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주니어의 삽질 줄이기

회의시간에 투명인간이 안되려면…

일분시그널

2020.12.0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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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시간이 유독 곤욕으로 느껴지는 부류가 있다. 신인(입)시절, 그리고 원체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회의룸 안에선 크게 abc 유형을 만날 수 있는데...

 

a. 리더: 회의 주도자니까 말을 제일 많이 해야만 하는 역할이다. 오늘 아젠다가 무엇인지, 발표자 건건이 피드백 달아야 하고,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유도하거나 중재하거나, 다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리더일 때 가장 곤욕스러운 것이 무반응 분위기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슬프다고. 이럴 땐 쓸데없는 말이라도 입을 여는 자가 차라리 고맙다.

 

b. 빅마우스: 어떻게 보면 회의를 주도하거나 분위기를 망치거나, 둘 중의 하나인 유형이다. 누가 아이디어만 내면 사사건건 딴지를 건다든지, 남의 말 끊고 자기 말만 하는 스탈. 혹은 대책없이 실행력 제로인 아이디어만 주구장창 내서, 시간 뺏는 유형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타인의 의견에 꼬리를 물면서 확장시키는 경우가 있다. 어찌됐든 이런 유형이 있으면 회의가 돌아가긴 한다.

 

c. 투명인간: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런말 꺼냈다가 욕먹는 거 아냐, 걍 가만히 있자'라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우선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가만히 있음 중간이라도 간다'는 신조를 달고 산다. 근데 가만히 있어서 가마니가 될 수도 있으니... '쟤는 어차피 별 얘기 안하는 애니까'라는 인상이 찍혀, 누구도 별 기대치를 주지 않으며 굳이 의견을 묻지도 않는다. 일명 유령존재로 찍힐 수 있다는 의미.

 

혹은 누군가 나에게 집중하는 것을 태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유형도 있다. 말 한마디 내뱉기가 백만 유튜버 되는 것보다 힘든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꼭 한마디씩 해야할 때도,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떨림을 멈출 수 없을 정도다. 그래도 우린 회삿돈을 받아먹고 일하는 사람들이니, 회의에 참석했다면 적어도 한 마디는 내뱉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부터 빅마우스가 되려는 의지는 고이 접어두고 딱 2계단만 오를 생각 해보자. 1계단은 '호응만 해보자', 2계단은 '한마디만 해보자'이다.

 

1계단: 의견 내면 까일 것 같고 말 길게 하는 것조차 너무 떨린다면 '우선 경청'한다. 옆에 애가 어떤 아이디어를 냈을 경우, 더도 덜도 말고 '이런 의견 좋은 것 같아요, 그럼 이걸 보도자료나 기획기사로 풀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호응만 해본다. 어차피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거니 그리 큰 부담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홍보 업무를 좀 끼워맞춰서, 나도 주도적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중요하다.

 

2계단: 회의 아젠다가 있고 내가 발표해야 할 내용이 있을 것이다. 준비한 것을 발표하는 건 기본이고, 여기에 +a가 될 딱 1개를 더 준비해가자.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 신제품 출시 IMC 미팅에 참석한다면, 홍보 담당자로서 보도자료 일정이나 컨셉 등을 발표할 것이다. 여기에 +a는,

 

"(인스타) 마케팅 반응을 보니 리뷰수나 좋아요가 xx해서 좋은 것 같아요. 근데 경쟁사 x를 보니까 구매하기 버튼 등의 유도 장치를 두던데 우리도 이벤트 하나 준비하는 게 어떨까요? 그럼 관련 보도자료도 나갈 수 있고요."

 

타 부서와의 회의 시 중요한 건, 의견 제시할 때 우선 해당 부서 업무의 긍정성을 칭한 뒤(?), 더 부가적인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것이다. 말 꺼내기조차 너무 어렵다면, 미리 노트에 적어서 '오늘은 이거 하나만 던지고 오자'를 연습해본다. 물론 반격이 있을 수 있고 대차게 까일 수 있으나, 애초의 내 목표는 의견 실행이 아니고 걍 '말 한마디 하는 것'에 있으니 이미 목표달성을 한 것이다.

 

회의를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군상이 보인다.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람, 배려없는 사람, 지나치게 조용한 사람.

 

극단적으로 봤을 때, 여기서 가장 낮은 계급은 '지나치게 조용한 사람'이 될 것이다. 비 전문적으로 보이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같고, 무능력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가 굳어지다보면, 어느새 회의 시간 안에서 겉도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처음 시도는 떨리겠지만 우선 2계단까지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자신감이 붙으면 3계단 올라가는 연습을 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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