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케팅

💄왕홍 메이크업, 단순한 유행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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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C-뷰티는 빠른 기획과 디지털 기반 운영을 통해 추격자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단계로 전환됐다. 브랜드 세계관과 현지화 전략을 앞세우며 K-뷰티 역시 전략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뷰티는 ‘추격자’로 불렸다. 세계를 제패한 K-뷰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마치 무대 뒤 조연과도 같았다. 그러나 지금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은 더 이상 뒤쫓지 않는다. 스스로의 규칙을 만들고 있다.

 

 

 

 

2025년 11월,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한 중국 메이크업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에 한국의 젊은 ‘코덕코즈메틱 덕후의 줄임말’들이 대거 몰렸다.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패키지, 데일리로 활용하기 좋은 실용성을 겸비한 플라워노즈花知晓, Flower Knows의 제품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 소비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중국의 전통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궈차오国潮 열풍을 이끈 화시즈花西子, Florasis는 일본의 고급 쇼핑몰 긴자식스와 프랑스 백화점에 정식 매장을 열었고, 미국 아마존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C-뷰티의 글로벌 진출은 이제 K-뷰티가 걸어온 경로를 따라, 그러나 훨씬 넓은 범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더 주목할 점은 동남아 시장에서 이미 C-뷰티가 K-뷰티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일부 국가와 메이크업 카테고리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스킨케어 영역에서도 역전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화장품이 한국 화장품을 따라오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C-뷰티는 어느새 K-뷰티를 뒤따르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역동성과 다양성을 키운 중국의 디지털 생태계

 

C-뷰티의 빠른 성장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배경에는 중국 특유의 온라인 생태계가 자리한다. 14억 인구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무대로, 수많은 기업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환경 속에서 매년 수천 개 브랜드가 등장하고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들은 민첩한 기획 역량과 신속한 제품 개발, 실시간 소비자 피드백에 대한 대응 능력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중국은 화장품 구매의 70~80%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질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된 시장이다. 대부분의 중국 화장품 브랜드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출발해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즉각 대응하는 D2CDirect to Consumer형 운영 역량을 갖추고 있다. 새로운 카테고리·제형·포지셔닝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이 내수 시장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성장시키는 거대한 생태계이자, 빠른 실험과 확산 그리고 도태를 반복하며 브랜드의 질을 끌어올리는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라이브 스트리밍과 숏폼 콘텐츠 중심으로 실시간 피드백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C-뷰티

 

 

 

C-뷰티의 경쟁력은 ‘시스템’

 

C-뷰티의 진정한 경쟁력은 화려한 디자인이나 가격 대비 성능에 있지 않다.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시스템이다. 14억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풀, 이를 뒷받침하는 막대한 자본, 그리고 틱톡을 비롯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과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쇼피, 쉬인 등 글로벌 커머스·물류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구조가 그것이다.

 

이 플랫폼들은 C-뷰티의 해외 진출에서 일종의 ‘디지털 실크로드’로 작동한다. 여기에 전 세계 약 7,000만 명에 이르는 해외 거주 중국인과 동남아 경제권 전반에 뿌리내린 화교 네트워크까지 더해지면 C-뷰티의 확산 속도는 더 가속된다. 1억 명이 넘는 중국 틱톡커와 해외 거주 중국인이 생산하는 방대한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C-뷰티 제품을 소개하고 리뷰하며, 글로벌 확산의 강력한 촉매 역할을 한다.

 

 

 

브랜딩 역량의 진화, C-뷰티가 바뀌고 있다

 

한류의 흐름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해온 K-뷰티와 달리, 중국 브랜드들은 기댈 언덕 없이 스스로 경쟁력을 증명해야 했다. 이러한 환경은 오히려 C-뷰티의 브랜딩 역량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토양으로 작용했다. 중국 기업은 시장조사와 소비자 이해 없이는 생존할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브랜딩의 정교함을 축적해 왔다.

 

최근 C-뷰티는 제품력 중심 경쟁을 넘어 브랜드의 의미와 서사를 구축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과거의 ‘저가·카피’ 이미지에서 벗어나 브랜드 철학과 스타일, 문화적 자산, 현지화 역량을 결합한 고도화된 브랜딩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브랜드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스스로 정의하고, 그 세계관을 소비자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브랜드들은 기획 초기부터 ‘학–세계관–스타일’이라는 축을 먼저 세운다. 마오거핑毛戈平은 중국 전통 미학을 현대 메이크업으로 재해석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화시즈는 동양적 미의식과 공예적 패키지를 통해 중국적 미학을 대중화했다. 관시아觀夏, To Summer는 계절과 자연의 감각을 향으로 풀어내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중국적인 것’을 장식이 아닌, 정체성의 핵심 자산으로 끌어올렸다.

 

 

1 중국 라이프스타일 뷰티 브랜드 관시아의 브랜드 공간. 전통 사합원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향과 휴식을 머무는 경험으로 확장했다. ©言隅建筑空间摄影

2 중국 얼굴형과 피부 톤에 맞춘 ‘동양 미학 기반 메이크업’ 철학을 제안하는 브랜드 마오거핑 ©Maogeping

 

 

성분과 포뮬러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ODM 공용 처방에서 벗어나 브랜드 철학과 연결된 독자 성분과 원료 스토리를 개발하고, 이를 포뮬러 설계에 반영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관이 기능으로, 기능이 다시 사용 경험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디자인 역량 역시 빠르게 진화했다. 중국 화장품 기업들은 범용 패키지 대신 독자 금형을 제작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화시즈의 정교한 음각 패키지와 플라워노즈의 동화적 디자인은 브랜드 팬덤을 형성하며 C-뷰티의 다양성과 차별성을 상징한다.

 

C-뷰티의 또 다른 강점은 글로벌 현지화 전략이다.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기후·피부 고민·생활 루틴·경제 수준까지 고려한 시장별 전략을 설계한다. 동남아에서 빠르게 성장한 스킨티픽Skintific은 고온다습한 환경과 스킨케어 루틴을 분석해 ‘시장 특화형 브랜드’를 구축했고, 현지 소비자에게 자국 브랜드로 인식될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전통 중국의 미학과 현대 코즈메틱 과학을 결합한 메이크업 브랜드 화시즈 플래그십 매장 외관.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파사드로, 브랜드 미학을 도시 풍경 속에 드러낸다. ©Florasis

 

 

 

K-뷰티가 마주한 선택지

 

C-뷰티의 진화에 대응하기 위해 K-뷰티 역시 전략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제품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ODM의 생산 역량은 이미 글로벌 공용 자산이 되었고, 성분과 기능 중심의 가격 경쟁만으로는 차별화를 유지하기 어렵다. 한류는 여전히 강력한 자산이지만, ‘Made in Korea’라는 타이틀만으로 브랜드의 매력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브랜드 철학과 스타일을 구축해 K-제품을 넘어 K-브랜드로 진화해야 한다.

 

둘째, 해외시장에 맞춘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히트 제품을 그대로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의 기후·문화·생활 방식에 맞춘 제품과 브랜드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C-뷰티가 동남아에서 보여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은 중요한 참고 사례다.

 

마지막으로 단기 성과 중심의 퍼포먼스 마케팅을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장기적 관계를 설계해야 한다. 광고 비용은 높아지고 마케팅 효율은 낮아지는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결국 브랜딩에 달려 있다. 소비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와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브랜드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C-뷰티의 약진은 우연도, 일시적 현상도 아니다. 디지털 생태계 위에서 철학과 세계관을 실험하고, 디자인과 포뮬러로 정교하게 구현하며, 글로벌 시장에 맞춰 끊임없이 변주해온 구조적 힘의 결과다. 이 변화는 어떤 시스템과 언어로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 앞에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앞으로의 뷰티 시장을 읽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글. 양문성(글로벌 브랜드 컨설턴트, 컨셉추얼 대표)

 

 

ℹ️ 이 글은 미래에셋증권 매거진에서 발행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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