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은 어떻게 익숙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열광시켰을까?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A2O LITE의 ‘NEON’은 익숙한 K-POP 문법으로 세대마다 다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AI로 제작의 문턱이 낮아질수록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하는 안목과 일관된 선택이 쌓아온 신뢰가 브랜드의 자산이 됩니다.
AI 시대, 유행을 따르는 능력보다 중요한 안목자본의 힘
“Neon and beyond!”
소셜미디어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노래다. 심지어 '미혼 앤 비혼'으로 들린다는 밈까지 생겨났다. SM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 이수만이 새로운 소속사 A2O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인 걸그룹 A2O LITE의 데뷔곡 'NEON'이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익숙한 멜로디와 강렬한 비트, 고음이 강조된 보컬과 칼군무까지. K-POP을 오랫동안 들어온 사람이라면 보아, 소녀시대, f(x) 등 과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였던 그룹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만하다.
이수만이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들고 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오랫동안 잘해왔던 것을 다시 꺼내 들었다. 유영진을 비롯한 익숙한 제작진과 함께 자신이 가장 잘 아는 K-POP의 문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0월 13일 발매된 'NEON'은 하루 남짓 만에 멜론 TOP100 1위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정상을 지켰다. 대중들은 '우리가 알던 K-POP이 돌아왔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A2O LITE ‘NEON’ 공식 콘셉트 이미지. 출처: A2O엔터테인먼트 / Kpopping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왜 새롭다고 느꼈을까?
유행을 따르지 않은 것이 오히려 유행이 되다
최근 K-POP 시장에서는 이지리스닝 음악과 숏폼 챌린지를 겨냥한 안무, 3분 미만의 짧은 곡 등이 하나의 흥행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아이돌 산업이 커지면서 음악뿐 아니라 콘텐츠의 소비 방식까지 고려한 결과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대중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으니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A2O LITE는 다른 선택을 했다. 'NEON'의 길이는 3분 28초다. 고음과 아카펠라, 댄스 브레이크까지 넣었다. 최근의 흥행 공식만 생각하면 오히려 덜어냈을 법한 요소들을 그대로 살렸다. 대신 이수만 사단이 오랫동안 쌓아온 음악적 강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선택이 과거 K-POP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전달했다는 점이다. 같은 음악을 듣고도 서로 다른 이유로 반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수만'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사람들은 노래를 듣는 동시에 그가 과거에 만들었던 수많은 아티스트를 떠올렸다. 멤버를 고르는 취향부터 음악과 무대를 구성하는 방식까지, 오랫동안 축적된 이수만의 감각이 새로운 그룹을 해석하는 기준이 됐다. 물론 이수만이라는 이름만으로 흥행을 설명할 수는 없다. 노래의 완성도와 멤버들의 퍼포먼스,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된 밈까지 여러 요소가 맞물렸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 눈여겨볼 것은 유행을 좇기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선택한 판단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대중이 '역시 이수만'이라는 말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AI 시대, 안목이 자본이 되는 이유
이런 현상을 보면서 『트렌드 코리아 2027』에서 소개한 '안목자본'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안목자본은 개인의 감각과 취향, 무엇이 가치 있는지 알아보는 판단력이 경제적·사회적 자산이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AI의 발전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있다. 전문적인 기술이 없더라도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 수 있고, 누구나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만들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수많은 결과물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제작 능력이 높아졌다고 해서 모든 결과물의 가치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슷한 수준의 결과물이 넘쳐날수록 좋은 것을 알아보고 선택하는 사람의 판단이 중요해진다.
이수만의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아티스트를 만들어오면서 축적한 취향과 판단이 그의 이름에 대한 기대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의 새로운 선택을 보면서 과거의 결과물들을 함께 떠올린다.
결국 안목자본은 단순히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오랫동안 쌓아온 선택의 기준이 타인의 신뢰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안목이 자본이 되는 과정이다.
브랜드에도 안목자본이 필요하다
안목자본은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브랜드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많은 산업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술과 생산 인프라가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시장에 진입하기 쉬워졌다. 특히 뷰티 시장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같은 ODM 기업을 통해 여러 브랜드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한다.
물론 같은 제조사에서 만들었다고 성분이나 품질까지 동일한 것은 아니다. 브랜드에 따라 처방과 원료, 기술적 차이가 존재한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과거보다 쉬워지면서 소비자가 비슷하게 느끼는 제품도 많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시장에서 소비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할까? 가격이나 성분, 제품력도 중요하지만 브랜드가 제안하는 가치와 맥락 역시 선택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같은 수분 세럼을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브랜드는 성분과 기술력을 강조할 수 있고, 다른 브랜드는 바쁜 아침에 간편하게 피부를 관리하고 싶은 사람들의 일상에 집중할 수도 있다. 두 브랜드의 제품이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달라진다.
이때 필요한 것이 브랜드의 안목이다.
소비자가 어떤 순간에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 읽어내고, 그 가운데 우리 브랜드가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장면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광고 메시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제품의 기획부터 패키지, 유통 채널과 콘텐츠까지 브랜드의 방향을 결정한다.
실제로 캠페인 제안서를 쓰다 보면 유행하는 콘텐츠나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하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최근에는 AI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부터 고민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서 모든 브랜드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화제성이 높은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정작 왜 이 브랜드가 그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소비자의 기억에는 콘텐츠만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브랜드에도 자신만의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지금 소비자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읽어내는 감각. 우리 브랜드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기준. 그리고 그 선택을 일관되게 쌓아가는 과정이 브랜드의 안목자본을 만든다.
우리 브랜드는 어떤 안목을 쌓고 있을까? 이수만은 오랜 시간 K-POP 산업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보여줬다. 물론 그 모든 선택이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도와 결과가 쌓이면서 대중은 그가 만드는 음악에서 특정한 감각을 기대하게 됐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유행을 빠르게 따라가는 브랜드는 많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브랜드 역시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그 브랜드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소비자가 이해하고, 다음 선택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일은 조금 다른 문제다.
안목은 한 번의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브랜드가 어떤 선택을 반복해왔는지, 그 선택들이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는지가 결국 하나의 자산으로 남는다. AI가 더 많은 것을 만들어주는 시대다. 이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브랜드는 무엇을 선택해 왔을까. 그리고 그 선택을 소비자들도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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