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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5월 07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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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자리했습니다
프로야구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JTBC 예능 <최강야구>의 인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은퇴한 선수들이 승률 7할을 목표로 경기에 도전하며 프로그램의 존속을 걸고 싸운다는 콘셉트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죠.
더욱이 은퇴선수 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포지션에는 프로 입단을 노리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합류했고요. 이들과 맞붙는 고교·대학 팀의 유망주들도 덩달아 새롭게 조명되면서 KBO 리그 전체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최강야구>의 제작을 맡았던 장시원 PD의 스튜디오 C1과 방송사 JTBC 사이에 제작비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시즌 4 계약은 결렬되고 맙니다. JTBC는 자체 제작으로 시즌 4 방영을 강행했고, 이에 맞서 스튜디오 C1은 기존 출연진을 이어가는 <불꽃야구>를 유튜브로 론칭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죠.
그리고 지난 5월 5일, <불꽃야구>는 유튜브 단독 스트리밍으로 첫 방송을 공개합니다. 동시 시청자 수는 무려 13만 명에 달했고, 공개 이후 24시간도 안되어 영상 조회 수는 150만 회를 넘기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애초 <최강야구> 자체가 제작비가 상당한 예능이었고, 현재 법적 분쟁 중이라 새로운 방송사나 OTT 플랫폼과의 계약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죠.
물론 <불꽃야구>와 <최강야구>의 향방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일단은 법적 공방의 결과가 가장 큰 변수겠죠. 하지만 만약 <불꽃야구>가 이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자생력을 증명해 낸다면, 한국 콘텐츠 산업, 더 나아가 전체 스포츠 시장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스타트업이 리그를 만듭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미디어 스타트업이 직접 스포츠 리그를 만들고, 그 리그가 흥행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오버타임(Overtime)이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버타임은 원래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 농구 경기 장면을 클립 콘텐츠로 만들어 유통하던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경기 하이라이트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해, 유망 선수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오리지널 시리즈도 제작하고, 굿즈 판매를 병행하며 커머스까지 확장했죠.
그러던 중 2021년, 오버타임은 아예 농구 리그를 직접 만들기로 합니다. 이미 NBA가 있는 나라에서 왜 새로운 리그가 필요했을까요? 이유는 ‘선수 수급 구조’에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1년이 지나야 NBA에 진출할 수 있는데요, 그 사이 대부분 대학 농구 리그에 참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학업 부담이 크고, 급여도 거의 없는 환경이 문제였던 겁니다.

오버타임이 만든 ‘오버타임 엘리트(Overtime Elite)’는 이 과도기 단계에 있는 선수들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프로에 준하는 훈련과 급여를 제공하고, 오버타임의 7천만 팔로워에게 노출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까지 함께 제공했죠. 이 리그는 인기를 끌었고, 아마존에 중계권을 판매하며 아디다스 등 대형 스폰서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합니다. 콘텐츠 스타트업이 만든 리그가 스포츠 생태계를 새롭게 열어간 사례인 셈인 셈이죠.
<불꽃야구>도 어쩌면 이런 가능성을 품고 있는 프로젝트일지도 모릅니다. 기존 프로야구 중계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콘텐츠 실험을 통해 팬층을 넓히고 있고, 그동안 노출 기회조차 없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스타가 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고 있으니까요. 물론 단일팀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있지만, 콘텐츠 기반 팬덤과 스폰서십을 결합해 방송사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가능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화면 밖으로 나가야 됩니다
<불꽃야구>가 기존 스포츠 콘텐츠와 가장 달랐던 점은 ‘현장 경험’의 확장에 있습니다. <최강야구> 시절부터 고척돔, 잠실야구장 등 대형 구장을 연달아 매진시키며 단순한 방송을 넘어 ‘직관 콘텐츠’로서 확실한 팬덤을 증명해 냈죠. 실제로 전 시즌을 통틀어 17회 연속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 현장 매출만으로도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고, 여기에 유니폼과 캐릭터 굿즈 등 커머스 영역까지 확대되며 수익 모델도 빠르게 다각화됐습니다. <최강야구> 굿즈를 맡았던 형지엘리트는 해당 프로젝트 덕분에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11일간의 팝업스토어에선 4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죠. 콘텐츠 제작비가 갈수록 높아지는 지금, 커머스 확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강야구>는 콘텐츠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힐 만했던 거죠.
만약 시청률에만 의존했다면 독자 생존 가능성은 훨씬 낮았을 겁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경험으로 고객 접점을 확장하고, 이를 커머스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한 구조 덕분에 <불꽃야구>는 법적 리스크만 해소된다면 여전히 주목할 만한 새로운 모델로 남을 수 있습니다.
최근 콘텐츠 시장의 흐름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국내 영화 산업은 아직 코로나 이전 관객 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프로야구를 비롯한 프로 스포츠는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죠. 이에 발맞춰 티빙은 KBO 중계권을, 쿠팡플레이는 K리그와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확보했으며,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도 글로벌 스포츠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 중입니다. 현장성과 라이브성이 결합된 콘텐츠가 얼마나 강력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그 흐름이 다시 한번 입증되고 있는 셈입니다.
<불꽃야구>는 지금 그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이 콘텐츠를 넘어 현장을 설계하고, 커머스로까지 확장해 나가는 이 실험. 이제는 우리가 그 가능성을 조금 더 진지하게 지켜볼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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