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렇게 컨펌하지 마세요.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상급자의 위치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컨펌입니다. 그러한 의사결정 과정이 있어야 일이 마무리가 됩니다. 만약 스스로가 실력이 없더라도 의젓해 보이는 뉘앙스로 후배의 결과물을 평가해야하는 상황이 찾아오고, 보는 눈이 없어도 말도 잘 못하도 해야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그나마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디자인 컨펌에 대해서, 크게 두가지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 디자인 컨펌을 할 때 가져야 할 시선
2. 디자인 컨펌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말
첫번째로 설명할 부분은, 디자인 컨펌을 할 때 어떠한 시각으로 봐야 하는가? 저는 디자인에 가장 중요한 점은 <컨셉>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디자인 컨펌을 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이 됩니다. 컨셉이란 것은 디자인에 가장 큰 틀, 뿌리라고 보면 됩니다. 즉 디자인을 나무로 비유를 하면 뿌리> 몸통> 가지> 잎 그리고 컨셉 > 컨셉 결정하는 요소 > 디테일 > 세부 디테일 이렇게 보면되죠. 하지만 디자이너가 아닌 분들의 시선에는 잎 > 가지 > 뿌리 > 몸통 등으로 정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너무너무 많아요. 잎만 보고 "왜 잎이 색깔이 누렇지?"라고 묻고, "잎 색을 바꿔라"라고 요구하죠. 뿌리가 잘못되었기에 잎 색깔이 누런 것임을 그들은 모르고, 뿌리를 그대로 방치한 채 잎 색만 바꾸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그런 디테일 수정 작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디자이너들은 뭘하죠? 야근을 하죠
모든 디자인의 시작은 컨셉이며, 이 컨셉을 제대로 정립을 하면, 디테일에 대한 실마리는 저절로 풀리게 됩니다. <이 디테일은 어떻게 해야 하지> 라며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컨셉은 무엇이며 그러므로 이 디테일은 어떻게 따라가야 하지>라고 고민해야 하는 게 디자인을 볼 때 가져야 할 시선의 순서입니다.
쉽게 설명을 하기 위해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디자이너가 2-30대 타겟으로 심플하고 모던한 컨셉의 화장품 패키지 디자인을 했다고 칩시다. 권한을 가진 자가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컨펌할 때 "이 부분은 조금 더 화려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만 말하면 안된다는 것이죠. 심플하고 모던한 컨셉 아래에서 풀어낼 수 있는 해결점을 제시해야 합니다. 즉 "이 부분은 다른 부분에 비해 덜 심플해 보이며, 감각적이지 않습니다. 타이틀에서 쓴 분위기처럼 이 부분에서도 같은 느낌으로 적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예를 한가지 더 들어보겠습니다. 디자이너가 커피브랜드의 로고를 제작을 하였습니다. 컨셉은 <자연주의> 로 정했고, 클라이언트와 합의까지 하고 시작 했습니다. 그래서 컨셉에 맞게 손 그림으로 그림을 그려서 형태를 선택했고, 색상을 green & brown 으로 선택 하였습니다. 클라이언트는 합의된 컨셉에 맥락에 대해서 컨펌을 해줘야 합니다. 합의되지 않은 컨셉을 말하면 안됩니다.
“커피나무 그림이 너무 복잡해요 조금만 더 간략하게 표현해주세요(O)”
“커피나무를 왜 초록색으로 했어요? 도시적인 느낌으로 다시 표현해주세요(X)”
“초록색이 너무 채도가 강합니다. 조금만 어두운 초록색으로 해주세요(O)”
“ 형태가 마음에 안들어요. 샤넬처럼 감각적이고 모던하고 심플하게 수정 부탁드립니다 (X)”
이해가 되셨길 바라면서, 두번째 디자인 컨펌할 때 하지 말아야 할 말
디자인 컨펌자는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좋은 방향으로, 그리고 빠른 방향으로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끌어 내줘야 합니다. 그 위치에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권위적인 위치에서 <내 마음에 들때까지> 디자인을 강요하는 자리가 절.대 아닙니다. 컨펌자가 회사의 대표라고 할 지라도, 컨펌자리에서는 수평적인 위치에서 대화하듯 디자인의 방향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무엇일까요?
- “마음에 안들어요”
- “다시 해오세요”
- “별로예요”
- “ 이건 왜 이렇게 하신거죠?”
- “ 퀄리티가 떨어지네요”
등등
구체적인 해결점을 제시해주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감각,기분,감정을 충족시켜야 하는 권위적인 말들은 컨펌이 절대 아닙니다<평가> 일 뿐입니다. 회사에서는 누군가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이익을 위해 최대한의 효율과 속도를 내야하는 환경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한민국의 환경에서는 위와같이 컨펌이 아닌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저런 말들을 들은 디자이너는 다시 컴퓨터 앞에와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수정을 해야하는지, 컨셉이 잘못된건지, 어떤 디테일이 문제였던건지 마치 사막에서 바늘찾기하듯 막연하게 앉아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을 조금이라도 겪어본 사람이라면 절대 저렇게 말하면 안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던 그 자리의 자격이 없는 사람임은 저는 확신합니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들을 대략적으로 적어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다음에는 <컨셉> 과 <디자인 프로세스> 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볼 예정입니다. 아무쪼록 모든 디자이너의 근무환경에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