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자리에 처음 앉게 되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마음이 급해집니다. 현재의 문제점을 찾아 고치고, 예전엔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해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싶어지기 때문인데요. 물론 리더의 이런 의지와 마음,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끔 너무 '힘'이 들어가면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나름 열심히 했는데 회사와 방향이 어긋나거나 예상치 못한 갈등을 만들어내는 등 말이죠.
그럼, 이제 막 리더가 되었다면 뭘 해야 할까요?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 FC'에서 최근 ‘비유럽인 최초의 주장’이 된 손흥민 선수의 행동에서 2가지 힌트를 얻어보세요.
내가 ‘온전히’ 할 수 있는 일 찾기
주장으로서 올 시즌 첫 경기를 치르게 된 손흥민 선수가 바꾼 게 있습니다. 바로, 경기 시작 전 선수들끼리 어깨동무를 하면서 파이팅을 외치는 '허들 huddle'의 위치를 변경한 것인데요. 보통은 진영 중앙에서 모였다가 흩어지는 게 일반적이나, 이번에는 경기장 한쪽 구석에서 모였습니다. 바로 원정 응원을 온 소규모의 토트넘 팬들 앞이었는데요. 먼 곳까지 찾아와 준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축구팀의 주장이 됐다고 해서 팀 전술을 바꿀 순 없습니다. 선발 명단을 짤 수도 없죠. 그건 감독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은 주장의 역할內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변화 행동을 찾은 셈입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 평가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팀은 절대 평가를 도입하겠다’는 식으로 평가 기준을 바꿀 순 없습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근태 관리 체계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직원들이 원한다며 자율 출퇴근을 시행할 수도 없고요. 타 부서와 연관성이 큰 업무, 혹은 전사적으로 사용하는 양식과 프로세스를 우리 팀만 사용하지 않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리더의 권한으로 바꿀 수 있는, 그리고 영향력이 조직 내로 한정되는 일을 찾아보세요. 회식과 회의 같은 것이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변화 과제입니다. 늘 하던 대로가 아닌, 회식의 목적인 ‘팀 빌딩’을 더 잘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 보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데 그동안 관행적으로 했던’회의를 찾아 없애는 것처럼 말입니다.
바꾸고 싶은 게 많겠지만, 리더인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주의 일을 찾아보세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도 리더에겐 중요합니다.
변화의 목적 명확히 하기
손흥민 선수가 허들 위치를 원정 응원석 앞으로 옮긴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바로 ‘팬’을 위해서입니다. 원정 경기를 하게 되면 몇 만 명의 홈 관중들 사이에 우리 응원단은 소수로 모여있게 됩니다. 이때 선수들이 응원단에 가까이 다가가 주면 팬들 입장에선 정말 기쁘겠죠.
조직에서 리더가 변화를 이끌 때에도 이처럼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조직 전체의 방향과, 더 나아가 구성원들의 상황에 맞는 방향인가도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는 ‘소통 활성화’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 조직만 ‘회의는 가능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물론 회의 외적인 소통을 늘리겠다는 의도가 있었을 순 있지만, 다른 팀들에겐 조직 문화를 고려하지 않는 그저 ‘튀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성원 간 자료 공유를 좀 더 자주 하자’고 했다면? 일반적인 상황에선 좋은 시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 팀이 신생 조직이거나, 혹은 서로의 업무 파악도 잘 안된 상태라면 오히려 개인의 업무가 더 복잡해지고 괜한 잡음이 생길 수도 있는 거죠.
심사숙고 끝에 적절한 변화 주제를 찾았지만, 구성원들이 거부한다고요? '변화'는 누구에게나 스트레스입니다. 다만 그 변화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혹은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인식한다면, 그 힘듦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리더는 구성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목적을 명확히 하고 이를 알려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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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손흥민 선수는 전날 밤 자신의 아이디어를 부주장에게 보내 의향을 묻고, 긍정적 반응을 얻은 뒤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리더가 됐다는 '책임감'에 나 혼자 다 결정하고 판단하려는 부담을 좀 내려 놓으시는 건 어떨까요? 손흥민 선수가 부주장에게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미리’ 물은 것처럼, 우리 조직 구성원 중에 나와 ‘먼저’ 상의할 만한 직원은 없을지 생각해 보세요. 어쩌면 구성원들은 리더의 고민에 '함께'하고 싶을 수 있으니까요.
>글쓴이: HSG 휴먼솔루션그룹 김한솔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