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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이동, 무엇이 브랜드를 신뢰하게 하는가?

김씨책방

2019.05.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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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가 절실한 기업들

요즘에 인터넷 쇼핑을 하고 나면, 정말 많은 메일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내용은 ‘구매한 상품에 만족하셨나요? 당신의 평점을 알려주세요!’처럼 우리의 이용후기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특이한 점은 만족도에 대한 클릭을 한 번 해주면, 회사에 따라서 100~200원씩 포인트를 주며, 사진 등을 통해 더욱 자세하고 정성스러운 리뷰를 할수록 더 큰 리워드를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기업들은 소비자의 평가를 바라는 것일까?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마일리지로 소비자를 묶어놓으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중요해진 신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비슷한 이용자들이 남긴 후기는, 사람들이 플랫폼에 대해 가지는 불신의 장벽을 뛰어넘게 하는 강력한 힘 중 하나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은 어떻게 신뢰를 형성해야 할 것인가? 또한 소비자들이 우리에게 가지는 심리적 장벽을 어떻게 넘어오게 할 것인가? 레이첼 보츠먼 교수는 그의 저서 <신뢰이동>을 통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의 신뢰는 지역적 신뢰, 제도적 신뢰에서 분산적 신뢰의 모습으로 이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분산적 신뢰를 이해하면 우리가 왜 음식점과 챗봇에 점수를 매기고 우버 기사는 물론 승객까지 모든 것에 열심히 평가를 남겨서 각종 비즈니스의 성패에 거의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또 한 번의 실수나 잘못이 지워지지 않는 평판의 흔적으로 남게 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p. 22)

분산적 신뢰: 지역적, 제도적 신뢰를 넘어서  

우선 분산적 신뢰에 관해 이야기하기 앞서, 신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에서도 신뢰에 대해 정해진 하나의 개념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신뢰한다’고 이야기할 때는 주어진 상황이 얼마나 잘 해결될 것인가에 대한 평가라고 이야기합니다.


기업은 자신들의 신뢰를 관리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돈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선 불신으로 생기는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공인회계사를 통해 감사를 받는 비용도 이런 신뢰를 위해 필요한 비용입니다. 이런 비용을 지불하고 감사를 받아야, 기업은 자신들의 경영성과를 재무제표로 공시하고 투자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직원이 기업에 대해 불신하는 상태가 이어진다면 혁신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상대도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믿음이 없이 진행되는 토론으로는, 아무리 많은 토론을 해도 조직에 필요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더 나아가 기업이 내 실패를 인정해줄 것이다는 믿음이 없다면, 조직은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은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영리하게 위험을 감수하며 직원들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들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해내도록 부추긴다. 또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위험이 무관한 위험으로 보이게 만드는 법을 알아서 고객들이 두려움 없이 새로운 상품을 신뢰하게 한다. 48p

그렇다면 기업은 불신으로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고, 신뢰를 통한 새로운 관계를 형성 및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을 창출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아는 영역에서 모르는 영역으로 넘어가게 하는 것을 신뢰도약trust leap이라고 표현하는데, 기업은 소비자와 구성원들이 우리를 향한 신뢰도약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신뢰도약은 적은 인원의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공동체에서는 커뮤니케이션과 입소문으로 형성된 ‘지역적 신뢰’의 시대를 시작으로, 법, 제도, 계약의 형태로 만들어진 ‘제도적 신뢰’의 시대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생했습니다. 


그러다가 통신기술의 발달 등으로 이전에 비해 정보비대칭이 줄어들면서, 정부, 언론, 공공기관에서 독점하던 정보를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그동안 제도적 신뢰를 형성했던 것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이제는 제도적 신뢰에 금이 가면서, 또 다른 신뢰의 시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앞서 언급한 분산적 신뢰의 시대입니다.


분산적 신뢰의 시대에는 사람과 조직과 컴퓨터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신뢰가 분산되며, 이전보다 훨씬 더 수평적이고, 탈권위적인 신뢰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우리가 마주하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전의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에 대한 신뢰에 비용을 지불했다면, 이런 공유경제에서는 기존의 플랫폼부터 플랫폼에서 상품을 제공하는 타인에 대한 믿음, 더 나아가 플랫폼을 만드는 기술에 대한 믿음에 돈을 지불합니다.


신뢰더미 오르기: 캘리포니아롤 원리, WIIFM, 신뢰인플루엔서

이런 신뢰를 형성하는 단계를 책에서는 신뢰더미 오르기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신뢰가 개념, 플랫폼(회사), 그리고 사람이나 기술에 대한 신뢰 순으로 쌓여 가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에어비앤비로 예를 들어보면, 우선 사람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것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내 집을 그대로 타인에게 빌려준다는 개념을, 또한 여행하면서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주인 없이 머무르는 것에 대한 개념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 다음에 에어비앤비에 대한 신뢰, 다시 말해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필요합니다. 이런 서비스는 마음만 먹으면 네이버 카페에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카페의 운영방침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들을 신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사의 운영방법 및 손해에 대한 보상 등을 명시하여, 우리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에어비앤비의 CEO가 품질 관리를 위한 열정이나, 상품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가 더해진다면 우리는 이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뢰라는 것이 이렇게 한 단계씩 순탄하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여전히 장벽이 존재합니다. 처음에 간편송금앱 토스가 등장했을 때, ‘공인인증서도 없이 송금이 가능할까? 이거 사기 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을 했던 것처럼 우리 마음속에는 익숙치 않은 것에 대한 정서적 장애물이 존재합니다. 물론 책에서는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캘리포니아롤 원리다. 겉과 속을 바꾸어 친숙하게 느끼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한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 디자인과 같은 맥락으로, 노트 앱 디자인은 노란색 리갈 패드처럼, 달력 앱은 실제 사용하는 달력처럼 디자인하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두 번째는 WIIFM(What’s in it for me?)로 유용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이해를 한 다음에는 그 제품, 서비스가 주는 유용함을 토대로 이것을 신뢰할지 결정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 토스, 페이코, 카카오페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하는 이들의 방식에 대해 기술적으로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기존에 비해 편리한 송금이 가능하다는 유용성이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춘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신뢰 인플루언서입니다. 엄청나게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보다, SNS에서 수백에서 수천 명의 팔로워를 가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신뢰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합니다. 이는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의 사회적 증거이론처럼, 우리는 확신이 없을 때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하여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는 것이 신뢰도약을 이끄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브랜드의 가치는 분산적 신뢰를 이해에서 결정된다

저 같은 마케터의 관점에서 이런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브랜딩과 관련이 있습니다. 브랜드는 어떻게 보면 신뢰의 정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수많은 유사한 것 중 내가 특정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내가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신뢰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커머스의 발달로 다양한 상품을 접하는 것이 더 쉬워진 지금은 이런 브랜드가 가지는 힘이 더욱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산적 신뢰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이 내는 목소리를 믿는다는 생각으로 말도 안되는 소통을 진행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또한 이런 분산적 신뢰를 이해하더라도 수많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항상 마주하는 ‘책임의 주체’에 대한 문제부터, 댓글을 통해 평판을 조작하려는 시도 등이 있습니다. 이런 신뢰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과연 브랜딩을 하는 우리들은 이런 신뢰에 대해 어느정도 고려를 했을까? 또한 브랜드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활용하고,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해한다면 이전보다 더 나은 브랜딩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뢰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책, 신뢰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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