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취업의 기준

출신 대학, 정말로 중요할까?

인사팀 멍팀장

2022.07.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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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마다 서류전형에서 대학 순위별로 점수를 다르게 책정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제가 나온 대학이 혹시 취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요. 

 

취준생들에게 취업 관련 질문을 받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제가 다니는 대학이 취업에 불리한가요?”라는 질문이다. 회사는 둘째 치고, 과연 지원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당연히 대학 순위에 따른 차등 점수 부여가 불합리하다고 답변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나의 예상은 기상청 일기예보만큼이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성실함이 반드시 높은 업무능력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사실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회사 생활에서 성실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자질이다. 그리고 학창 시절을 성실하게 보낸 사람이 더 높은 순위의 대학에 들어갈 확률이 높은 것도 맞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이에 못지않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성실함은 업무에 대한 태도이지, 높은 업무 능력에 대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출신 대학 이름보다는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 평가자라면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다.

 

이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풀자면 단편소설 한 편 분량은 충분히 나오고도 남는다. 그만큼 이 문제는 공채의 역사와 함께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던 케케묵은 이슈이다. 한 때 기업들은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등 서울의 이름 있는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회사 내부로 흡수하곤 했다. 높은 국가 경제성장률과 사업 팽창으로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던 때의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변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력운영의 효율성이 점차 중요해져 갔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이 정말로 중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고래가 플랑크톤을 빨아들이듯 채용했던 기존 직원들은 기대와 다르게 업무 능력이 차별적이지 않았다. 일을 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학창 시절의 성실함이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시키는 대로 공부만 열심히 한’ 고학력, 고스펙 지원자들은 업무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예상 밖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미숙했다. 급작스러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번뜩이는 순발력과 상황 대처능력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들은 ‘회사가 정한 매뉴얼’을 원했다. 부모나 선생님이 주던 가이드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이다. 맨땅에 헤딩하며 회사를 키워온 열혈 직장인 선배들은 이런 신입사원들의 역량이 눈에 차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회사가 지원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탓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여 등장한 것이 ‘NCS채용’이었고, 최근에는 ‘블라인드 채용’이 뜨고 있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회사 업무에 반드시 대학 교육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직업훈련학교가 더욱 전문화되었다.‘마이스터고’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기업들은 이제 업무 전문성과 상황에 따른 문제 해결 능력에 중점을 두고 지원자를 면밀히 검증하기 시작했다. 


채용 현장은 더 이상 학벌을 보지 않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벌을 눈여겨보는 기업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분명 채용 현장은 더 이상 ‘학벌’을 보지 않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이제 더 이상 학벌은 의미가 없습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더라도 관계없습니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해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지원자의 출신학교를 눈여겨본다.  

 

2017년 현재, 직원 채용을 결정짓는 평가자들은 대부분 60~70년대 생이다. 젊은 기업들은 조금 다르겠지만, 업력과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만약 주변에 4, 50대의 친척이 있다면 그분들을 떠올려보자. 그분들은 자녀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 “대학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되니,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능력을 열심히 길러라!”라고 말하는가, 아니면 “일단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거다. 먼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가르치는가? 이 기준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 분들의 사고방식이 채용에도 고스란히 옮겨오기 때문이다.


주변의 4,50대 친척의 생각을 유심히 살펴보자.

이 분들의 사고방식이 바로 채용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여전히 많은 기업이 지원자의 대학 학벌을 본다. 정말로 대학 순위별로 점수를 차등 부여하는가에 대해서는 회사마다 달라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평가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으로든 지원자의 학벌을 고려하여 평가한다. 


하지만 전적으로 학벌만을 고려하는 것도 아니다. 평가자들 또한 경험적으로 학벌이 업무능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학벌은 지원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부수적인 척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변의 채용 평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울대 100점, 연고대 90점”과 같은 점수 부여보다는, 기존의 채용 경험에서 쌓인 출신 학교별 직원 성향과 능력이 선입견처럼 작동하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00대 XX과 출신 직원들은 대부분 성실하게 일은 잘 하는데, 고집이 세서 주변 동료들과 마찰이 좀 많은 편이더라. 그런데 이 지원자가 00대 출신이네. 00대 출신 지원자는 이 부분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겠다.’

 

 

‘XX대 00과 출신 직원들은 사교성이 굉장히 좋아서 팀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는데, 규정을 가볍게 여기고 예외를 만드는 경우가 많더라. XX대 출신 지원자는 이런 부분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겠다.’


학벌에 따른 점수 부여 방식보다, 기존의 직원 채용 경험에서 쌓인

선입견이 작용하는 것에 가깝다.

 

채용에서 출신 대학이 끼치는 영향은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다. 직무중심 채용이 각광을 받게 되었고, 블라인드 채용의 바람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채용 시장에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물론 비율로만 따진다면 직무중심 채용이나 블라인드 채용은 아직 주류가 되지 못했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이력서에 출신 학교 항목을 버젓이 넣고 있다. 평가자가 이를 보는 순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불안해하지 말자. 출신 대학별 차등점수를 부여하는 경우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제는 그런 회사를 찾아보기 드물다. 그저 몇 가지 대학별, 학과별 선입견만 존재할 뿐이다. 높은 순위의 대학도 낮은 순위의 대학도 모두 같은 출발선 상에 있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나 면접이나 모두 지원자와 평가자 간의 ‘소통’ 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통의 목적은 ‘상대를 설득하는 것’에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해두자. 평가자는 높은 순위의 대학을 나온 지원자가 성실할 것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나 대인관계 적인 측면에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반대로 낮은 순위의 대학을 나온 지원자는 원만한 대인관계와 둥글둥글한 성격을 지녔을 것이나, 성실함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지원자는 자신의 출신 대학에서 오는 선입견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남은 일은 단순하다. 그 선입견을 깨부수는 것이다.


남은 일은 단순하다.

선입견을 깨부수는 것이다.

 

당신의 이력사항과  학력사항, 그리고 활동사항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찬찬히 살펴보자. 당신의 이력서 요소 하나하나가 당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그것을 성실함, 뛰어난 창의성, 혹은 활발한 대인관계나 높은 활동성으로 포장할 수 있지 않은가? 당신에게 주어진 학력, 이력내용, 수상경력, 대외활동, 취미와 특기, 봉사활동 등을 찬찬히 살펴보자. 이미 당신의 이미지는 그곳에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당신의 이미지가 정말 당신의 모습이 맞는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미지를 재구축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진짜 당신의 모습은 학력 하나로 담기지 않는다. 평가자 또한 그 정도도 모를 바보가 아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당신의 모습을 그려냈으면 좋겠다. 학력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강점을 자신 있게 펼쳐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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