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ory] 일오오오 ③ — 느리게 쌓이는 것을 선택한 브랜드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O'story Series — 일오오오 ③편
Editor's Note
빠른 브랜드는 시장을 읽는다. 일오오오는 일상을 읽는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도 고객의 삶에 닿는 방법이 있다.
이 브랜드가 '느림'을 전략으로 선택한 이유다.
라이프스타일 시장에는 매년 새로운 브랜드가 쏟아진다. 감도 있는 디자인을 앞세우거나, 화제의 인플루언서와 손을 잡거나, 공격적인 가격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방식으로. 일오오오는 이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조금 느리더라도 고객의 일상에 스며드는 시간을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는 그 선택이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 브랜드가 무언가를 만들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본다.
기획의 시작이 시장이 아니라 일상이다
사소한 불편함 하나가 제품이 되는 느린 관찰의 방식
일오오오의 제품 아이디어는 주로 팀원들 각자의 일상 관찰에서 나온다. "내가 쓰는 이 물건은 왜 이렇게 불편하지?", "조금 더 예쁘게 만들 수는 없나?", "왜 이런 건 아무도 안 만들지?" 같은 아주 사소한 질문들이 출발점이다. 괜찮다 싶은 게 생기면 팀원들한테 툭 던져보고, 공감이 모이면 데이터로 수요를 검토하면서 구체화해 나간다. 일오오오가 "내가 쓰고 싶고, 내 주변에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기획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건, 이 브랜드가 트렌드보다 자기 삶을 먼저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 방식은 빠르지 않다. 시장 기회를 포착해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것과는 다른 속도다. 그런데 일오오오는 그 속도를 불편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느린 관찰이 이 브랜드가 만드는 제품의 결을 만든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그 결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 제품 하나를 만들 때 어디까지 고집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기능과 미학 사이에서 하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쓸모와 아름다움, 둘 중 하나를 먼저 내려놓는 법이 없다
도어스토퍼를 보면 이 브랜드가 어디까지 고집하는지가 보인다. 문이 벽에 부딪히지 않게 막는 물건이다. 기능만 따지면 굳이 예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일오오오는 여기서도 디자인과 범용성을 동시에 잡으려 했다.
집집마다 문 두께가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 실리콘 탄성을 어느 수준으로 잡아야 좁은 틈과 넓은 틈을 동시에 커버할 수 있는지 수없이 테스트했다. 형태 후보도 귤, 토마토, 복숭아, 토끼, 참새까지 다양했는데, 곡선이 우아하면서도 문에 끼웠을 때 가장 안정감 있는 서양배가 첫 제품이 됐다. 주 고객층이 육아맘인 만큼 아이 손에 닿는 소재에서도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국내 실리콘 제조사를 직접 찾아다닌 것도 그 이유에서다.

일오오오가 제품을 기획할 때 항상 던지는 두 가지 질문이 여기서도 그대로 살아있다. "부모님 연령대가 직관적으로 쓸 수 있는가"와 "10~20대가 자기 공간에 두고 싶을 만큼 예쁜가". 도어스토퍼든 핸드워시든, 어떤 제품을 만들든 기능과 미학 중 하나를 먼저 포기하는 법이 없다.
느리게 쌓이는 것을 선택한 브랜드
고객의 반응이 다음 기획의 단서가 되는 관계 맺기 방식
도어스토퍼를 처음 만든 의도는 아이를 위한 안전이었다. 그런데 출시 이후 예상치 못한 리뷰가 들어왔다. 반려견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는 용도로 쓴다는 내용이었다. 일오오오는 이런 반응을 단순한 후기가 아니라 다음 기획의 단서로 읽는다.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일오오오가 고객과 관계 맺는 방식이다. 큰 목소리로 브랜드를 알리기보다, 제품이 누군가의 일상에 닿고 그 경험이 다시 브랜드로 돌아오는 흐름을 기다린다.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일오오오는 그 속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오오오가 흥미로운 건 이름이 아니다. 그 이름을 실제로 쓴다는 점이다. 카테고리를 걸러내고, 소재를 선택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모든 지점에서 "15세부터 55세까지"라는 질문이 실제로 작동한다. 브랜드 이름이 원칙으로 기능하는 경우는 드물다. 브랜드가 커지면 원칙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일오오오가 지금의 기준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가, 이 브랜드를 계속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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