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의 기술

야심차게 준비한 마케팅이 실패하는 이유

동양북스

2020.08.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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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의 진화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고, 그 발전 속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시대. 디지털을 통한 마케팅 기법이 생겨나면서 마케터는 급격히 늘어나는 디지털 마케팅 툴을 익히는 데 시간을 뺏기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애초에 왜 마케팅을 하는지 생각해봅시다.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매력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서 고객이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사용하게 만드는 활동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아무리 ‘매력적’이라고 호소해도 고객이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무한한 정보에 접촉하는 요즘은 거대한 빅데이터 자료는 얻기 쉽지만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이나 내면, 행동 추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AB 테스트를 해보니 비용 대비 효과가 좋더라’, ‘새로운 툴을 도입하니 효과가 있더라’라는 프리젠테이션은 넘쳐나지만, 이런 내용은 브랜드 전체에서 봤을 때는 한정적인 영향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비즈니스를 좌우한다

그동안 저도 필립 코틀러나 마이클 포터의 책을 비롯해 마케팅 기법과 전략을 공부하고 시도했습니다만, 실전에서 바로 적용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마케팅 전략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세련된 것처럼 보여도, 막상 실전에 적용해보면 성공하지 못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논리가 약하고 설득력이 떨어져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올 때는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진정한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이디어’는 흔히 재치있는 발상이나 감이나 촉으로 얻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 역시 이런 고민을 안고 일하던 어느 날, 실제 고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아이디어’ 비슷한 것으로 굳어졌다고 실감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객의 의견에서 1위 아이디어를 얻다

2006년 로토제약으로 이직해서 ‘하다라보 고쿠쥰’의 화장수 마케팅을 맡게 되었습니다. 2004년 발매한 이 제품은 히알루론산을 고밀도로 배합한 것으로, 성분도 매우 좋고 가격도 1천 엔대로 상당히 저렴했습니다. 다만 입자가 큰 고농도 배합이라 다소 끈적임이 있었고, 강조한 카피도 ‘히알루론산이 듬뿍 들어간 화장수’, ‘제약 회사가 제대로 만든 화장수’처럼 전형적으로 기업 시점에서 작성한 것이었습니다.

 

연간 20억 엔 정도로 제자리걸음 매출이었던 이 상품을 마케팅하기 위해 소매점과 번화가에 가서 고객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 상품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이유를 들었을 때, 이 상품에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고객은 끈적임과 저렴한 가격을 칭찬하면서, ‘뺨이 손에 붙을 정도로 끈적인다’며 그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었습니다. ‘끈적임은 좋아하지 않지만, 이것이 보습이 된다는 증거’라며 오히려 고객이 저희를 설득하기도 했죠. 바로 이 지점에서 ‘아이디어’가 탄생한 겁니다.

 

  

 

이후 ‘손가락이 뺨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탱탱한 피부가 되는 화장수’라는 아이디어를 얻고, 여기서 나온 카피는 이 제품을 판매 1위 화장수로 만들어주었죠. 연간 160억 엔으로 매출 규모가 성장하고 아시아 각국으로 수출까지 하게 된 일등 공신은 바로 이 ‘아이디어’였습니다.

 

 

‘아이디어’는 회의에서 나오지 않는다

마케팅 현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매출과 이익, 고객이 늘어날까를 고민하는 담당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위해 브레인스토밍이나 회의를 한다고 해서 실전에서 정말 쓸 만한 생각이 나오기는 힘듭니다. 단순히 기발하기만 한 생각, 실현하기 어려운 아이디어의 나열이 될 뿐이죠.

 

그 이유는 고객의 마음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아이디어’를 찾으려면 실존하는 단 한 사람의 고객을 심층 분석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저는 주로 고객 분석을 통해 대상 타깃 전체를 파악한 뒤, ‘어느 세그먼트의 N1 고객을 심층 분석하고, 무엇을 알고 싶은지’ 설정합니다. N1 설정을 정확하게 해야만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니시구치 가즈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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