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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I'의 시대가 왔다! 세상을 바꾸는 내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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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영국 시인 존 밀턴과 19세기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내향적인 사람들을 ‘지적인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20세기 초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향성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나친 외향성 편중이 가져온 부작용은 다시 내향성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내향성의 힘은 무엇일까? 

 

 

조용하고 은근한 경제 시대의 개막 

미국에서 시작된 ‘내향성 경제Introvert Economy’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맨해튼 연구소 선임 연구원이자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앨리슨 슈래거Allison Schrager는 기고문을 통해 최근 미국 경제에서 보이는 주요 특징을 ‘내향성’으로 명명했다. “사람들은 밤보다 낮에 파티를 즐겼고, 야외 활동보다 집에 머무는 것을 선호했다”며 “이제 막 성인이 된 청년들은 외출을 하더라도 그 시간대가 더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도전적이고 활동적인 ‘외향성’이 경제를 주도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팬데믹에 이어 고물가·고금리 시대를 지나면서 ‘내향성’이 경제 전반에 부각됐다. 국내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조용한 럭셔리’, ‘스텔스 웰스Stealth Wealth’ 등 은근한 절제미가 여전히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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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출신 작가 수전 케인은 내향성에 대한 남다른 분석력으로 <콰이어트 파워>, <비터스위트> 등의 책을 펴내고 TED 등 

여러 강연에서 내향성의 힘을 강조했다. ©TED 

 

 

저서 <콰이어트 파워Quiet Power>, <비터스위트Bitter Sweet>로 내향성에 대해 남다른 분석력을 지닌 변호사 출신 작가 수전 케인Susan Cain은 “내향성의 예민함이야말로 주변 환경을 깊이 인식하고 반응하게 하기에 오히려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최근 내향성이 뜨는 이유가 무엇일까? 또 경제와 소비 트렌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조용하고 담담하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내향성이 주목받는 이유와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가장 건강한 젊은 세대의 탄생 

최근 소비층의 가장 큰 특징은 늦은 밤에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소비를 이끄는 미국의 젊은 층은 해가 지면 곧장 귀가하는 것을 선호한다. 미국 뉴욕은 전 세계 미식가들이 모여드는 식도락의 도시다. 늦은 밤이지만 레스토랑 테이블마다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밤 8시보다 오후 5시 30분이 더 인기 있는 예약 시간대로 떠올랐다. 

 

미국의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50세 미만의 젊은 미국인은 공공장소에서의 저녁 식사 및 음주를 이른 시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온라인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회사 레시Resy의 통계를 살펴보면 뉴욕시 전역의 오후 5시 30분 예약률은 2022년 5월 기준 지난 2년간 7.75%에서 지난 6개월 동안 8.31%로 증가했다. 반면 오후 8시 예약은 8.31%에서 7.8%로 감소했다. 대도시의 많은 사람이 이른 저녁을 즐긴 뒤 귀가를 서두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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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은 건강과 수면의 연관성을 깨달은 젊은이들이 취침 시간을 앞당기고 늦은 저녁 식사를 거절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Wallstreet Journal

 

 

뉴욕시 이스트빌리지에 있는 한 술집은 낮에 식사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이른 시간 댄스파티를 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오후 5시에 시작하는 ‘마티네’(평일 낮에 하는 공연) 행사를 지난해 네 차례 개최했다. 12월 31일에 열린 마티네는 자정이 아닌 오후 8시에 개최했는데, 대기자만 200명일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낮 동안의 활동을 늘리는 사람들은 밤에 일찍 자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침대 제조업체 슬립 넘버Sleep Number 구매 고객 2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8~34세 고객들은 지난 1월 평균 밤 10시 6분에 잠자리에 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월 밤 10시 18분보다 12분 이른 시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적정 수면 시간과 건강의 연관성을 깨달은 젊은이들이 취침 시간을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면 시간도 늘었다. 미국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렌트카페RentCafe의 조사 결과에서는 2022년 미국 내 20대 청년들의 평균 하루 수면 시간은 9시간 28분이었다. 이는 2010년 20대의 평균 수면 시간인 8시간 47분보다 8% 증가한 것이다.

 

 

조용한 독서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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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는 1996년부터 자신의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의 한 코너로 ‘북 클럽’을 진행해왔다. 

현재는 소셜 미디어에 정기적으로 책을 선정해 독서 일정을 공유하고 모든 팔로워와 함께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내향성 경제를 이끄는 것 중 하나는 독서 붐이다. 세상의 트렌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에서 최근 흥미로운 대화 주제(해시태그)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바로 ‘북톡BookTalk’의 등장이다. 이 대화 주제는 평소 인기 주제인 차CarTalk와 영화#MovieTalk를 앞질렀다. 북톡은 책 추천 커뮤니티이자 글로벌 챌린지로, 전 세계 참가자들이 책 추천, 서평, 독서 인증, 독서 토론 등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관련 조회 수만 2,100억 회가 넘는다. 4년 전만 해도 해당 대화 주제의 조회 수는 1,000회 미만이었다.

 

틱톡을 통한 독서 외에 함께 모여 독서를 하는 북 클럽도 성행하고 있다. 지난 2월 CNN에 따르면 행사 예매 플랫폼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에 등록된 2023년 북 클럽 관련 행사가 전년 대비 24% 증가했고, 온라인 회의 플랫폼 밋업Meetup에서도 북 클럽 관련 행사가 10% 증가했다.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운영하는 북 클럽에서는 주기적으로 책을 선정해 독서 일정을 공유하고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식사, 마라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내향성 경제의 부상

내향성 경제의 부상내향성 경제의 부상은 소비 패턴은 물론, 각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패션 산업에서는 장식적 정장과 타이트한 브이넥 스웨터 시장은 위축된 반면,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고 외출복으로도 활용도가 높은 애슬레저Athleisure 웨어에 대한 전망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주로 심야 영업을 통해 높은 수익을 내던 술집과 레스토랑은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배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 결과 규모의 경제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체인 레스토랑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향성 경제가 주도할 소비 트렌드는 가정 중심의 소비와 온라인 쇼핑의 증가로 나타난다. 건강 및 안전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향성 경제와 함께 내향형 리더의 시대도 도래했다. 수전 케인은 내향인에 대해 “인류의 가장 위대한 사상, 예술, 발명품 중 수많은 것이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에게서 탄생했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 세계에 접속한 후 그곳에서 보물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묘사했다.

 

내향성은 이제 시대가 원하는 재능이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피로감과 팀워크를 강조하는 문화, 자기 홍보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위축되었던 내향형 인간은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다.

 

 

글. 김기림(더밀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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