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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기술, 🖥양자 컴퓨터 시대의 막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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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과학, 안보까지 재편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양자 컴퓨팅이 이제 실험실을 넘어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유엔은 2025년을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로 선포했고, CES를 비롯한 글로벌 기술 무대에서 양자 컴퓨터는 가장 뜨거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제 양자 컴퓨팅은 미래 기술이 아닌 현실화의 문턱에 서 있다.

  

 



서버 룸에서 양자 컴퓨터와 양자 서버 네트워크를 구현한 3D 렌더링 이미지

 

 

  

미래 게임 체인저로 손꼽히는 양자 컴퓨팅

 

2025년은 ‘양자 컴퓨터 상용화 시대’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엔은 올해를 ‘세계 양자 과학 기술의 해’로 지정했고, CES 2025에서도 양자 컴퓨팅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CES에서 “실제 산업에 유용한 양자 컴퓨터 개발까지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신중론을 펼쳤지만, 이후 GTC 2025에서 기존 발언을 철회하고 GPU와 양자 연산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팅 생태계를 선언하며 전략을 선회했다.

 

단번에 이해하기엔 조금 어렵겠지만, 양자 컴퓨터에 세계가 이토록 기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천천히 개념을 따라가보자. 양자는 빛이나 전자와 같은 물리적 최소 단위를 의미한다. 이 미시 세계의 입자들은 고전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빛은 파동연속적 성질인 동시에 입자불연속적 성질로서의 특성을 지니며, 전자는 특정한 에너지 상태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의 두 가지 핵심 원리인 ‘중첩’과 ‘얽힘얽힘 현상’을 활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다. 고전 컴퓨터의 비트Bit는 0 또는 1의 값만 가질 수 있지만,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Qubit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로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중첩된 큐비트를 조합해 병렬적으로 연산함으로써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보다 압도적이라 할 만큼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2개 이상의 입자 상태가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입자 상태가 즉시 결정되는 현상이다. 양자 컴퓨터는 이 얽힘 현상을 활용해 큐비트 간에 고전적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상관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연산 효율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다. 이처럼 강력한 연산 능력으로 주목받는 양자 컴퓨팅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8조 9,155억 원에서 2031년에는 약 32조1,202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2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산 처리 속도가 빠른 만큼 양자 컴퓨팅 기술은 소비재, 신약 개발,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며 실용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캐나다 PFG는 디웨이브D-Wave의 솔루션을 통해 배송 스케줄링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화이자와 IBM은 약물과 단백질간 결합을 예측하는 양자화학 시뮬레이션을 공동 연구 중이고, 골드만삭스는 양자 알고리즘을 활용해 옵션 가격 책정 속도를 개선했다.

 

 

 

양자 컴퓨터 개발에 앞장서는 빅테크


양자 컴퓨팅 연구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기업간 경쟁은 2010년대 이후 본격화됐다. 글로벌 IT 기업은 지난 10여 년간 연구 개발을 이어왔고, 최근 1~2년 사이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IBM은 업계 선두 주자로, 2019년 27큐비트의 ‘팰컨’, 2020년 65큐비트의 ‘허밍버드’, 2021년 127큐비트의 ‘이글’을 차례로 발표하며 큐비트 수를 빠르게 확장했다. 2023년에는 1,121큐비트의 ‘콘도르’를 공개하며 1,000 큐비트 시대를 열었다. 구글은 2019년 53큐비트 ‘시커모어’로 양자 우월성을 선언했다. 2024년 말에는 105큐비트 칩 ‘윌로’를 공개해 수천 년 걸릴 계산을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가 단 5분 만에 수행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플랫폼 AWS 브래킷AWS Braket을 통해 다양한 양자 하드웨어 접속을 지원하며 시장에 진입했고, 2025년 2월 자체 양자 프로세서 ‘오셀롯’을 발표하며 하드웨어 경쟁에도 나섰다. 엔비디아는 GTC 2025에서 미국 보스턴에 양자 연구 센터NVAQC를 설립하고, GPU 기반 슈퍼 컴퓨터와 QPU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계획을 밝혔다.

 

현재 양자 컴퓨터는 단독으로 연산을 수행하기에는 오류율이 높고 한계도 존재한다. 이에 엔비디아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양자 오류를 실시간으로 보정하고, 계산 결과를 가속화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러한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컴퓨팅 방식은 최신 기술 트렌드로, 가까운 미래에 실용적 양자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수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1 미국 뉴욕주 IBM 와슨 리서치 센터에서 연구원이 최첨단 양자 컴퓨터 이글의 127큐비트 퀀텀 프로세서 칩을 살펴보는 모습 ©IBM

2 지난해 구글이 발표한 새로운 양자 컴퓨팅 칩 윌로는 양자 오류 수정과 성능 면에서 획기적 성과를 보였다. ©Google

 

 

 

주목받는 국내외 양자 컴퓨팅 기업

 

기존 빅테크 기업 외에도 양자 컴퓨팅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하며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온큐IonQ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 디웨이브 퀀텀D-Wave Quantum 등이 있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양자 기술 플랫폼을 바탕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아이온큐는 이온트랩 방식, 리게티는 초전도체 기반, 디웨이브는 양자어닐링 기술을 활용하며 서로 다른 기술 노선을 걷고 있다. 세 기업 모두 나스닥에 상장하며 상업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아이온큐, 리게티 컴퓨팅, 디웨이브 퀀텀 등의 기업은 각기 다른 양자 기술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양자 컴퓨팅 산업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LG전자는 IBM 퀀텀 네트워크에 가입한 뒤 스마트 팩토리,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양자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스타트업 SDT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다양한 물리 플랫폼과 호환되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2025년에는 말레이시아와 수출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섰다. 또한 OQT는 미국의 큐에라 컴퓨팅QuEra Computing 출신 전문가들이 설립한 중성원자 기반 양자 프로세서 스타트업으로, 학계 중심이던 양자 연구가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 선점 위한 각국의 움직임


양자 컴퓨팅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미국, 중국, 유럽 각국 등 주요국이 앞다퉈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각국은 수조 원대 예산을 투입해 연구 개발과 인력 양성, 기술 상용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미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법NQI Act’을 제정하고, 2019년 양자 정보 과학을 전략 기술로 지정했다. 2022년에는 백악관 산하에 전담 위원회를 설치해 양자 컴퓨팅·통신·센서 등 전 분야에 대한 연구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양자 통신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양자 통신 위성 ‘묵자호’를 발사해 위성과 지상 간 4,600km 거리의 양자 암호 통신에 성공했으며, 2020년에는 자국 양자 컴퓨터를 통해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달성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부 차원의 투자 규모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후난성에 약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국립 양자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는 등 미국에 필적하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매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정부의 양자 기술 투자 계획은 420억 달러약 60조 원에 달하며, 한국을 비롯한 독일·영국·인도 등도 전략 기술로 인식하고 투자를 확대 중이다. 한국은 2025년 양자 기술 예산을 1,980억 원으로 확대했으며, 2032년까지 1,000큐비트 양자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이 가져올 변화를 일상에서 바로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 상용화하는 데까지 극복해야 할 기술적 한계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건 실패를 거듭하고 오류를 해결해가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패의 데이터가 쌓일수록 결과는 더욱더 정교해지기 마련이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이 총력을 기울이며 기술적 돌파구와 전략적 우위를 동시에 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가 먼저 의미 있는 양자 우위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산업 지형과 국가 경쟁력은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

 

 

글. 윤지원(SD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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