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쥐띠, 소띠, 호랑이띠.. 12지신 띠를 외우기 위해 ‘똘기, 떵이, 호치, 새초미’ 노래를 불러보신 적 있으신가요? 닭띠 다음 순서를 찾으려면 노래를 한참 불러야지 찾을 수 있었던 그 꾸러기 수비대 오프닝! 꾸러기 수비대는 추억의 만화로 다시 회자되며 모바일 게임 이벤트에서도 등장해 얼마간의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었는데요.
오늘의 라우드매거진에서는 에디터 최모와 함께 레트로 2탄, 9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추억에 애니메이션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D
지친 일상에서 과거를 떠올리며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셔도 좋을 것 같은데요! 투니버스가 나오는 텔레비전을 부러워하게 만든 그 때 그 시절 90년대 애니메이션 속으로 추억 여행을 함께 떠나봐요!
이번 호 스포일러
1. 추억을 나눠요
2. 90년대에 무슨 일이?!
3. 추억의 만화, 지금의 모습
1. 추억을 나눠요
지금부터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90년 초반으로 가볼까요? 90년 초반은 IMF가터지기 직전 한국은 나름대로 사회적 호황이 이루어지는 때였습니다. 20세기의 끝자락에 있어서였을까요? 21세기 새로운 미래 사회를 기대하거나 혹은 그와 반대로 종말론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루며 전번작으로 세기말적인 분위기가 트렌드를 이루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 매체들이 SF장르가 인기를 끌었었죠.

BGM을 들으면 가슴이 뛰는 로봇 만화, 슈퍼 그랑죠가 오늘 추억의 애니메이션 첫 번째 만화입니다. 일본에서는 1989년에 첫 방영이 되었고 한국에는 1991년 SBS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이었죠. 정작 일본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어 조기종영되었던 그랑죠는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당시 시청률 29%라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슈퍼 그랑죠 - 슈퍼 피닉스, 슈퍼 그랑죠의 위풍당당한 모습
슈퍼 그랑죠 - 달나라
달나라 여행이 가능해진 2100년,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달나라로 여행을 떠난 주인공 '민호'가 위험에 빠진 달나라 세계를 그랑죠와 함께 구하는 소년 만화 스토리로 그랑죠를 소환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총, 팽이, 화살은 각종 완구류로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여자아이들의 핑크색 신발에도 로봇 캐릭터가 그려질 정도로 여자 아이들에게도 사랑받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돈데 기리기리', 주문을 외우는 주전자로 유명한 '시간 탐험대' 등은 전형적인 소년만화와 SF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그 시대가 바라는 미래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애니메이션들이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던 부추 도사 무도사, 은비까지로 텔레비전 방송은 물론 비디오 대여점 중독을 일으킨 첫 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탐험대, 무도사 배추도사, 은비 까비
그 시절 비디오를 틀면 등장하는 장면
'농구가 하고 싶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을 비롯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어록들로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슬램덩크가 동시대에 탄생했습니다. 농구를 전혀 알지 못하던 불량아 '강백호'가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따라 가벽게 입부하게 된 농구부에서 농구의 매력을 깨닫고 진정한 스포츠맨으로 거듭나는 성장 스토리의 만화는 주인공 '강백호'뿐 아니라 출연하는 캐릭터의 매력과 명장면들은 현재까지도 짤과 패러디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슬램덩크
그 중에서도 저는 불꽃남자 정대만의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장면은 지금도 여러 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장면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지금도 이 장면을 보면 눈물이 조금 납니다.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현재까지 1억 부가 넘게 팔린 슬램덩크 만화책 역시 지금도 다양한 번역본으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슬램덩크가 희대의 명작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데요.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이 후로도 농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후속작 '리얼'을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 농구라는 이색적인 주제를 가져와 슬램덩크보다 좀 더 성숙하고 차분한 톤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갑니다. 아직까지 연재 중이지만 다음 스토리가 나오지 않아 많은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하죠. (제가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 후속작 - 리얼
꾸러기 수비대와 슬램덩크 등의 애니는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아 다양한 콘텐츠로도 제작되고 있는데요. 그만큼 그 시대를 주름잡는 혁명적인(?) 애니메이션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1990년 중반으로 가보겠습니다. 95년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문화를 수입하는 문이 열리며 애니메이션 홍수가 일어나는 때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법 소녀 리나'로 방영되었던 '슬레이어즈', 모든 여자 어린이들의 로망이자 커서 보면 왜 웨딩 드레스를 입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웨딩 피치', 정의롭지만 도둑인 '천사소녀 네티 등 명작들이 95년 쏟아져 나옵니다.
슬레이어즈, 웨딩피치, 달의 요정 세일러문, 천사소녀 네티
이 애니메이션은 모두 한국에서는 1-2년 차이로 늦게 방영이 되었는데요. 당시 95년에는 한국에서 일본의 '좋은' 문화를 받아들이기를 시도하며 애니메이션 시장에도 일본의 작품들을 수입하기 시작하며 투니버스, 퀴니 등의 어린이만을 위한 케이블 방송이 급 성장을 이룹니다.

이전에는 성인 시청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었으며 케이블 방송 역시 성인들을 위주로 편성이 되었다면 눈 뜰 때부터 지쳐 잠이 들 때까지 만화 영화만 나오는 케이블 채널은 어린 아이들로 하여금 대단한 혁신이었습니다. 학원 시간이 끝나 놀이터나 골목이 아닌 집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죠.

그렇게 1990년 후반으로 넘어가며 그야말로 애니메이션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셋쇼마루 덕후를 양산했던 이누야샤, 사실 남자 어린이들도 몰래 챙겨 봤던 다!다!다! 등이 투니버스에 방영이 되며 신드롬을 일으켰었죠.
그리고 학급을 두개로 분열시켰던 희대의 명작
'포켓몬스터'와 '디지몬 어드벤처'가 등장하게 됩니다.
포켓몬스터의 경우 국내 기준 1999년, 디지몬 2000년 첫 방영으로 1년이라는 텀을 두고 각각의 다른 방송사에서 방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주인공들과 몬스터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비슷한 콘셉트로 각 애니메이션은 서로 엄청난 라이벌 구도를 이루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상의 세계관과 스토리 흐름 전개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먼저 방영된 포켓몬스터가 원작이라는 느낌, 그리고 디지몬 어드벤처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배신자로 낙인을 찍히는 해프닝들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두 애니메이션 모두 원작은 만화가 아닌 게임으로 당시 인기 있었던 게임에서 스토리를 입혀 방영된 애니메이션이었답니다. 몬스터를 육성하는 게임에서 포켓몬스터의 경우 주인공 '지우'의 세계 제일의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기 위한 여정의 애니메이션, 디지몬은 갑작스럽게 디지털 세상으로 빨려들어간 '태일'이와 친구들이 디지몬들과 함께 디지털 세계를 구하는 스토리로 변신하며 포켓볼, 디지바이스 등의 완구류도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디지몬 어드벤처의 경우는 당시의 디지털 문화를 잘 반영한 애니메이션이었는데요. 디지바이스를 통해 진화할 수 있는 몬스터, 이진수로 구성되어 있는 세계 등 재미있고 신선한 코드로 당시 어린이들에게 다가갔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후로도 두 작품 모두 후속작이 연이어 나왔으며 오랜 시간 어린이들에게는 물론 성인이 된 팬들에게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 과연 시대를 뛰어 넘은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포켓몬이었나요, 디지몬이었나요?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2. 90년대에 무슨 일이?!
그렇다면 90년대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 우리를 추억에 젖어들게 만드는 애니메이션들이 대량으로 등장하게 되었을까요?
먼저는 당시의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일본 작품이었기 때문에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일본의 상황을 들여다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비정상적인 자산 가치 상승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지금에 말하는 '버블 경제' 였죠. 1970년대 일어난 '오일쇼크' 사건으로 유가가 크게 상승하게 되었고 이는 세계적인 물가상승과 경기불황이 맞물리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일본은 엔저정책, 즉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정책이 맞아 떨어져 일본 수출 기업들의 매출이 급상승하게 되었죠.

밖으로는 수출에서 엄청난 흑자가, 안으로는 호경기로 인해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으로 큰 돈을 벌어들여 일본의 황금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90년대에 수많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문화를 만날 수 있었지만 사실상 80년대를 비춰보면 그 때의 황금기를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명작들이 그 시대에 탄생했었죠.
그 중 대표적인 예로 앞으로도 다시는 이런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없을거라는 평가를 얻는 1988년의 'AKIRA'.
AKIRA
3차 세계대전 이후 붕괴된 도쿄에서 주인공이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 실험체를 발견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 영화는 제작비만 11억엔을 투자한 작품이었습니다. 두시간의 러닝 타임 가운데 15만장의 셀화 (일반 극장판의 평균 셀화는 5만 장), 총 2200컷이라는 놀라운 규모의 이 작품은 해외에서도 충격을 선사한 대작이었죠. 엄청난 인력과 제작비가 투자된 만큼 섬세한 움직임과 어마어마한 퀄리티의 작화, 세련된 구성 모두 80년 작이라고 할 수 없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AKIRA와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절대 그 이름이 빠지지 않는 지브리는 1986년 '천공의 성 라퓨타'(이하 라퓨타) 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당시의 인기 장르인 SF 판타지 물의 라퓨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때의 유럽의 배경, 전쟁과 평화, 과학과 자연의 대립을 주제로 지브리 특유의 감성을 담으며 높은 작품성으로 지금까지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라퓨타로 인해 애니메이션의 감동 미야자키 하야오, 피아노 곡의 주인공 히사이시 죠 등이 이름을 날리게 됩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일본 버블경제는 이름 그대로 거품처럼 꺼지기 시작했고 1999년 방영되었던 카우보이 비밥을 끝으로 애니메이션 성장은 그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의 전성기를 바탕으로 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여전히 그 입지를 다지고 있었고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90년대~2000년대까지 수많은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죠.
카우보이 비밥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성장이 멈춘 이후, 90년대 이후의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더 익숙한 편인데요. 일본 대중 문화 개방이 이루어지고나서 이후의 작품들이 한국에서 방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외교적인 측면에서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던 중 '왜색'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금기시 되었던 일본의 문화였지만, 일방적으로 막기만 하다보니 폭력과 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의 범죄 문화들이 들어오고 노출된다는 측면에서 좋은 문화를 받아들이자는 목소리가 생겨났습니다.
너무 일본 문화의 색이 짙은 부분은 자체적으로 편집이 되기도 했었지만 그 때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지금 우리가 추억할만한 작품이 대거 출연하게 됩니다.
3. 추억의 만화, 지금의 모습
그 때를 추억하는 만화들은 지금에도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 시절 어린이였던 친구들이 성인이 되어 주 소비층을 이루고 있기에 다양한 콘텐츠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있어서 쉼이자 오락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5월, 모바일 RPG게임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꾸러기 수비대와 콜라보레이션을 이뤄 추억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이벤트도 진행이 되어 화제가 되었었죠.

드래곤볼 역시 '드래곤볼 Z' 이후로 나오는 후속작이 화제가 되었는데, 원작자인 '토리야마 아키라'가 드래곤볼 슈퍼를 연재해 오랜 팬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슈퍼는 드래곤볼이 아니라는 평가를 낳기도 했지만요.) 각종 게임 매체, 극장판, 굿즈로도 계속해 나오고 있으며 '슬램덩크' 역시 모바일 게임으로 최근 출시되었습니다.
시간이 오래지나도 덕후들의 마음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게 하는 그 시절, 추억의 애니들.
이렇게 오늘은 90년대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추억의 애니메이션들을 함께 만나봤습니다. 과거의 애니메이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픽, 작화 모두가 현재 방영되는 애니메이션보다 높은 퀄리티를 선사하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따뜻한 색감과 개성 있는 캐릭터, 화려한 그래픽은 우리로 과거를 더욱 추억하게 만드는 매력을 선사합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웹툰, 뽀로로를 필두로 단단하게 자리잡은 어린이용 3D 애니메이션 등 국내 애니메이션 역시 세계로 수출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처럼 누군가에게 또 새로운 추억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니 더욱 더 애니메이션 산업이 어떻게 성장이 될지 기대가 됩니다 :D
오늘의 라우드매거진에서는 조금 쉬어가는 시간으로 추억 여행을 함께 해보았는데요. 여러분이 즐겨보았던 애니메이션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빠뜨린 애니메이션이 있다면 아래 댓글로 달아주세요~

“집에 가서 당장 드래곤볼 프리더 편을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