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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처럼 만들어 주세요.” 레퍼런스가 있는데도 결과물이 달라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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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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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좋은 영상은 레퍼런스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도를 이해하고 브랜드에 맞는 방식으로 재해석할 때 완성된다.

 “이 영상처럼 만들어 주세요.” 레퍼런스가 있는데도 결과물이 달라지는 이유

 

 

흔히 미술사에서나 다룰 법한 변기 작품 하나가 마케팅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은 단순히 미술사를 알기 위해 알아야 할 작품이 아닙니다.

 

1917년, 뒤샹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평범한 소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예술 작품으로 내놓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화장실에 놓인 변기였지만, 뒤샹은 그것을 전혀 다른 맥락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무엇이 예술을 예술답게 만드는가?”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변기를 특별하게 만든 데 있지 않습니다. 변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과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데 있습니다. 물건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과 놓인 맥락이 달라지자 전혀 다른 의미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영상도 마찬가지로 좋은 레퍼런스를 찾는 것과 좋은 영상을 만드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 같습니다. 영상 제작 미팅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 영상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링크 하나가 전달됩니다. 잘 만든 광고 영상이거나, 감각적인 브랜드 필름이거나, 다른 회사에서 제작한 홍보영상일 때도 있습니다. 담당자는 그 영상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을 것이고, 제작사도 무엇을 원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분명 레퍼런스도 전달했고, 제작사와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물을 받아보면 어딘가 다릅니다. 화면은 비슷한데 느낌이 다르고, 장면은 멋진데 우리 회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레퍼런스보다 더 잘 만든 것 같은데도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제작사가 레퍼런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한 것은 영상에 등장하는 장면이 아니라, 그 영상이 만들어낸 어떤 감정이나 인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우리는 레퍼런스의 무엇을 좋아했던 걸까?

레퍼런스를 전달할 때는 보통 “이런 느낌”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느낌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포함합니다. 어떤 사람은 영상의 색감이 좋았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카메라 움직임이 마음에 들었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음악과 편집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에 끌렸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같은 영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좋아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해외 브랜드의 광고 영상을 레퍼런스로 전달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담당자는 세련된 화면과 감각적인 분위기를 원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는 빠른 편집과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이 핵심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둘 다 같은 영상을 보고 이야기했지만, 머릿속에 그린 결과물은 이미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레퍼런스를 받으면 영상 전체를 그대로 따라가기 전에 먼저 궁금해집니다.

 

“이 영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구체적일수록 기획은 명확해집니다. 색감인지, 음악인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인지, 아니면 영상을 보고 난 뒤 느껴지는 브랜드의 이미지인지.

 

레퍼런스는 답안지가 아니라 대화를 시작하는 자료에 가깝습니다.

 

 

2. 기획: 좋은 아이디어도 우리 브랜드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레퍼런스를 그대로 따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구도와 장면을 구성하고, 유사한 음악과 편집 리듬을 적용하면 얼핏 비슷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영상이 우리 브랜드에도 잘 어울릴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브랜드가 빠른 템포와 강렬한 색감을 활용한 광고를 제작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영상을 본 다른 기업도 같은 스타일을 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업이 신뢰와 안정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금융회사라면 어떨까요? 화면은 멋있을 수 있지만 브랜드가 전달해야 하는 인상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융회사라고 해서 반드시 차분하고 무거운 영상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익숙한 업종의 문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입니다. 기획은 레퍼런스의 좋은 요소를 찾아내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우리 브랜드에 맞지 않는 요소를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작사의 역할은 고객이 가져온 레퍼런스를 그대로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고객이 그 영상을 좋아한 이유를 이해하고, 그 감각을 브랜드의 언어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레퍼런스와 똑같은 영상을 만드는 것보다, 레퍼런스를 좋아했던 이유를 우리 브랜드에서도 구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3. 연출: 같은 장면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획이 비슷하더라도 촬영과 연출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집니다. 사람이 사무실을 걸어가는 장면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가며 주변 공간을 넓게 보여줄 수도 있고, 인물의 표정과 손동작을 가까이 담을 수도 있습니다. 빛을 강하게 사용해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고, 자연광을 활용해 편안한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모두 같은 장면이지만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감정은 달라집니다.

 

레퍼런스에 나온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다고 해도 촬영 장소와 인물, 공간의 크기, 빛의 조건이 다르면 똑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무리하게 따라 하다가 어색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레퍼런스에서는 자연스럽게 보였던 연출이 실제 촬영 환경에서는 과장되어 보이거나, 특정 인물과 공간에 잘 어울렸던 카메라 움직임이 다른 상황에서는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출에서는 장면의 형태보다 그 장면이 수행하는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장면은 인물의 전문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제품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시청자의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인지. 목적을 이해하면 표현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목적을 더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새로운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좋은 연출은 레퍼런스에 있는 장면을 얼마나 똑같이 재현했느냐보다, 그 장면이 전달하려던 효과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4. 편집: 영상의 느낌은 장면보다 장면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영상은 촬영한 장면을 순서대로 이어 붙인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같은 장면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순서로 배치하는지, 얼마나 오래 보여주는지, 음악을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는지에 따라 영상의 인상은 크게 달라집니다. 빠른 컷 편집은 속도감과 에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장면을 충분히 보여주고 여백을 남기면 인물이나 공간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음악과 사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장면이라도 음악이 바뀌면 긴장감이 생기기도 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레퍼런스의 편집을 분석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컷의 길이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이 장면 다음에 저 장면이 나오는지, 왜 여기서 음악이 바뀌는지, 왜 이 순간에 자막이 등장하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는 장면 직후 실제 사용 모습을 보여준다면 메시지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높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화려한 장면을 계속 이어 붙이면 볼거리는 많아져도 정작 기억해야 할 정보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편집은 영상의 속도를 조절하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시청자의 시선을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좋은 편집은 장면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장면을 언제 보여줘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5. 그렇다면 레퍼런스는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


                                    


그렇다고 레퍼런스를 전달할 때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거나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작사가 꼭 알고 싶은 것은 간단할 수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드셨나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훨씬 구체적인 대화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색감과 화면이 차분해서 좋아요.”

“제품을 설명하는 방식이 직관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영상이 끝났을 때 브랜드가 세련되고 신뢰감 있게 느껴졌으면 합니다.”

“초반에는 시선을 끌고, 후반에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면 좋겠어요.”


물론 이 정도로 모든 기획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작사도 레퍼런스를 받았을 때 단순히 “가능합니다”라고 답하기보다, 어떤 요소를 적용하고 어떤 부분은 브랜드에 맞게 바꾸는 것이 좋을지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레퍼런스를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서로의 취향을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라, 결과물에 대한 기대를 맞춰가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레퍼런스는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아니다

 

레퍼런스가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와 방향을 빠르게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레퍼런스가 있다고 해서 기획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왜 그 영상이 좋은지 이해해야 하고, 그 이유가 우리 브랜드에도 유효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실제 촬영과 편집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끔은 레퍼런스와 완전히 다른 장면을 사용하더라도 고객이 원했던 느낌을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정작 전달해야 할 메시지가 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제작사는 레퍼런스를 잘 따라 하는 회사라기보다, 레퍼런스를 보고 무엇을 가져오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레퍼런스를 찾는 눈도 중요하지만, 그 레퍼런스를 우리 브랜드에 맞게 해석하는 눈은 더 중요합니다. 영상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면 마음에 드는 영상을 모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세요. 그 영상을 왜 좋아했는지, 우리 브랜드에서 어떤 인상을 만들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것. 좋은 영상은 어쩌면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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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 STUDIO 홈페이지 (https://and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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