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 답할 질문들
1 왜 프로세스일까?
2 어떻게 프로세스를 드러내야 할까?
안녕하세요, 주넌입니다. 작년부터 마케터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았던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최근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제안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며 과정을 말해야 하는 이유에 동감했습니다. 저자인 오바라 가즈히로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통해 브랜드의 생존 전략을 알려주었다고 생각하죠.
오늘은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바탕으로, 브랜드가 과정을 말해야 하는 이유와 과정을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 물건만 좋다고 해서 잘 팔리지 않는 이유
왜 프로세스일까?
프로세스 이코노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반대말에 해당하는 아웃풋 이코노미를 먼저 말해보려 합니다. 저자는 아웃풋 이코노미 시대에선 제품의 품질, 가격, 유통 그리고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즉, 4P를 잘 관리해야만 하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좋은 상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저렴한 값으로 제공한 다음, 알맞은 비용으로 홍보하고 전달해 주는 것입니다.
4P의 요소 중 가장 먼저 상향 평준화된 것이 바로 품질입니다. 저자는 인터넷 안의 정보가 퍼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반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제 품질보다는 마케팅이나 유통, 브랜딩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격차가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마케팅이나 유통 싸움은 당연히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큰돈을 지닌 글로벌 기업에게 유리합니다. 잘 팔리는 상품은 잘 팔리고, 그렇지 못한 상품은 아무리 품질이 우수해도 빛을 보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지죠.
작은 브랜드에게 찾아온 기회
왼쪽 : 슈퍼 루키 자이언 선수의 나이키 신발이 경기 중 터진 사진 (이미지 출처 : 더럼 USA투데이) / 오른쪽 : 한국 스포츠 문화에 던진 메시지 'Play New' (이미지 출처 : 나이키)
그렇다면 작은 브랜드가 효과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의 이근상 저자는 작은 브랜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어떤 기회가 왔을까요?
기능보다 가치가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그 너머의 왜에 주목하고 있죠.
일례로, '나이키'의 신발은 품질적인 측면에서 완벽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뽑기 운이 좋아야만 좋은 품질의 신발을 얻을 수 있다는 리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품질이 좋으면 가짜라는 우스갯소리도 떠돌고 있죠. 그럼에도 '나이키' 신발이 소비되는 이유는 이들의 스포츠에 대한 철학과 헤리티지, 그리고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품질을 내세우는 브랜드조차도 그 품질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왜 구현했는지에 대해 말합니다.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가방 브랜드 '포터' 또한 품질 그 자체 너머의 가방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한 장인정신을 내세우고 있죠.
브랜드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제조사 그 이상의 역할을 지닙니다.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의 정체성이 담긴 ‘다움’을 소비하며, 이를 자신의 정체성에 더합니다. 브랜드를 직접 찾아 나서거나 소문을 내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 짓습니다.
왼쪽부터 '할리 데이비슨', '트라이엄프', 'BMW' (이미지 출처 : Harley davidson / Triumph / BMW)
저자는 이러한 특성을 지닌 세대를 욕망하지 않는 세대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1차원적 욕구를 충족하거나 부러워할만한 물건을 사기보다는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물건, 브랜드의 비전과 생산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공감하고 그에 맞게 생산된 물건을 사고 싶어 하죠.
브랜드가 자신의 취향,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에 드러 맞아야 하는 것입니다.
'현대카드'의 정태영 CEO는 이제 성능이 아닌 문화로 경쟁한다고 말합니다.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예시를 들면, '할리 데이비슨', '트라이엄프', 'BMW'가 경쟁하고 있는 것은 각각이 추구하고 있는 오토바이 문화입니다. 몇 cc인지, 제로백이 몇 초인지와 같은 성능이 아니죠.
'할리 데이비슨'은 반항적인 문화를, '트라이엄프'는 트렌디한 젊음의 문화를, 'BMW'는 도시의 쿨한 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능이 아닌 자신들의 지향점과 문화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철학과 함께 삶을 꾸려나가자고 말하죠.
욕망하지 않는 세대들이 원하는 브랜드
저자는 이 세대들이 원하는 브랜드의 두 가지 특성을 말합니다.
1)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소속감까지 느끼게 하는 브랜드
저자는 사람들이 브랜드가 가진 메시지와 자신의 삶을 동일시한다고 말합니다. 또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다는 욕구를 전통적인 공동체가 아닌 브랜드가 채워주고 있다고 말하죠.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구입니다. 이제 욕망하지 않는 세대들은 생각이 통하는 브랜드와 그 브랜드의 찐팬들과 함께하고 싶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형으로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고르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2) 직접 가치를 창조하는데 참여할 수 있는 브랜드
저자는 사람들이 제품이나 기업의 메시지를 앉아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가치를 창조하는 데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모든 서비스는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할 정도로 소비자의 태도는 적극적으로 변했죠.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더 나아가 브랜드와 함께 가치를 창조하고 싶어 합니다.
다윗과 골리앗 (이미지 출처 : MASHUK)
작은 브랜드의 기회는 이 세대들이 원하는 브랜드의 모습이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브랜드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것에 있습니다. 작은 브랜드는 이제 자신의 '다움'과 소비자들의 정체성과 동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시장에 요구하는 취향과 가치관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정체성을 대변할 브랜드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크고 넓은 방향성을 띄는 큰 브랜드와 달리 적고 좁은 방향성을 띄는 작은 브랜드가 유리한 지점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작은 브랜드는 고객의 정체성에 더할 수 있는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다움’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작은 브랜드가 큰 브랜드만의 방법론으로 접근한다면,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은 브랜드가 큰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무기가 고객과 통할 수 있는 고유한 '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움을 드러내기 위한 새로운 방식
오타니의 라커룸 연설 장면 (이미지 출처 : 일본 야구대표팀 SNS)
위에서 말했듯이 시장에 오래 살아남고 싶은 신규 브랜드, 작은 브랜드는 사용 가치보다 의미 가치에 중점을 둔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합니다. 즉, 브랜드가 가진 지향점과 철학이 담긴 '다움'을 지녀야 하는 것이죠.
저자는 브랜드만의 ‘다움’을 드러내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과정을 드러내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제안합니다. 과정에서 비롯된 가치가 고객의 생각과 브랜드의 생각을 연결 지어 주는 것이죠.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아웃풋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삶의 방식과 철학이 드러나는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그 자체에 매력을 느낍니다. 아웃풋보다 프로세스 그 자체에서 브랜드의 생각을 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