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는 국내 디자인 브랜드를 위한 플랫폼으로 자체 디자이너가 있는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 자료 조사를 하며 무신사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숙박 서비스가 있다. 단순하게 숙박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숙박을 큐레이팅하고 숙박을 하는 장소에 대한 마케팅과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여행자들이 머무는 곳을 큐레이팅하는 ‘스테이폴리오’이다. 스테이폴리오(STAYFOLIO)는 머물고 싶은 집을 뜻하는 “STAY”와 관점을 갖고 큐레이팅 하여 차곡차곡 모아둔 2절판의 책 “FOLIO”의 합성어이다.
낡은 식당이 디자인 펜션으로
스테이폴리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수많은 스타트업이나 웰메이드 기업들의 창업자들은 대부분 스토리가 있고, 그 창업자의 스토리가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의 가치가 된다. 스테이폴리오의 이상묵 대표 역시 부모님의 낡은 식당을 ‘디자인 펜션’으로 개조하면서 창업의 씨가 뿌려졌다. 이상묵 대표는 애플이나 테슬라를 보면서 ‘건축을 상품화하거나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그것을 할 방법이 없을까’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스테이폴리오는 머무는 곳 즉 스테이를 경험하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입점한 스테이가 숙박비를 받으면, 소유주는 관리비를 제외한 이윤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것을 그냥 숙박업이 아니라 그 스테이를 기반으로 주변 여건이 잘 갖춰지면 그 동네의 가치가 오르는 선순환이 생긴다. 일명 랜드마크를 통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머무는 장소는 누구에게나 추억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추억이라는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장소를 선택하는 다양한 과정이 존재합니다.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발걸음이 닿는 대로 우연히 빌리게 된 숙소에서 낯선 도시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며칠씩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여 장소를 찾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여러 경로를 통해 만나게 된 특별한 장소와의 교감 내지는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스테이폴리오 홈페이지”
그 스테이만의 가치와 스토리
스테이폴리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숙박 서비스와는 결이 다른 서비스다. 무신사를 파헤쳤더니 무신사의 원본 서사가 만났던 느낌과 비슷하다. 건축가가 부모님의 식당을 펜션으로 개조하면서 기존 펜션들과 조금 다른 펜션이기에 디자인 펜션으로 명명하며 그 사업이 뿌려졌다.
스테이 정보를 큐레이팅하여 리뷰하는 “픽(PICK)”과 스테이폴리오 큐레이터가 직접 스테이를 방문하여 호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다 깊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거진(MAGAZINE)“으로 구분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그 안에는 호스트의 열망과 꿈이 있다. 무신사가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무신사 매거진을 만들고 결국 그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홍보뿐만 아니라 판매할 곳으로 스토어를 오픈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스테이폴리어 입점문의로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스테이폴리오만의 4가지 관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스테이폴리오의 4가지 관점, 스테이폴리오 사이트)
Originality 독창성은 그 공간만의 가치와 이야기가 있는지이다. 천편일률적인 공간이 아니라 그 호스트만의 꿈과 열망이 담긴 그곳의 이야기다. Design 디자인은 그 스테이만의 디자인 요소가 무엇인지, 건축과 공간의 조화 그리고 사용성들을 선별한다. Hospitality 환대는 고객들이 머무는 곳에서 경험하는 것들이다. 고객지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되는지 고객을 위한 환대 요소가 있는지. 마지막 가격이다. 위에 모든 요소가 가격에 충실하게 담겨있는지 선별한다. 이런 관점에서 선택된 곳들이 입점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야놀자, 여기 어때와 같은 서비스와는 완전히 차별화되고 스테이폴리오만의 개성을 담겨있는 숙소들을 만날 수 있다.
독특한 가치를 큐레이팅
여행지에 가게 되면 숙박을 해야 한다. 수많은 여행지 중에서 어떤 곳이 기억이 남는가 생각해 보면 함께 간 가족들 친구들과의 경험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숙박했던 곳을 중심으로 모든 경로가 정해지게 된다. 제주를 간다고 했을 때 동서남북 어느 곳에 숙소를 정하느냐에 따라 여행 경로가 정해진다. 그만큼 여행에서 숙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요즘 MZ세대들에게 숙소는 경험을 위한 장소가 되면서 특별한 장소를 원하는 추세가 늘어났다.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다. 호스트가 자신의 특별한 숙소를 만들고 싶은 열망이 있다고 해도 고객이 머무는 공간이 되게 하려면 만들어야 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좋은 숙소를 만들려는 호스트를 위해서 스테이폴리오는 ‘파인 스테이’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숙소 예약 관리 페이지, 브랜드 웹사이트 제작, 마케팅, 공간 디자인 등 숙소를 위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부분에서 정말 무신사와 결을 같이한다고 느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숙소는 스테이폴리오에서만 단독으로 예약을 받는다. 또한 스테이폴리오에서 아예 직접 설계한 곳도 있다.
이처럼 스테이폴리오는 일반 숙박 플랫폼과는 완벽하게 차별화되어 개인이 운영하는 숙소부터 부티크호텔, 전통 리조트, 그리고 직접 설계한 곳까지 스테이폴리오의 시선에서 선별된 곳들을 소개해 준다. 이상묵 대표는 이를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전략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온드미디어를 통한 콘텐츠가 핵심 마케팅
스테이폴리오 서비스 자체가 일반적인 숙박 서비스와 이처럼 차별화되기 때문에 마케팅 역시 차별화된다. 일반적인 숙박 서비스는 광고를 통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같은 숙소의 경우 가격 전략을 통해서 획득 즉 구매를 하도록 한다. 그런데 스테이폴리오는 그 스테이의 스토리가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노출하고 읽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스테이폴리오는 온드미디어 생산에 진심이다. 스테이폴리오의 태생이 부모님 숙소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숙박공간을 블로그에 홍보하면서 시작이 되었다. 지금도 스테이폴리오는 인스타그램, 블로그, 홈페이지를 통해서 스테이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또한 뉴스레터를 통해서 구독자를 모으고 실제 예약까지 구매전환을 이루는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뉴스레터에는 새로운 스테이를 보여주는 스테이큐레이션, 재방문을 목표로 시즌별 가볼만한 곳을 소개하는 로컬트립, 에디터가 직접 공간에 머물려 경험을 제안하는 에디터일기, 건축가와 호스트를 인터뷰해 공간 기획의 의도를 전하는 인터뷰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는 단순히 숙박을 하기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숙박과 관련된 그리고 장소와 관련된 스토리가 주인공이 되어 풀어지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구독자들이 ‘나중에 내가 묶고 싶은 곳’으로 그 장소를 찜하게 되는 플로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스테이폴리오 회원가입시 자동으로 뉴스레터를 구독하도록 함으로써 고객 경험 여정에서 뉴스레터가 하나의 채널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지역과 해외를 아우르는 확장
스테이폴리오는 숙소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닌 그 지역 전체를 경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히 숙소가 아닌 여행의 거점 역할을 해 나가며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다. 서촌에 있는 8곳의 한옥스테이에 머무는 고객들은 스테이폴리오가 운영하는 ‘한 권의 서점’에서 체크인을 하고 그곳에서 골목골목 숨어있는 맛집, 서점, 디자인숍들을 소개하고 있다. 즉 스테이 큐레이션에서 확장되어 여행 큐레이션과 가이드 역할까지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지역 도시재생에 한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숙소도 250여개 이상 입점하면서 글로벌 프리미엄 여행 시장까지 진출하기 위해서 아만, 호시노야 리조트 등과도 단독계약을 체결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스테이들이 스테이폴리오를 통해서 공개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기억에 남는 곳 중에서 첫째를 임신하고 갔던 ‘구름위에 산책’이라는 단양에 있는 펜션이 있다. 방마다 TV가 없고 책이 놓여있던 곳. 저녁 식사와 아침이 포함되어 다소 가격이 비쌌는데 저녁을 먹으며 주인 아저씨와 펜션을 하게 된 이야기, 밥상에 오른 재료들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이야기하고 함께 묶은 다른 방 분들과 인사하며 즐거웠던 기억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고 다시 찾았던 기억이 난다.
또한 필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시골에서 한옥을 짓는 일을 15년 정도 하셨는데, 남의 한옥만 짓다가 마지막에 본인이 살고 싶은 한옥을 짓게 되셨다. 그리고 암진단을 받으시고 거기서 4년여 투병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본인이 살게 된 집이라고 생각하셨기에 나무 하나 하나 모두 강원도 목재소에서 직접 골라서 지으셨다. 그 집이 지금은 펜션이 되었다. 이처럼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상 숙박이라는 공간은 모두가 그 안에 이야기가 있다. 묶는 사람 그리고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 그 이야기로 특별하게 서비스하고 있는 스테이폴리오를 마음 깊이 응원하게 되었다. 그 공간만의 특별한 가치를 숙소에 스테이하는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는 곳이 되고, 그런 가치를 전달하는 전달자로서 스테이폴리오가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