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 이어 2위를 유지하던 점유율은 올해 3월 기준으로 쿠팡이츠에 자리를 내주었고, 그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배민과 양강 구도를 이어오던 요기요지만, 이제는 두 자릿수 점유율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골든타임
요기요는 2022년 1,116억 원의 적자에 이어, 작년에도 655억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큰 적자이지만, 적자 폭을 절반으로 줄이며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 올해에는 흑자 전환을 목표로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는데요. 그러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대규모 마케팅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렸으며, 동시에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 달성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요기요를 운영하고 있는 위대한상상은 GS리테일과 사모펀드가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요기요를 인수할 당시, 요기요는 30%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GS리테일이 보유한 강점(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을 접목하면 배민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약 3년이 지난 지금, 배민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쿠팡이츠의 공세에도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쿠팡과 딜리버리히어로라는 든든한 모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경쟁사들에 비해, 요기요의 현재 지분 구조로는 출혈 경쟁을 계속해서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인수 투자 비용 대비 높은 기업 가치에 엑시트하는 것이 목표인 사모펀드로서는 냉정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으며, GS리테일 역시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즉, 요기요에게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 기회
골든타임이 많이 남지 않은 요기요에게 8월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8월에는 '쿠팡와우 멤버십 인상(기존 회원)'과 '배민클럽 유료화'와 같은 큰 이벤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두 이벤트 모두 요기요에게는 호재로 작용하여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쿠팡와우 멤버십 인상 이벤트를 살펴보겠습니다. 쿠팡이츠는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는 쿠팡와우 멤버십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구독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쿠팡와우 멤버십의 회원들은 굳이 돈을 중복으로 지불하면서 배민이나 요기요를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인데요. 현재 4,990원의 비용으로 와우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회원들은 구독료가 7,890원으로 인상되는 8월에 이탈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곧 쿠팡이츠의 이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출처: 요기요
또한, 이탈한 와우 멤버십 회원들 중 상당수는 쿠팡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데요. 요기요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회원들에게 요기패스X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제휴는 탈쿠팡족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배민클럽의 유료화가 시간차 없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도 요기요 입장에서는 천운입니다. 만약 배민클럽의 무료화가 장기간 지속되었다면, 탈쿠팡족 중 배달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배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는데요. 하지만 배민클럽의 유료화가 8월 20일에 시작되면서, 고객들은 배민과 요기요의 구독료와 혜택을 비교하여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요기요 입장에서는 탈쿠팡족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요기요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중개 수수료 부분에서도 배민이 최근 수수료 인상을 발표하면서 요기요에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호재이자 악재
위에서 살펴봤듯 요기요에게 8월은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두 이벤트가 요기요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먼저, 쿠팡와우의 이탈 고객 수가 당초 예상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멤버십 인상 발표 당시 58%라는 높은 인상률로 인해 많은 이탈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증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신규 가입한 회원들은 인상된 금액인 7,890원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MAU가 늘어났다는 것은 여전히 구독료의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따라서 8월이 되더라도 기존 회원들의 이탈률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발생한 것도 요기요 입장에서는 악재입니다. 이커머스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믿을만한 이커머스로 고객이 몰리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산업 지형도가 재편성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쿠팡은 업계 1위라는 타이틀과 최근 흑자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 덕분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곧 쿠팡이츠의 호재이기도 합니다.
출처: 배달의민족
배민클럽의 유료화가 요기요에 호재인 것은 맞지만, 배민이 마냥 눈 뜨고 당하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초기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이탈을 막고 있는데요. 무료체험 기간에 구독하면 프로모션가(1,990원)를 이용할 수 있으며, 최대 1년 무료 이용권 뽑기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년 연속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었던 배민이기에 마케팅 비용에 더 큰 힘을 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요기요는 경쟁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도 남아 있습니다. 구독료 경쟁에 피로감을 느낀 고객들이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대표적으로 평생 배달비 무료를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두잇'이나, 부릉을 인수하며 배달산업에 진출한 '노크(hy)' 등이 대체재로 떠오른다면, 3사 중 점유율이 가장 적은 요기요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승부수
지난 레터에서 소개해드렸던 것처럼 앞으로 배달 산업은 멀티호밍에서 모노호밍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노호밍으로 전환된다면 점유율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더뎌질 텐데요. 이는 곧 8~9월의 점유율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이벤트가 태풍으로 작용할지, 미풍으로 작용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요기요 입장에서는 만약 지금 이 시기를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즉, 요기요에게는 승부수를 던질 시기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출처: 쿠팡이츠
그러나 승부수가 어설프게 들어간다면 오히려 경쟁사에게 먹잇감이 될 것입니다. 이번에 던질 승부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확연히 체감할 수 있는 카드와 함께 시선을 끌 수 있는 마케팅이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쿠팡이츠가 과거에 진행했던 무제한 천 원 할인, 단건배달, 무료배달 등으로 시장을 흔들었던 것처럼 말이죠.
여러모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많은 2024년 하반기 배달앱 시장인데요. 과연 4분기에 어떤 지형도가 그려지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위 글은 'Tech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