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매거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투자 인류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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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남다른 재테크

 


 

‘욜로YOLO, 인생은 한 번뿐’를 외치며 월급을 다 써서 없애는 젊은 세대가 달라졌다. 돈이 돈을 부르는 시대, 더는 뒤처지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며 ‘재테크’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MZ세대는 기성세대가 선호하던 예적금보다는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관심을 가진다. 그림·음악·명품·한우 등 기존에는 도전하기 어려웠던 투자처에 투자하며, 재테크를 취미처럼 즐긴다. 이들은 유튜브와 틱톡 등으로 공부해 투자처를 발굴하고, 단톡방과 블라인드 등을 통해 타인과 재테크 정보를 공유하는 신新투자 인류다.

 

 

 

조각으로 쪼개서 함께 투자한다

 

MZ세대의 핫한 재테크로는 ‘조각 투자’가 대표적이다. 조각 투자란 혼자 투자하기 어려운 자산을 여러 조각으로 쪼개 함께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조각 투자 플랫폼은 공동구매한 자산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투자자들에게 조각 수에 비례해 수익을 나눠준다.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미술품’은 MZ세대의 주목을 받는 투자처다. 2018년부터 미술품 공동구매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속속 생겨나면서 마우스 클릭 한 번에 미술품 일부를 구매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서울옥션에 따르면 미술품 온라인 공동구매 플랫폼 서울옥션블루 고객의 95%가 기존 서울옥션 경매에 참여한 적 없는 MZ세대 신규 고객이다. MZ세대 투자자들은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아트테크미술과 재테크의 합성어에 열광한다. 남들과 함께 구매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림을 자신의 집에 걸어두고 즐기긴 어렵지만, 디지털 인증서를 받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

 


 

스마트팜은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에서 판매한 앤디 워홀 작품.

 

 

저금리 시대,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국내 주요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아트투게더는 52.35%, 아트앤가이드는 17.9%다. 이 때문에 미술품 조각 투자 펀딩이 시작되면 가수 콘서트 티케팅에 버금갈 만한 클릭 경쟁이 펼쳐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들은 ‘음악 저작권’ 투자에도 눈을 떴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고객62만6,000명의 66%가 20~30 세대였다. 매월 배당처럼 저작권료 수익을 받을 수 있고, 주식처럼 거래해 시세차익을 낼 수도 있다는 점이 MZ세대를 끌어모았다. 지난 3년간 뮤직카우 이용자들은 연평균 8.7%의 수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브레이브걸스의 노래 ‘롤린’은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뒤늦게 인기를 끌며 한때 2,000% 넘는 수익률을 자랑하기도 했다.

 

MZ세대는 기존에 기관투자자만 관심을 가졌던 빌딩·한우 투자도 서슴지 않는다.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한우 자산 플랫폼 뱅카우 투자자의 81%가 20~30 세대다. 뱅카우는 내가 투자한 송아지의 성장부터 출하, 경매되는 과정까지 모두 보여주고 투자의 시세차익을 제공한다.

 

강남 빌딩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배당하고, 시세차익을 나누는 플랫폼 카사도 고객 상당수가 MZ세대다.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열린 40억~100억원 규모의 투자 건이 모두 청약 당일 완판될 정도로 조각 투자 열풍이 거셌다.

 

 

 

희소성의 가치도 재테크 수단으로

 

MZ세대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입해 웃돈을 받고 되파는 ‘리셀테크’에도 적극적이다. 리셀테크는 리셀Resell, 재판매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희소성이 있거나 인기 제품을 사서 웃돈을 얹어 되파는 거래 행위를 말한다.

 


 

단종된 레고 제품은 독창성이 뛰어나 수요가 생기는 경우 중고로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이를 두고 레고와 재테크의 신조어 ‘레테크’라 부른다.

 

 

리셀테크 대상은 피겨와 레고 등의 장난감과 명품, 의류, 스니커즈 등으로 다양하다. 명품이나 한정판 상품이 MZ세대의 투자처가 된 이유는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공급은 한정적인데 수요가 많다 보니 차액을 얻기 쉽다.

 

샤넬의 빈티지 2.55 클래식 미디엄 가방은 2007년 300만원대였지만, 올해 900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초록색 모델은 신상품 가격이 1,100만원대지만, 리셀가는 1,900~4,000만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새벽부터 매장 앞에서 줄을 길게 서 있다가 개점 시간에 맞춰 달리는 ‘오픈런’을 여러 차례 시도해야 상품을 구할 수 있을까 말까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에 따르면 세계 운동화 리셀 시장은 2025년까지 6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현재보다 3배가량 되는 수치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이 온라인 랜덤 추첨을 통해 판매하는 운동화도 정가의 20배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MZ세대의 리셀테크 열풍에 시장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COWEN은 작년 7월 보고서에서 2030년에는 전 세계 리셀 시장 규모가 거의 300억 달러약 35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운동화 리셀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60억 달러약 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KT, 번개장터 등이 운동화 중고 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나선 이유다.

 

 

 

MZ세대,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이끌다

 


 

스탁엑스는 2016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설립된 온라인 플랫폼으로, 

스니커즈 거래로 시작해 럭셔리·IT·테크·컬렉터블 등으로 확장해 세계 1위 리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다양한 재테크가 젊은이의 눈길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취미처럼 즐기며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공동구매와 중고 거래에 매우 익숙하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데에도 자연스럽다. 또 디지털 발전에 따른 핀테크FinTech,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열풍도 재테크 붐에 불을 붙였다. 다양한 핀테크업체가 잇따라 등장해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소액으로도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별장을 공동 소유하는 개념으로 별장 지분을 조각 판매한 피카소는 

사람들이 별장을 사고 소유하는 방식을 극적으로 바꿔줄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도 다양한 플랫폼이 대체투자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설립된 피카소Pacaso는 ‘더 많은 사람에게 별장을 소유할 기회를 준다’는 목표로 별장 지분을 조각 판매했다. 피카소는 ‘별장을 1%만 누릴 수 있는 사치품에서 수천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바꿨다’는 평을 받았으며, 창업한 지 1년도 안 돼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넘는 유니콘기업이 됐다. 

 

뉴욕의 대체투자 스타트업 랠리Rally는 클래식 자동차, 스포츠 카드 등 한정판 수집품에 1달러씩 투자할 수 있는 조각 투자 플랫폼을 선보였다. 랠리는 2017년 설립 후 지금까지 1억91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랠리는 ‘더 많은 이에게 원하는 희귀품에 투자할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물론 MZ세대의 재테크가 무조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른 투자법과 마찬가지로 자산 가격이 내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투자금을 올인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신진 작가의 그림을 샀다가 작가가 미술을 그만두면 판매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볼 수 있고, 명품 시계나 가방·운동화 등도 비인기 모델을 샀다가 다시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종식으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다면 명품 리셀 시장도 지금처럼 인기를 끌지 못할 수 있다. 대체투자도 주식이나 암호화폐처럼 시장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술품의 경우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나 미국의 자산 매입 축소 속도에 따라 가격 변화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다른 재테크에 투자하는 것처럼 자신의 원칙을 세우고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투자 전 공부를 하고 안전한 플랫폼을 찾아 소액만 투자한다면 수익도 내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석이조’ 투자법이 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 투명하게 자금을 공급해 예술, 농업, 산업 등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발 빠른 MZ세대와 함께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공부하고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글. 안소영(<이코노미조선> 기자) | 사진.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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