚝 떨어졌는데, 틱톡 유저는 13%에 머물러있었습니다.

게임의 특성과 광고 집행 시 타겟팅의 차이가 이러한 차이에 기여한 것도 맞지만, 근본적으로는 매체의 특성에서도 기인했습니다. 즉, 게임과 매체의 핏이 리텐션의 차이를 만든 셈입니다.


• 구글 유저: '목적'을 갖고 키워드 검색으로 인입된 유저입니다. 취향에 맞는 게임을 검색해서 들어온 유저니, 초반의 이탈률은 높지 않고 열심히 플레이하죠. 그런데, 처음부터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인지 일주일 이후엔 우후죽순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 틱톡 유저: 이들은 '우연히 발견'한 경우가 다수였습니다. 짧은 영상으로 틱톡을 보다가 어? 재밌겠는데? 하고 들어온 거죠. 처음부터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에 작은 재미에도 쉽게 만족하고 초반엔 숫자가 낮더라도 비교적 오래 머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러한 레슨런마저도 모든 캠페인에, 모든 게임에 동일하게 통용될 수도 없습니다. 게임바이게임, 캠페인바이캠페인으로 매번 새로운 구조 속에서의 매체 테스트가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오직 이러한 사례를 통해 주지하고 있어야 하는 사실은 유입 채널별로 유저의 '유입 동기'와 '여정'이 다르다면, 평가 지표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AI 시대의 마케터, 우리의 역할을 찾아서

이제 마케터는 단순한 '퍼포먼서'가 아니라, 디지털 여정의 기획자에 가까워졌습니다. AI는 클릭률 높은 소재를 자동으로 골라주고, 비슷한 유저를 찾아 타겟팅까지 해주지만, 그 이후 유저가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 순간 이탈할지, 무엇에 반응해 다시 돌아올지는 여전히 사람이 설계하고 추론해야 할 영역입니다.

결국 사용자의 행동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해졌습니다. 데이터를 읽을 줄 아는 마케터는 많지만, 그 데이터를 유저의 감정과 맥락 속에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마케터들이 이런 질문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구간은 어디일까?
  • 어떤 순간에 유저가 피로감을 느낄까?
  • 리텐션이 높은 채널은, 어떤 유입 동기를 갖고 들어온 걸까?
  • 보상을 주는 시점은 적절한가? 타이밍을 바꿔보면 어떻게 달라질까?

이 질문들은 단순한 전환율 보고서에서 읽을 수 없죠. 크로스채널 퍼널, 이벤트 로그, 반복 구매자 행동 패턴, 이 모든 데이터를 조합해서 사용자의 심리와 행동을 꿰뚫는 통찰이 필요합니다. 이제 마케터의 일은 광고 캠페인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서, 데이터에 기반해 브랜드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때로는 마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처럼 말이죠.



Spotify의 ML엔지니어의 분석, 마케터가 따라갈 수 있을까

최근 3년 사이에 ML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종은 어떤 의미에서 마케터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Spotify의 흥미로운 데이터 하나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Spotify의 ML엔지니어, Guilherme Dinis, Jr.가 석사 논문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무료 계정 신규 가입자들이 이탈할 확률이 가입 후 2주 시점에 가장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첫 주 사용 패턴만 보고도 2주 차 이탈 여부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Spotify는 첫 주를 이벤트 히스토리(관찰 구간)로, 둘째 주를 성과 구간(예측 대상)으로 설정해서 예측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즉, 첫 주 동안 얼마나 음악을 들었는지, 어떤 장르를 선호하는지, 플레이리스트를 저장했는지 등의 행동 데이터로 둘째 주 이탈 여부를 미리 감지하는 거죠.

넷플릭스의 이탈 예측 알고리즘 또한 ML에 마케팅이라는 역할에 어디까지 관여하고, 무엇까지 개선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는 유저 개개인의 시청 패턴, 에피소드별 머무는 시간, 되감기나 다시 보기, 기기유형 등의 모든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하여 24시간마다 개인에게 보여주는 추천 카탈로그를 업데이트합니다. 그리고 이 초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은 넷플릭스를 전 세계 1위라는 단단한 타이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마케터의 일자리, 당신은 안녕한가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영역은 명백하게 마케팅 안쪽으로 깊게 들어와 있습니다. 예전에는 "CTR이 3%네요, 좋은 성과입니다"로 끝났다면, 이제는 "CTR 3%의 유저들이 3일 후에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7일 후엔 얼마나 머무는지, 그리고 그 패턴이 다른 코호트와 어떻게 다른지"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마케터로서는 일자리의 불안함마저 느껴집니다. 저 또한 파이썬과 SQL을 공부하며, 이러다 5년 뒤에 내가 할 일은 없어지는 거 아닌가란 고민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데이터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숫자와 숫자 사이의 맥락을 읽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점입니다.

<Marketing Analyst vs Data Scientist: What's the main difference?>, consultyasser

Spotify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면 "첫 주에 5곡 이상 저장한 유저의 2주 차 잔존율이 78%"라는 팩트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 우리가 첫 주에 유저들이 곡을 저장하도록 어떤 경험을 설계해야 할까? 푸시 알림을 보낼까, 인앱 팝업을 띄울까, 아니면 아예 온보딩 플로우를 바꿀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건 마케터의 영역이죠.

예를 들어, 게임사에서 "레벨 5에서 이탈률이 급증한다"는 데이터를 받았다고 해봅시다. 수많은 AI 분석 솔루션은 "레벨 5 보상을 늘리세요"라고 가이드를 줄 것입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레벨 5 달성 유저의 이후 행동 패턴을 분석해 보니 A, B, C 특징이 있습니다"라고 말할 거고요. 하지만 마케터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레벨 4에서 5로 가는 구간이 지루한 걸까? 아니면 갑자기 어려워지는 걸까? 유저들이 레벨 5에서 기대했던 것과 실제 경험이 달랐던 걸까?" 이런 '왜'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추가 데이터를 요청하거나 직접 유저 인터뷰를 진행하는 거죠.

실제로 버즈빌에서 만난 게임 마케터분은 이런 얘기를 전하더군요. "데이터로는 레벨 8에서 이탈이 많다고 나왔는데, 실제로 게임을 직접 해보니 레벨 7에서 8로 넘어가는 미션이 너무 단조로웠어요. 그래서 레벨 8 보상을 늘리는 게 아니라, 레벨 7의 재미 요소를 추가했더니 이탈률이 30% 개선됐어요."



포스트임프레션 시대의 마케터가 되려면

결국, 포스트임프레션 시대의 마케터는 데이터와 인간 행동 사이의 '통역사'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AI가 패턴을 찾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상관관계를 분석한다면, 마케터는 그 안에서 인간적인 동기와 감정을 읽어내야 하죠.

  • "D7 리텐션이 13%에요" → "이 13%의 유저들은 왜 머물렀을까? 어떤 순간에 재미를 느꼈을까?"
  • "재구매율이 40% 올랐어요" → "첫 구매 경험에서 뭔가 특별함을 느꼈을까? 그 감정을 다른 유저들에게도 줄 수 있을까?"
  • "틱톡 유저가 구글 유저보다 오래 머물러요" → "틱톡 유저들의 기대치가 낮아서일까, 아니면 발견의 즐거움이 있어서일까?"

이처럼 앞으로 마케터에게 남겨진 숙제는 광고 클릭 이후의 유저 여정, 데이터 패턴 뒤에 숨은 유저의 감정, 그리고 AI가 찾아낸 최적화 포인트를 '인간의 감정이 결합된 경험'으로 치환하면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등입니다.

노출과 클릭은 시작일 뿐입니다. 진짜 성과는 클릭 이후에 우리가 얼마나 섬세하게 유저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여정을 설계했느냐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우리를 뒤흔드는 경기 침체 속에서 마케터에게 주어진 숙제 또한, 매출 숫자와 유저의 실제 만족도 사이에 생긴 간극을 메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어떻게 인간적인 경험으로 만들어낼지는 여전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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