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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디테일에 있다" 명작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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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본래 의미는 작고 덜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무한 경쟁 시대에는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낳는다. 작고 사소해서 놓칠 수 있는 1mm의 차이가 세상을 바꾼 이야기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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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와 무를 가르는 디테일의 힘

뉴욕 맨해튼 52번가와 53번가 사이의 파크 애비뉴 375번지에는 초고층 빌딩 ‘시그램Seagram’이 자리한다. 시그램 빌딩은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인 미스데어 로에MiesVan Der Rohe가 설계했다. <뉴욕타임스>는 독일 바우하우스 교장 출신인 그가 사망했을 때 1면 오른쪽 박스 기사에 ‘Less is More(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말은 간결하고 단순한 것에 대한 예찬으로, 이전 시대의 건축 정신과 결별을 고했던 미스 반데어로에의 미니멀리즘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대 고층 오피스 빌딩의 시초라 불리는 38층짜리 시그램 빌딩은 마감부터 인테리어, 가구에 이르기까지 광적으로 디테일에 집중했던 건축가의 장인 정신이 돋보인다. 그는 유리와 철강에 대한 깊은 애착을 보였다. 수평 지붕으로 공간을 덮는 계열의 건축물로, 일리노이 공과대학교의 크라운 홀과 베를린 국립미술관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세계적 건축가가 어떻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했다는 그의 어록인 “God is in the Detail(신은 디테일에 있다)”은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최고 품격을 지니지 않으면, 미세한 부분과 세부까지 일일이 신경 쓰지 않으면 명작은 절대로 탄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집에서 취미로 의자 같은 소품을 만들다 보면 이 말을 실감한다. 설계 단계에서는 멋있게 보여도 실제로 만들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실수로 의자는 비틀비틀 엉망이 된다. 1mm의 오차가 의자의 전체 외형을 좌우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소한 디테일은 유와 무를 가르는 무서운 경계가 된다.

 

 

 

미켈란젤로, 그 완벽에 가까운 까다로움

“천재에 대해 알고 싶다면 미켈란젤로Michelangelo를 보라!”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평전을 쓴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의 일갈이다. 미켈란젤로는 화가와 건축가로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 했다. 24세의 젊은 나이에 거장이란 소리를 듣게 만든 베드로 성당의 조각 ‘피에타’, 르네상스가 꽃피던 도시 피렌체에 있는 높이 5m 넘는 다비드상, 4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등은 미켈란젤로의 위대함을 말해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미 천재성을 드러냈지만, 그의 진면목은 다른 데 있다. 바로 꼼꼼함과 철저함이다. 

 

로마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교황 율리우스Julius 2세가 생전에 자신의 거대한 영묘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미켈란젤로에게 맡겼을 때의 일화다. 40여 개 조각으로 구성된 거대한 묘소 프로젝트를 위해 미켈란젤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이탈리아 카라라로 달려간 것이었다. 바로 최상급 대리석 스타투아리오Statuario를 수급하기 위함이었다. 미켈란젤로는 이 대리석을 구하기 위해 달랑 가방 하나 들고 카라라로 달려가 8개월 동안 지냈다. 카라라는 피렌체의 북서쪽, 제노바에서는 남쪽으로 96km 떨어진 산악지대로, 대리석 채석장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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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가 화가로서 재능을 꽃피운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요청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미켈란젤로는 4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 천재의 완벽주의와 철저함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Gettyimagebank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원재료는 대부분 이곳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처럼 중장비를 활용하는 시대가 아니었던 만큼 사람의 힘과 우마차로 항구까지 옮겨 배에 싣고 로마로 운송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무척 까다롭게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조각가라는 화려한 타이틀과 달리 그의 하루하루는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채석장의 분진이 얼굴을 뒤덮는 것은 물론, 인부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열악한 잠자리와 초라한 식사가 일상이었다. 모든 공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챙기느라 힘들고 거친 현장에서의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을 선택한 예술가는 당시에도 미켈란젤로가 거의 유일했다. 미켈란젤로의 걸작이 탄생한 이면에는 이처럼 거장의 꼼꼼한 완벽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디테일이 만들어낸 신화

완벽함과 디테일의 중요성에 집착한 사람으로 스티브잡스Steve Jobs를 빼놓을 수 없다.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교훈 한 가지를 마음속 깊이 심어주었는데, 바로 캐비닛이나 울타리 등을 만들 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뒤쪽도 꼼꼼하게 다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성년이 된 잡스는 애플II 내부에 들어가는 회로 기관의 설계도를 검토할 때 아버지의 말을 기억해 줄이 똑바로 배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음에 만든 설계도를 폐기했다.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의 <스티브 잡스>에는 젊은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경영 담당 사장 마이크 스콧Mike Scott간의 갈등이 소개되어 있다. 애플II 케이스 디자인의 세부적인 부분을 조율할 때 잡스는 모서리 부분을 어느 정도로 둥글게 만들어야 할지를 놓고 며칠 동안 고민을 거듭했다. 반면 마이크 스콧은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모서리가 얼마나 둥근지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저는 그저 디자인이 빨리 결정되었으면 했어요.”

 

하지만 얼핏 괴팍하게 느껴질 정도로 디테일에 집착한 잡스의 노력 덕분에 애플II는 향후 16년간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며 600만 대 가까이 판매할 수 있었다. 적당히 잘하는 것이 아니라 “혼을 빼놓을 만큼 뛰어난Insanely Great” 제품을 만들겠다는 잡스의 마음가짐이 애플의 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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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뉴스위크> 12월호에 실린 애플II 광고 페이지. 스티브 잡스는 1984년 애플II를 선보이며 “혼을 빼놓을 만큼 뛰어난”이라고 표현했다. 

적당히가 아니라 제대로 하겠다는 잡스의 꼼꼼함이 애플의 신화를 만들었다. 

 

 

작고 사소한 디테일이 만들어내는 차이는 결코 작지않다. 디테일이 잘 구현되었을 때 깊이Depth가 생기고 완벽에 가까운 결과로 이어짐을 많은 사례가 증명해왔다. 활주로에서 동시에 날아오르는 비행기도 그 목적지는 저마다 다르다. 같은 방향으로 날아오르더라도 서로 다른 비행기가 1도의 각도를 틀어서 날아가면 한 비행기는 뉴욕으로, 다른 비행기는 브라질 상파울루로 향하게 된다. 거대한 변화의 시류에서 균형을 잡고 미래를 바꿔가는 힘은 이 사소한 차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글. 손관승(인문 칼럼니스트, 전 iMBC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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