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후배와의 글쓰기 코칭

글을 쓰면 나를 잘 알게 된다

주드

2023.04.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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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ENFP후배에게 글쓰기를 코칭하는 과정을 날것으로 담은 연재물입니다. 


 

 P님의 세 번째 글 


나와 남을 돕는, 묘한 기브 앤 테이크


살면서 성격검사, 두뇌유형검사 등 내 성향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검사를 네다섯 번 정도 해본 것 같다. 검사 결과 중 항상 나오는 것 중 하나는 ‘누군가를 돕기를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라는 것이었다. 추천 직업군 중에 ‘사회복지사’, ‘상담사’가 나오곤 했다. 친구들의 고민상담을 자처해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 주는 나에게 잘 맞을 것 같기도 했다. 대학교 졸업 전, 학교 취업지원센터에서 취업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상담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차분하고 친절하며 소통을 잘하는 것 같다며 비서직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다. 기업교육회사의 인턴으로 일했을 때에도 마지막 면담에서 같은 말을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에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일은 그의 일이 더 잘 되게 하는 보람도 있고 그 일을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었다. 나 자신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 직업이라는 점이었다. 


어릴 적 내 장래희망은 아나운서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교내 방송국 아나운서를 맡아, 교실마다 하나씩 있는 큰 TV에 내 얼굴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아나운서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학교 교내 아나운서로 학교 캠퍼스의 스피커에서 내 목소리가 나오는 경험을 하면서도 이건 정말 짜릿한 일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20대 초반부터 줄곧 아나운서 준비를 하고, 리포터 경력도 쌓았다. 교환학생 시절에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교양 과목으로 성악을 배워 공연을 했다. 평화방송 주관 성당 노래자랑에 나가 1등을 하기도 했다. 타인을 돕는 것을 선호하고 잘 해낼 수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그에 국한된 직업을 갖지 못한 것은 아마도 이런 앞에 서기 좋아하는 성향 때문일 것이다.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지금은 교육담당자로 3년째 일하고 있다. 


 “교육이 잘 맞나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었다. 일하는 동안 시간이 빨리 가면 잘 맞는 걸까? 일하는 것이 괴롭지 않고 재미있으면 잘 맞는 걸까?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래도 잘 맞는 편에 속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타인에게 유익한 내용을 제공한다는 보람과 나를 드러낼 수 있는 희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담당자는 앞에 나서는 일이 많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그래도 이 직무가 재미있는 점은 직원들 앞에 나와 교육을 진행하고, 사내강사로서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든 교육 제작물 등을 직원들에게 보이고 알리는 것 또한 나에게는 흥미롭고 짜릿한 일들이다. 교육 직무는 흥미로운 일임과 동시에 어쨌든 직원들을 돕는 의미의 일이다. (바빠 죽겠는데 교육을 들어야 하는 직장인들의 입장에서는 사실 코웃음을 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영어의 education과 프랑스어의 éducation은 라틴어 educare에서 유래한 것으로, ‘e’의 ‘밖으로’와 ‘ducare’의 ‘끌어낸다’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나는 누군가를 돕기를 좋아하는 성향도 갖고 있다. 이것은 물질적으로 돕는다는 의미가 아니라(그럴만한 물질도 없다) 누군가에게 그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어떤 힘을 끌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제공하는 교육을 통해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느꼈다’ 거나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교육후기를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 어쨌든 내가 기획한 교육이 어느 한 부분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그건 나에게 정말 보람찬 일이다. 덤으로 교육 대상자들과 소통하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다른 업무로 연락을 하게 될 때도 한층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이런 의미로 나는 그래도 교육 직무가 잘 맞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을 하는 의미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일의 의미를 따지자면, 나를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남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부터 오는 만족감이 중요한 것 같다. 남을 돕는 것 같지만 내가 얻는 것이 더 큰 묘한 기브 앤 테이크다.


 


J : 오늘은 제 글부터 할까요? P님 글부터 할까요?

P : 제 글부터 하시죠.

J : 네, 좋아요. 그러면 먼저 어떤 생각에 의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는지 한번 들려주실래요?

P : 지난 미팅에서 유튜브와 베트남 봉사에 대해 쓰면서 선한 영향력을 다뤘잖아요. 그때 J님이 진짜 이게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은 건지 내가 영향력을 주는 게 좋은 건지 피드백을 주셨고요. 그 문제제기 하신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봤어요.

또 예리하셨어요. 내가 누군가를 대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게 좋았던 것이었더라고요. 앞에 나와서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과정에서 남을 돕는 것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역시 부가적인 것이었어요.

J : 네, 저는 아나운서를 준비했다는 것 자체가 남 앞에 나서는 것을 평균보다 더 좋아하는 증거라고 생각했거든요.

P : 그리고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라고 하셨잖아요. 내가 하는 일에서 오는 만족감은 내가 앞에 나서서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느끼는 보람 그 두 가지가 합쳐져서 나한테 영향을 미치는구나 그런 생각까지 도달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런 글을 써봤습니다.

J : 와 많은 발전을 했네요. 단순히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게 좋았던 단상에서 많은 가지들로 뻗어나갔어요. 그 과정에서 좀 더 정확한 마음에 도달하기도 했고요. 글의 길이도 이전에 비해 엄청 길어졌습니다. 생각을 많이 했다는 증거겠죠.

이번 글을 보면 그 흔적들이 곳곳에 있어요. 여기 심리검사와 상담내용, 인턴 했을 때 피드백 등 엄청난 증거들이 있네요. 제가 하도 의심병에 걸려서 지금 안 믿으니까 대비한 거죠? 읽는 사람을 배려했네요. 확실히 신뢰가 가요 ㅎㅎ 영어 어원까지 찾아보고 생각을 정말 많이 한 흔적들이 보이네요.

돕기를 좋아하는 성향이 이렇게나 있는 것도 P님만의 고유한 성향인데 발전시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남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P님만큼 있지는 않거든요.

P : J님도 그런 마음이 있어서 저도 이렇게 알려주시는 거 아닌가요?

J : 그렇죠. 그런데 약간 뉘앙스가 다른 느낌이에요. P님은 마음과 감정에서 나온 거고, 저는 사고에서 나온 것 같아요. 논리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죠. P님은 ‘도와주고 싶다’라면 저는 ‘도와줘야겠다’의 뉘앙스랄까요 ㅎㅎㅎ F와 T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네요.

P : 하하. 정확히 이해가 됐어요.

J : 어쨌든 다각적으로 많이 생각을 해본 것 같네요.
    그런데 제가 자꾸 문제제기한 대로만 글이 흘러가는 점이 우려돼요. 가스라이팅 하는 것처럼 느껴져 걱정도 됩니다 ㅎㅎㅎ

P : 그런 건 아니에요. 정말 생각을 곰곰이 해보니 교육일이 저랑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생각할수록 본질이 정말 궁금해져요.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왜 생길까?' 그래서 계속 생각하게 돼요.
     저는 매달 정기기부를 하고 있어요. 후원전화도 거절 못하고, 할머니 리어카도 그냥 못 지나쳐요. 왜 그럴까 생각하게 돼요.

J : 맞아요. P님은 업무 할 때도 그런 성향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P님이 하던 일이 있을 때 제가 뭔가 다른 일을 부탁하면 P님은 본인이 하던 것을 멈추고 제가 부탁한 일을 먼저 하잖아요. 급한 건이 아니어도. 그러면서 원래 하던 일이 틀어져 늦어지고요. 남의 부탁을 거절 못해서 시간관리가 안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때마다 본인 것을 더 챙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그랬군요. 물론 제가 업무를 나눠주고 하는 그런 관계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은 앞으로 염두에 두고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확실히 장점이에요.

P : 장점이 맞나요? ㅎㅎ

J : 오해하게 얘기했네요. ㅎㅎ 잘 활용하면 장점이죠. 이번 글은 뚜렷하지 않았던 것들이 글을 쓰거나 이렇게 고민하면서 뚜렷해졌다는 점에서 큰 발전이 느껴져요.

그리고 P님이 교육 일을 하는데 동기 부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찌 됐건 교육 업무에 대해서 생각 없이 지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성향과 엮어지고, 이게 나랑 맞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 거잖아요. 이게 진심이라면 ㅎㅎ
앞으로 일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서 P님에게 맞는 일을 찾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네요.

P : 이 글은 정말 찐으로 쓴 거예요.

J : 다행이네요.

P : 교육일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강의도 하고 앞에 나서는 일인데 사실 그걸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나머지는 그것들을 준비하는 기획하고 운영하는 서류 작업이나 잔업이 더 많으니까요.

J : 그럼 앞으로 더 나서는 일을 더 기획해 볼 수 있겠네요. 작은 기획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일들이요. 한번 기획해서 40차수 돌리는 전 직원 교육 같은 것들? 좋아하는 것을 알았으니 좀 더 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겨나겠네요.

자, 다음 주제는 어떻게 할 건가요? 새로운 것을 쓸 건가요, 이 글을 발전시킬 건가요?

P : 새로운 주제를 쓸게요.
어제 뿌듯함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거든요. 미사를 보다가 문득 생각났어요. 뿌듯한 느낌이 저를 동기부여하는데 왜 그런 건지 궁금해졌어요.

J : 네 좋아요. 이렇게 평소에도 생각을 이렇게 저렇게 하게 되죠? 엄청난 수확이라고 봅니다.
새로운 주제를 쓰되, 정말 찐으로 쓰고 싶은 주제를 쓰세요.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나오고, 그제야 실력이 늘어요. 재미있기도 하고요.

이번 미팅은 처음보다 많이 깊어졌다는 점이 큰 수확이네요.
생각을 요리조리 다각적으로 하는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다음 주는 P님을 동기부여하고 실력을 쑥쑥 크게 할 주제를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진심으로 쓰고 싶은 주제가 생기길 바랍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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