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은 생명
(편집자 주)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뭔가 빈 구석을 보게 되고, 이것 저것 채워 놓고 싶은 마음에 조금씩 보태고 덧붙이다 보면, 결국에는 본래의 의도는 사라지고 이상한 누더기 같은 결과만 남게 된다. 브랜딩은 선명성이 생명이다. 이것 하면 바로 떠오르는 하나. 그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번 글에서 말했던 뾰족함, 전문성과도 일맥 상통한다.
잘 아는 사람일수록 단순하게 말하고 명확하게 말한다.
일 잘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단순하고 쉽게 일한다. 복잡해 보이는 문제도 간결하게 정의한다.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결과를 보면 단순 명확하다. 그런데 이 정도가 되려면 그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넓게 보고 있어야 한다. (41쪽)
좋은 디자인도 대개는 단순하다.
생각하지 않고 그냥 봐도 디자인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여러 장치와 도구를 쓰더라도 하나의 단순한 원리로 정리되고 완성된다. 단순함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회사 운영에도 중요하다. 특히 1인 회사의 경우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단순함은 습관처럼 자리잡혀 있어야 한다. 당연히 사업의 개념이나 범위도 단순해야 한다. 복잡한 설명이 필요해서는 안 된다. 단 몇 마디만으로도 어떤 사업을 하는지,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어야 한다. (41쪽)
하지 말아야 할 일 리스트
(편집자 주) ‘투 두 리스트’라고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들어 매일 점검은 물론이고,나아가 매주, 매월 점검하며 일 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 반대인 ‘하지 말아야 할 일 리스트’를 만들고 주의를 기울이며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브랜딩을 쌓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에 빠지면 안 되는지,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무엇에 욕심 내면 안 되는지 잘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억척같이 해내야 한다. 일인 회사로서 브랜딩을 세우고 생존을 이어가는 방법이다.
(사진) ‘꿀 빠는 시간’의 제품패키지. 이 회사는 오직 꿀만 상품화해서 판매한다.
우리나라 힙합 씬의 1세대 격인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복면가왕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 있다. 래퍼가 아니라 보컬을 해도 충분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개코가 랩 대신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개코는 래퍼라는 자기 정체성을 계속 쌓아왔다. 힙합과 래퍼라는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고집스러운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지켜온 셈이다. 이런 노력이 힙합 씬의 존경받는 리더의 위치로 개코를 올려놓았다.
시속삼십킬로미터 라는 회사
‘꿀 빠는 시간’이라는 천연 벌꿀 스틱을 만드는 곳이다(사진). 펀딩 붐이 막 있던 시점에 와디즈 펀딩에서 그들의 상품 설명 글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글자 하나, 문장 하나가 살아있는 이야기 자체였다. 마치 신내림을 받은 기획 천재들이 쓴 것 같았다. 이 정도 기획력이라면 꿀 스틱뿐만 아니라 다른 식품으로도 얼마든지 확장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회사는 4년이 지난 지금도 꿀이라는 테마 하나에만 집중해서 진정성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가고 있다. 다른 분야에는 자신이 없는 걸까? 아니면 자신의 정체성이 희석되는 게 싫어서였을까? 아마 후자였을 것이다. (47~48쪽)
내용 출처 :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