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대행사에서 일하고 싶은가?
브랜드사에서 일하고 싶은가?
출처 : flickr - Ash if
대행사와 브랜드사, 당신은 둘 중 어느 곳에서 일하고 싶은가? 필자는 홍보 대행사에서 약 4~5년 동안 일을 했고, 작년 3월부터 약 1년 동안 브랜드사에서 새롭게 일하고 있다. 대행사에 있던 분들은 갑의 위치로 가고자 브랜드사로 이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필자의 경우엔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꼭 해보고 싶어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대행사에서 브랜드사로 이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가 작은 대행사에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업무 방식과 스타일이 다르고 브랜드사에서 원하는 업무 역량이 조금은 상이했던 것 같다. 채널을 운영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은 비슷했지만 목표로 하는 결과 값이 달랐던 것 같다. 비슷한 듯 다른 방식의 업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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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구조가 다르다
대행사는 대체로, 사업을 수주하여 매출을 만든다. '나라장터'라는 홈페이지에서 올라온 입찰공고를 확인 후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에 맞게 제안서를 작성 후 경쟁 PT를 통해 최종 심사에서 합격한 업체가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발행시킨다. 물론, 사업 규모가 작은 경우 수의계약(경쟁이나 입찰에 의하지 않고 상대편을 임의로 선택하여 체결하는 계약)을 통해 계약을 진행하기도 한다.
브랜드사의 경우 제품&서비스를 판매한 수익이 바로 매출과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 프로모션 등 모든 전략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매출과 직결되어야 한다. KPI를 설정할 때도 홍보대행사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알리느냐?'가 중요했던 지표라면, 브랜드사에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할 것이냐?'가 중요한 중요한 지표로 설정된다.
대행사 :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알리느냐?
브랜드사 :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느냐?
얼마나 많이 알리느냐, 얼마나 많이 판매하느냐는 사실 비슷해 보이지만 막상 업무에 돌입했을 때 꽤 많은 것이 다르다고 느꼈다. 영상 콘텐츠 하나를 만들더라도, 알리기 위한 것과 판매하기 위한 것은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콘셉트와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동일한 예산 1억을 가지고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CSR 활동인 대학생 홍보대사를 운영하는 것과 그 기업의 앱 설치를 위한 프로모션을 하는 것을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대학생 홍보대사를 진행한다고 바로 그 기업의 앱 설치가 급등하진 않는다. 차라리 1,000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 앱 설치에 효과적이다.
같은 예산 1억, 그러나 다른 목표
- 대행사 : 대학생 홍보대사 (목표 : 참가자의 만족도)
- 브랜드사 : 할인 프로모션 (목표 : 새로 출시한 앱 설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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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방향이 다르다
대행사의 과업은 당연히 브랜드사에서 요청한 과업이다. 이 말은 즉, 브랜드사에선 본업에 더 집중(제품 개발, 서비스 개발)할 수 있도록, 적당한 아웃소싱(홍보, 프로모션)을 대행사에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고민의 방향과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적절한 아웃소싱을 통한 시너지 유발
- 대행사 : 홍보 업무, 콘텐츠 제작 등
- 브랜드사 : 제품&서비스 개발 등
대행사에선 항상 갑의 위치인 브랜드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브랜드사와 대행사는 갑-을 관계보단 파트너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서로가 가진 강점을 적절하게 발휘할 때 좋은 시너지가 나기 때문이다. 예전 대행사에 있을 땐 브랜드사의 요청으로 한 달 동안 본사로 출퇴근하면서 업무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브랜드사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 대행사에 있다 보면 우리에게 모든 일을 다 시키고, 브랜드사에서는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느낄 때가 많았다.
직접 브랜드사에 가서 보니 거기는 또 해결해야 하는 다른 일들이 많이 있더라, 그러니 본인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대행사에게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임을 직접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러니 돈을 받고 일을 하지)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대행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OOO대리가 컨펌을 아직 안 했습니다", "OOO차장이 컨펌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비일비재하게 주고받는다. 컨펌=확인은 어쩌면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브랜드사에서 컨펌을 했을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그러지 않았을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책임을 누군가에게 묻는 것보다 함께 해결하는 것이 옳은 업무 방식이다)
- 대행사 : OOO대리가 컨펌했어?
- 브랜드사 : 컨펌하는 것도 일이더라..
브랜드사에서 일하다 보니, 어떤 것을 결정할 때 더 조심스러워졌다. 물론 브랜드사에서도 내부 컨펌을 받지만, 실무자가 그 내용을 가장 잘 알고 대행사에 과업을 요청하기 때문에 대행사에 있을 때보다 책임감이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 다행히 지금까지 좋은 파트너사를 만났고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고민하는 형태로 일하고 있다.
대행사에 있을 때,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고 생각했다.
갑과 을을 따지기 전에,
일에 집중하고 어떻게 일을 잘할 것인지가 먼저다.
그러면 대행사&브랜드사의 구분이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사로 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