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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은 왜 스스로 배를 가르려 할까?

이재훈

2025.04.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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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줄요약!

1. 배달의민족이 2024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어요.
2. 그러나 높은 수익만큼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반발도 커지고 있어요.
3. 단기 수익에 집중한 배민의 선택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이솝우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매일 아침 황금알을 하나씩 낳던 거위를 가진 한 농부가 있었는데, 욕심이 과해진 농부는 거위의 배 속에 더 많은 황금이 들어 있을 거라 믿고, 결국 거위의 배를 가르고 맙니다. 그 결과, 황금알도 거위도 모두 잃게 됩니다. 요즘 배달의민족을 보면서 어쩐지 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욕먹는 배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2024년 성적표는 대단했습니다. 전년 대비 26% 증가한 4조 3,2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입니다. 다만, 영업이익은 6,407억 원으로 집계되며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8% 감소했습니다. 무료 배달 경쟁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약 15%의 영업이익률로 준수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실적이 오를수록 시장의 반응은 점점 냉담해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 돈은 벌었지만, 그 돈은 어디로?
가장 큰 비판은 배민이 벌어들인 수익이 국내 배달 생태계에 재투자되기보다는 해외 본사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배민의 지분 100%를 보유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2023년 약 4,127억 원을 배당금으로 받아간데 이어, 2024년에는 자사주 소각 방식으로 약 5,400억 원을 환원받았습니다. 이는 영업이익의 약 84%에 해당되는 규모입니다. 국내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이 만들어낸 부가가치가 해외 주주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인해 점주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반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출처 : 배민외식업광장


- 벼룩의 간을 빼먹으랴?
여기에 최근 배민은 포장 주문에도 6.8%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고객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 음식을 찾아가는 경우에도 수수료를 받겠다는 방침입니다. 가뜩이나 배달 중개 수수료와 광고 비용으로 머리가 아픈 점주 입장에서는, 물류나 배달 인프라를 제공하지 않는 포장 주문에까지 수수료를 붙인다는 사실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경쟁업체인 쿠팡이츠가 포장 중개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더욱 거센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사장님들은 배민에 얼마를 내고 있을까?

글을 작성하면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배민의 수익은 대부분은 입점업체들이 지불하는 수수료와 광고비일 텐데, 그 금액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고요. 그래서 한 번 계산해 봤습니다.  

 
출처 : DART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영업수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입점업체들로부터 발생한 수익(중개 수수료, 광고, 결제대행 등)이 바로 '서비스매출'입니다. 그리고 이는 전체 매출의 약 82%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최근 B마트를 중심으로 하는 '상품매출'의 비중도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배민의 매출을 이끄는 주력은 입점업체에서 나오는 서비스매출인 것입니다.

참고로 디지넷코리아의 기사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배민의 입점업체 수는 32만 여곳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수치를 기반으로 평균 비용을 대략적으로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 연간 업체당 평균 비용 : 3조 5,598억 원 / 32만 개 = 약 1,112만 원
즉, 단순 계산으로 보면 입점업체 한 곳당 배민에 매년 약 1,100만 원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극도로 단순화된 추산입니다. 서비스매출에는 입점업체로부터 발생한 수익 외에도 다양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고, 입점업체 수 역시 2023년 말보다 더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모두 감안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입점업체가 플랫폼에 지불하는 비용 부담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왜 스스로 배를 가르려 할까?

앞서 살펴봤듯, 황금알은 입점업체(거위)가 낳고 있습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선호하는 대한민국의 소비 패턴을 고려할 때,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없지 않은 이상 배달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무리하지 않고 점주와 소비자 모두를 적절히 배려하기만 해도 황금알은 계속 나올 수 있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최근 배민의 행보를 보면 황금알을 더 많이, 더 빨리 낳으라고 거위를 협박하는 모양새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달비 부담을 둘러싼 논란입니다. 배달비 인상에 대한 소비자와 점주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 주도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발족됐는데요. 총 12회 차례의 회의를 거쳐 겨우 '상생 방안'을 도출했지만, 정작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상생 방안이 나왔음에도 자영업자 단체들이 배민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편집 : 작가)

 
상생 방안의 핵심은 그동안 일괄로 적용되던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업체별 매출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데에 있습니다. 이 조치는 매출이 낮은 소형 점포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었지만, 상위권 업체들에는 중개 수수료가 낮아진 대신 배달비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부담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포장 중개 수수료까지 받겠다고 하니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점주들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최근엔 배달비를 낮추는 대신, 그만큼을 음식 가격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배달비를 피하려고 포장을 선택했던 소비자들까지도 다시 부담을 느끼게 되는 구조가 됐습니다. 결국 일부 소비자들은 아예 배달 습관을 끊게 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배민도 이 위험을 모를 리 없다

흥미로운 점은 배민도 이러한 리스크를 모를 리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배민은 왜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수익성 강화에 매달리는 걸까요? 

가장 단순한 해석은 이렇습니다. 그동안의 데이터가 '이 전략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광고비와 중개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배민은 일시적으로 수수료를 낮추거나, 비용 구조를 살짝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동시에 배달 시장 자체가 꾸준히 확대되어 왔고, 소비자들은 아무리 불만을 품더라도 익숙한 플랫폼을 다시 찾는다는 경험적 확신도 있었을 것입니다. 

 

출처 : KBS 더 보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배민의 점유율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반대급부로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급등하고 있는데요. 특히 '쿠팡와우 멤버십'이라는 든든한 플랫폼 생태계를 등에 업은 쿠팡이츠는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이 같은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민 입장에서는 이 거센 추격을 막기 위해서는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데요. 배민은 어설픈 가격 경쟁 대신,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자는 판단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마치 전장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최대한 전리품을 챙기려는 모습처럼요.



배달의민족에 의해 사라지는 배달의민족

배민은 여전히 강력한 시장 지배자이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는 스스로 그 기반을 흔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입점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수수료 정책, 이익의 해외 유출, 그리고 상생 없는 상생 방안까지 겹치며 시장과 소비자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배달의민족'에 의해서 우리는 더 이상 '배달의민족'이 아니게 될 수 있습니다. 업계 1위의 영향력은 비단 자신들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배민도 '사장님 살핌기금'과 같은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이나, 라이더의 의료 생계비 및 대출 지원 등 지속 가능한 배달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장이 체감하는 실질적 변화는 미미하다는 반응이 많고, 이는 시장의 냉랭한 반응만 보더라도 충분히 드러납니다. 

플랫폼의 단기 수익 극대화와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배민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그 줄타기의 끝이 주목됩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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