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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이재훈

2025.04.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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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줄요약!

1. ChatGPT 출시 이후 구글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듣고 있어요. 
2. 그러나 Veo2, Ironwood 등을 출시하며 다시금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어요.
3. A2A Protocol을 통해 AI 생태계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요.


 

AI 산업은 변화의 폭과 속도가 매우 빠른 분야입니다. 기술적 돌파구 하나로 기업의 위상이 급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혁신이 시장 질서를 순식간에 뒤흔들기도 합니다. 한때 알파고를 필두로 AI 분야의 독보적 강자로 군림했던 구글 역시, 2022년 말 등장한 ChatGPT로 인해 그 위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 OpenAI는 매 업데이트마다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기며 구글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고, 자연스럽게 '구글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따라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를 보면, 폼은 일시적일 수 있어도 클래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특히 AI 기술 진화, 생태계의 재편 그리고 칩 기반 인프라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시 한번 구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오늘은 구글이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준비해 온 이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Veo 2, AI 기술의 진화

최근 AI 기술의 전반적인 성능은 점차 평준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데이터의 한계와 알고리즘 혁신의 속도 둔화로 인해, 이제는 한 기업이 독주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인데요. 중국의 딥시크와 같은 기업들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AI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성능 그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였다면, 이제는 평준화된 성능 위에 누가 더 나은 가성비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제공한다면, 더 저렴한 비용의 서비스가 경쟁력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편집 : 작가


그런 의미에서 구글이 새롭게 출시한 '제미나이 2.5 플래시'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주도권을 거머쥐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제미나이 2.5 플래시는 사용자가 추론 모드와 비추론 모드를 선택해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하이브리드형 모델인데요. 비추론 모드로 사용할 경우 비슷한 성능을 지닌 OpenAI o4 mini 모델에 비해 최대 7.3배 저렴한 비용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성비 AI'로 주목받았던 딥시크 R1 모델보다도 저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추론 모드를 활성화할 경우 출력 비용은 R1 모델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지만, 비추론 모드를 병행해 활용하면 전체적인 비용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특히 입력 비용이 압도적으로 낮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면 경량형 모델 시장에서 사실상 최강의 가성비를 갖춘 모델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AI 경쟁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생성형 AI 서비스의 가장 큰 화두는 멀티모달 능력인데요. 단순히 텍스트 생성에 그치지 않고, 이미지와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는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죠. 


출처 : 구글 딥마인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구글은 한동안 영상 생성 분야에서 OpenAI의 SORA에 밀리며 자존심을 구겨야 했지만, 최근 'Veo-2.0-generate-001'를 정식 출시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Veo 2는 4K 해상도로 2분가량의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데요. 해상도와 영상 길이 등 다양한 벤치 마크 지표에서 SORA를 뛰어넘는 모습이며, 특히 물리적 요소에 대한 이해도에서 매우 우수한 성능을 보이며 구글의 AI 역량을 한층 더 부각시켜 주고 있습니다.

 

A2A, AI 생태계 재편

지금까지 AI 서비스는 각 기업의 플랫폼 안에 고립된 형태로 발전해 왔습니다. 서로 다른 모델과 에이전트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구조였죠.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결국 AI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한계로 작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는 달라질 전망입니다.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에 특화된 에이전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대가 다가올 예정인데요. 이 새로운 생태계를 설계하고 있는 곳이 바로 구글입니다. 

구글은 이를 위해 A2A(Agent-to-Agent) 프로토콜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안했습니다. A2A는 서로 다른 플랫폼, 서로 다른 기업이 만든 AI 에이전트들이 통일된 방식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오픈 프로토콜입니다. 단일한 거대 모델이 모든 작업을 처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앞으로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에이전트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네트워크형 AI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과거 인터넷이 통신 프로토콜(IP) 하나로 세계를 연결했던 것처럼, A2A는 AI 생태계의 새로운 연결 고리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생성 : ChatGPT-4o

특히 구글이 A2A를 폐쇄형이 아닌 오픈형으로 설계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특정 기업의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넓히려는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 AI 산업 전체를 설계하고 주도하려는 큰 그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구글은 이미 지난 수십 년간 검색, 광고,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유튜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플랫폼을 설계하고 운영해 온 경험이 있습니다. 단일 서비스를 넘어, 수십 억 명의 사용자와 수백만 개발자가 참여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조직적 역량을 꾸준히 쌓아온 것인데요. 이는 OpenAI처럼 비교적 최근에 성장한 기업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즉, 구글이 AI 생태계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자신만의 클래스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Ironwood, TPU 기반 인프라 혁신

구글의 AI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자체 설계한 칩입니다. 실제로 AI 모델의 크기와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 인프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이에 구글은 수년간 칩 설계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 7세대 TPU(Tensor Processing Unis)인 '아이언우드(Ironwood)'를 공개하면서 AI 인프라 경쟁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었습니다. 

아이언우드는 구글 최초의 추론 전용 TPU로, 특히 대규모 AI 모델의 추론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TPU가 주로 모델 학습을 위한 연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아이언우드는 이미 학습이 끝난 모델이 실제 사용자 요청에 응답하는 과정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최대 9,216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여 운영할 수 있으며, 그 연산 성능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인 엘 카피탄의 24배(42.5 엑사플롭스)에 달합니다.


 
출처 : 구글 클라우드


단지 성능만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아이언우드는 메모리와 대역폭 측면에서도 큰 발전을 이루었는데요. 이전 세대 TPU인 트릴리움(Trillium)과 비교했을 때 메모리 용량은 6배, 대역폭은 4.5배 증가했습니다. 이는 쉽게 말해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며,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최신 AI 모델 운영에서도 높은 효율성을 제공합니다. 앞서 언급한 제미나이 2.5 플래시의 우수한 비용 경쟁력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구글은 클라우드, 칩, AI 모델까지 수직 통합된 구조를 갖추며, OpenAI+Azure 연합과는 다른 완전한 자립형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성능 경쟁을 넘어 장기적으로 AI 서비스의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전략적 포석이라 평가됩니다. 아이언우드의 등장은 구글이 AI 인프라라는 숨은 전장에서도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

한때 AI 시장을 주도했던 구글은 ChatGPT의 등장 이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의 행보를 보면, 폼은 일시적일 수 있어도 클래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기술 성능이 평준화되는 흐름 속에서 제미나이 2.5 플래시로 가성비 경쟁을 주도하고, Veo 2를 통해 멀티모달에서 기술적 저력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A2A 프로토콜을 통해 AI 생태계의 새로운 연결 방식을 제시했고, 보이지 않는 영역인 인프라에서는 아이언우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AI 산업은 앞으로도 치열한 변화를 거듭하겠지만, 결국 살아남는 것은 그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때로는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갑작스러운 OpenAI의 공세에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가지고 있는 클래스를 보여주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구글이야말로 진정한 강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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