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은 영상의 문법이자 연출의 핵심입니다. 인물의 감정, 장면의 분위기, 이야기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샷의 종류와 각 샷이 가진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오늘은 꼭 알아야 할 영상 샷 7가지를 다양한 작품 속 장면과 함께 소개해 드릴게요.
공간에 주목도를 높이는 샷 2종
1️⃣ 롱샷
아래 4가지 이미지 구성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빙판 위에 서 있는 남성, 무너진 도시를 배경으로 싸우는 히어로, 배 모서리 한편에 올라탄 커플 등… 이렇게인물과 배경이 함께 담겨있는 구도를 롱샷이라고 하는데요. 인물의 위치나 공간적 맥락을 설명할 때 사용해요. 한 장면의 막을 여는설정샷으로도 자주 쓰인답니다.
설정샷 (Establishing Shot)이란?
장면의 배경, 위치, 시간, 분위기 등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지에 대한 시각적인 설명을 담은 샷이에요. 3번 이미지로 예를 들자면 바다, 크루즈, 일몰, 로맨틱한 분위기 등이 설정샷을 이루는 구성이죠. 보통 시퀀스의 시작에 등장하여 시청자에게 정보를 선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1번 이미지는 영화 하얼빈의 오프닝 장면으로, 꽁꽁 얼어붙은 두만강 위를 위태롭게 걷고 있는 안중근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보통의 역사 영화들은 카메라의 무빙이나 연출이 다소 극적인 편인데요. 하얼빈은 한 걸음 뒤에서인물을 둘러싼 ‘두만강’이라는 공간과 무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인간 안중근의 고뇌와 외로움을 오프닝에서부터 잘 풀어내었죠.
2️⃣ 익스트림 롱샷
다음은롱샷보다 더 넓은 화각에서 구도를 잡는 익스트림 롱샷입니다. 주로 자연, 도시의 웅장함이나 고립감을 강조하는데요. 자연과의 대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인물은 아주 조그맣게 나오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인터스텔라, 듄과 같은 거대한 규모의 SF 영화의 경우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아요. 이런 작품 내에서 CG의 목적은자연의 압도감과 불가항력을 더욱 높은 퀄리티로 전달하기 위함인데요. 그렇기에 끝이 안 보이는 사막, 무너지는 도시의 건물들, 해일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익스트림 롱샷이에요.
인물에 집중하는 샷 5종
3️⃣ 풀샷
롱샷은 공간 안의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면,풀샷은 인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롱샷에 비해 구도의 전체 프레임을 전신으로 꽉 채우고 인물 자체에 더 집중하죠.
앞서 소개한 하얼빈의 롱샷에서는 안중근이 ‘걷는 것’보다 ‘두만강’ 위에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애초에 배경까지 넉넉히 포함하는 것은 인물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기 위함이에요. 반면 풀샷의 경우 공간보다는 ‘남녀가 함께 뛰는 것’, ‘어딘가를 응시하는 것’과 같이 인물의 액션이나 제스처에 의미를 두죠.
롱샷과 풀샷의 공통점이라면주로 인물 간의 액션이나 댄스 등 동적인 움직임을 잡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혼용한 적절한 예시로 일본 피겨 스케이트 선수하뉴 유즈루의 쇼트 프로그램 영상을 가져왔어요. 피겨는 손부터 발끝까지 몸을 골고루 쓰기에 롱샷과 풀샷을 골고루 섞어 쓴 것이 특징입니다. 시트 스핀의 경우 전신을 잡았다가도, 점프를 뛸 때나 스텝 시퀀스를 밟을 때는 카메라가 좀 더 멀어져요.
4️⃣ 미디엄샷
풀샷이 인물의 전신을 담는다면,미디엄샷은 머리부터 허리까지 상반신을 담습니다. 에디터는 미디엄샷에서 가장 편안한 느낌을 받는데요. 당연하게도 시각, 정보 전달의 면에서 가장 균형 잡힌 구도이기 때문입니다. 대사나 손짓을 적절히 보여줄 수 있어 흔히인물 간 대화 장면에 자주 쓰여요. 부담 없이 인물들의 감정 파악이 가능하고, 풀샷이나 클로즈업으로의 컷 전환이 매끄럽습니다.
5️⃣ 오버 더 숄더 샷
다음으로는 얼핏 보기엔 미디엄샷과 비슷한오버 더 숄더(Over the Shoulder Shot) 샷입니다. 인물 간 대화나 상호작용에서 쓰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카메라의 위치나 의도에 차이가 있어요.
이는 한 인물의 어깨 너머로 다른 인물을 촬영하기 때문에 오버 더 숄더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위의 두 이미지처럼 카메라가 한 인물의 뒤에 위치한 채로 건너편의 인물에 초점을 맞춥니다.
미디엄샷에서는 단순히 대화를 한다면, 오버 더 숄더샷은관계에서 생기는 긴장감이나 심리적 거리에 집중해요. 실제로 미디엄샷 내에서 대화하는 인물들의 표정은 대부분 다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샷에서는 다른 한 명의 표정은 볼 수 없어요. 따라서 감정 이입 대상은 현재 포커싱된 인물이 됩니다.
6️⃣ 클로즈업
다음은인물의 얼굴이 프레임의 대부분을 채우는 클로즈업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 비주얼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구도인데요. 실제로 음악 방송에서 일명 ‘얼빡 직캠’이라는 영상 시리즈를 따로 낼 만큼 수요가 엄청나기도 합니다. 표정 연기, 오늘의 메이크업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등 가까이서 보고 싶은 요소가 있는 것이죠.
이처럼 클로즈업은피사체 외 다른 정보는 거의 없고, 시선이 온전히 그 대상에 집중됩니다. 미세한 표정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인물의 감정을 깊이 전달할 수 있죠.
7️⃣ 익스트림 클로즈업
마지막으로는 클로즈업보다 더 가까운 구도의익스트림 클로즈업입니다. 눈동자, 손가락, 사물의 글씨, 작게 숨겨진 부분 등의 요소를 더욱 디테일하게 보여주죠. 이를 잘 활용하면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장치로서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1번 이미지는 넷플릭스 ‘에놀라 홈즈’ 속 한 장면인데요.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 사라진 어머니를 찾는 추리물인 만큼, 주인공이 찾는 어머니의 흔적들은 아주 중요한 소품이 되겠죠. 이처럼특정 사물은 사건의 단서나 해결의 실마리일 때가 많습니다.
시청자가 이를 놓치면 이야기에 흥미를 잃거나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따라서 제작자의 의도대로 따라오게 하려면,전개에 필요한 부분들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잡아 반드시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 영상은NJZ의 ‘Hurt’ 뮤직비디오입니다. 아트디렉터 민희진으로서의 감각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죠.클로즈업을 사용하여 아티스트의 얼굴 전체, 시선 처리, 표정 변화 등을 여유 있게 잡아냈는데요. 눈, 입술만 프레임에 둔익스트림 클로즈업 샷도 종종 보입니다.
민희진은 팬들의 니즈를 채워주면서도, 짝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담은 노래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이처럼 클로즈업이 들어간 구도를 사용하면디테일한 감정 전달과 표현이 가능해요. 마치 직접 대화하고 교감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시청자는 결국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영상을 느끼고 이해하기 때문에, 각 구도의 특징을 잘 숙지하여 적절히 활용하면 같은 장면도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어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스크롤을 내리며 점점 가까워지는 사진의 구도 차이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