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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리게이터

 


 

코로나19를 등에 업고 네이버, 쿠팡, 아마존 등 전자 상거래 플랫폼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그사이 새로운 e-커머스 사업 모델인 애그리게이터Aggregator가 등장했다. 이 시장에 쏠리는 뜨거운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될' 브랜드를 발굴하다

 


 

애그리게이터 산업의 문을 연 미국의 스타트업 스라시오. 

세계 최대 e-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 입점한 브랜드 중 상품성 있는 것을 엄선해 인수하는 전략으로 단시간에 몸집을 키웠다.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는 유명 e-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 브랜드를 인수해 기업형 생산 시스템으로 바꾸는 새로운 비즈니스 유형이다. 기업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자칫 인수합병M&A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업 자체가 아닌 브랜드를 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애그리게이터 기업이 인수하는 대상은 상품성과 시장성이 충분하지만 경험과 자금, 인프라 등이 부족해 성장하지 못하는 중소형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기업과 탄탄한 인사이트를 갖춘 애그리게이터 기업과의 만남은 양쪽 모두 시너지를 내기에 충분하다. 애그리게이터 기업 입장에서는 특별한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상품을 선보여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브랜드를 판매한 기업 역시 투자금을 회수해 신규 브랜드 론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수 작업을 마친 애그리게이터 기업은 테크Tech 기반으로 시스템을 바꾼다거나, 플랫폼에 최적화한 마케팅을 적용하는 등 전자 상거래 플랫폼 판매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매출을 높인다.

 

특히 국내 전자 상거래 플랫폼은 플랫폼 상품 매니저MD나 플랫폼 관리자들과의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한데, 이미 구축해놓은 관계를 활용해 빠르게 판매망을 뚫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또한 애그리게이터 기업의 매우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애그리게이터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은 홀썸브랜드Wholesum Brands, 넥스트챕터Nextchapter, 뉴베슬New Vessel, 부스터스Boosters 등이 있다.

 

 

 

글로벌 대세가 된 애그리게이터

 

애그리게이터는 미국에서 시작했다. 스라시오Thrasio는 애그리게이터 산업의 포문을 연 대표 주자로, 아마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브랜드를 인수해 불과 2년만에 유니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스라시오는 항상 제품 종류와 상관없이 가치가 있는 브랜드를 인수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동안 인수한 브랜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순이익이 15%가량 되는 브랜드, 둘째는 연 매출 100만 달러 이상인 브랜드, 셋째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해당 시장을 선점하는 브랜드, 넷째는 대부분의 리뷰 별점이 만점에 가까운 브랜드, 다섯째는 유행을 타지 않아 오랜 시간 판매가 가능한 제품 브랜드 등이다. 시장 선점 기업답게 스라시오의 이와 같은 인수 조건은 애그리게이터 후발주자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기반의 애그리게이터는 글로벌 전자 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에 입점한 브랜드를 공략하는 경우가 많아 ‘아마존 애그리게이터’라 이르기도 한다.

 

 

전 세계적 e-커머스 성장세에 따라 애그리게이터 산업 역시 활성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플레이스 펄스Marketplace Pulse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40여 개 애그리게이터 기업이 80억 달러(한화 약 9조4,0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금까지 80여 개 애그리게이터가 설립됐으며, 미국과 유럽에만 약 74%가 존재한다. 대표적 애그리게이터 기업으로는 퍼치Perch, 파운드리Foundry, 고자GOJA, 액쿠코Acquco 등이 있다.

 

애그리게이터 기업들 간의 경쟁 역시 치열하다. 지난 2020년 300만 달러(한화 약 39억 원)에 팔린 한 아마존 입점 브랜드는 몸값이 500만 달러(한화 약 65억 원)로 높아졌다. 미국의 경제 뉴스 전문 방송 CNBC에 따르면 브랜드 추천자에게 8만 달러 상당의 테슬라 차량을 증정하겠다는 공략을 내세운 애그리게이터 기업까지 등장했을 정도. 하지만 중소형 브랜드의 경우 높은 발전 가능성만큼이나 시장에서 생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에 애그리게이터 기업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출, 이익률, 구매 전환율 같은 데이터까지 전반적으로 철저히 분석하며 가치산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플랫폼에 최적화된 애그리게이터 필요

 

국내의 경우 이제 막 애그리게이터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단계다. 지난 2020년 말부터 설립하기 시작해 현재 4~5개 기업이 애그리게이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넥스트챕터, 뉴베슬 등이 대표적이다.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브랜드와 정식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으로 애그리게이터 사업 모델을 표방하는 캐치패션CATCH Fashion도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920억 달러(한화 약 120조 원)로 글로벌 6위다. 현재 한국의 애그리게이터는 시장 규모로 봤을 때 미국과 유럽에 비해 매우 작지만, e-커머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 초기 형성 단계인 만큼 주시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플랫폼 점유율의 차이다. 아마존이 독점적 플랫폼으로 있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국내의 경우 네이버, 쿠팡, 11번가 등 다양한 플랫폼이 점유율을 나눠갖고 있다. 이는 애그리게이터의 한계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애그리게이터의 핵심 기능은 ‘플랫폼 최적화’이기 때문에 다루는 플랫폼이 많을수록 선택과 집중이 쉽지 않고, 데이터와 노하우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는 자체 네이버쇼핑 제품뿐 아니라 쿠팡, 이베이 등 다른 전자 상거래 플랫폼의 제품까지 노출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는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전자 상거래 플랫폼이라도 꾸준히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

 

아직까지는 국내 시장 구조상 독점적 플랫폼을 기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국내외 상황을 잘 주시하고 안착되기까지 기민하게 흐름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한 때다. 엔데믹 전환으로 오프라인 매출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며 e-커머스 시장이 한풀 꺾이긴 했으나, 애그리게이터 사업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애그리게이터가 매력적인 건 빠른 결정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e-커머스 시장에서도 ‘발품팔이’를 하고 싶은 소비자는 없다.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정보는 피로도만 높일뿐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애그리게이터가 매력적인 건 빠른 결정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고 놓칠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고, 동일 제품의 최저가 검색도 가능하다. 국내 애그리게이터 사업의 성패는 누가 얼마나 많은 플랫폼의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성급한 투자보다는 치열한 눈치 싸움의 승자가 누가 될지 당분간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이 또한 투자가 주는 즐거움일 테니.

 

 

글. 구민기(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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