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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가게에서 카레를? “대충 만들진 않습니다” | On the Table : 얼렁뚱땅 상점 편

2026.02.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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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옷도 만들고, 카레도 만듭니다. 근데 둘 다 진심으로 만들어요. 유튜버 '통닭천사'이자 '침착맨'의 동생으로 알려진 이세화 대표의 브랜드, 얼렁뚱땅 상점. 이름과 달리 탄탄히 쌓아가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 On The Table  

포장 없이, 조리 없이, 있는 그대로의 브랜드 이야기를 테이블 위에 올립니다. 
멀리서 볼 때 브랜드는 그저 멋져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이 순간도 모호한 문제, 복잡한 고민, 힘든 결정의 순간으로 가득하죠. 매끈한 성과 대신 도전과 실패의 과정, 정해진 정답보다 나만의 답을 찾는 솔직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On the Table 시리즈에서 소개하는 모든 브랜드는 아임웹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입니다.

 



Intro ; 에피타이저

'재미'가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재미는 어디까지 상품이 될 수 있을까요? 웃긴 티셔츠는 한 철 밈으로 끝날 수도 있고, 몇 년째 꺼내 입는 옷이 될 수도 있어요. 얼렁뚱땅 상점은 그 경계에서 출발한 브랜드입니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가볍게 만들지는 않았다고 해요. “이걸 입고 밖에 나갈 수 있나?”라는 질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웃겨도 세상에 나오지 못한다고요. 이름은 얼렁뚱땅이지만, 만드는 방식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기준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세화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 오늘의 브랜드, 얼렁뚱땅 상점

  • 이세화: 구독자 10만 유튜버 ‘통닭천사’로도 활동 중인 세상과평화 대표. 패션・잡화 브랜드 ‘얼렁뚱땅 상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VENT

 

웃기지만, 아무렇게나 내놓진 않습니다 

 

인터뷰 중인 이세화 대표 ⓒ 아임웹

 

방송국 PD로도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인터넷 방송을 하다가 방송국에 입사해 송출 데이터를 입력하는 일을 했어요. 편성표 대로 방송이 나가게 시스템에 넣는 작업이었죠. 나중에는 직접 편성표를 짜는 편성 PD까지 했고요. 근데 매일 정해진 표와 명령어 대로만 굴러가야 하는 체제가 제 성향과는 너무 안 맞아서 늘 답답했어요. ‘인간 구실 하려면 회사는 다녀야지’ 하는 시선과 부모님 압박 때문에 버티다가, 어느 순간 더는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퇴사했죠.

 

퇴사 후에는 뭘 하실 생각이었어요?

거창한 계획은 없었어요. 그냥 제가 입을 티셔츠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공장에 문의했더니 최소 수량이 10장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혹시 살 사람 있을까?’ 싶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어요. “그럼 스마트스토어 만들게요” 하고 열었죠. 얼떨결에 시작한 셈이에요.

 

‘얼렁뚱땅 상점’이라는 이름도 그때 정하신 거죠?

맞아요. 처음엔 혼자 다 해야 했거든요. 제품 모델도, 포장도, CS도 다요. 그러다 보면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혹시 욕 먹으면 “저희가 얼렁뚱땅이잖아요”라고 이름 핑계라도 대려고 했어요. 일종의 방어 기제이고, 면죄부 같은 거였죠. (웃음)

 

초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주문 폭주가 있었다고요.

진짜 생각도 못 했어요. 송장이 막 산처럼 쌓여있었거든요. 혼자 감당이 안 돼서 프리오더를 걸고 “3주 뒤 배송됩니다”라고 공지했죠. 제품이 집에 도착하면 친구 셋을 불렀어요. 한 명은 제품 나누고, 한 명은 송장 정리하고, 한 명은 포장하고.

솔직히 친구들끼리 좁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러고 있는 게 좀 웃기잖아요. 그래서 그 날것의 과정을 숨기지 않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그대로 올렸어요. 그랬더니 고객분들이 “저 사람 진짜 혼자 다 하네, 진짜 얼렁뚱땅이네” 하면서 오히려 재밌어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낑낑대며 일하는 저의 진심을 알아봐 주신 덕분인지, 이름처럼 조금 서툴고 느려도 고객분들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어요.


'평양냉면 먹는 개구리 반팔티'(좌)와 '상남자/상여자 티셔츠'(우) ⓒ 얼렁뚱땅 상점

 

과정을 보여주며 팬이 붙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상점을 각인시킨 제품도 있었나요?

‘평양냉면 먹는 개구리 반팔티’요. 2021년쯤 평양냉면 논쟁이 한창일 때 정말 뜬금없이 나온 아이디어였죠. ‘사람이 먹으면 재미없지만, 동물이 냉면을 먹고 있으면 웃기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상상에서 만들어졌거든요. 토끼나 강아지보다 개구리가 먹는 게 훨씬 더 재밌을 것 같아 일러스트 작가님께 그렇게 의뢰했어요.

제 얼굴을 넣은 제품은 1차 오더 때 쫄딱 망했는데(웃음), 이 개구리 티셔츠는 누적 2,000장 넘게 팔리며 지금까지도 계속 수요가 있는 효자 상품이에요. 사실 사람들이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알고 출시한 제품이기에, 이 성공은 더욱 의미 있었어요. ‘확실한 재미’와 ‘뾰족한 컨셉’이 있다면 시장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걸 확인한 계기가 됐거든요. 우리만의 엉뚱한 코드가 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낸 셈이죠.

 

웃긴 밈을 활용한 제품이 많은데요. 내부에서 “이건 된다, 이건 안 된다”를 가르는 기준도 있을까요?

있어요. 저희가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은 “이걸 입고 밖에 나갈 수 있나?”예요. 아무리 웃겨도 잠깐 밈으로 끝나면 의미가 없거든요. 잠옷으로 입든, 선물하든, 최소한 현실에서 소비될 수 있어야 해요. 재미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공감이 있어야 하고요.

아이디어는 정말 많이 나와요. 친구들이랑 수다 떨다가도 나오고, 유튜브 댓글 보다가도 나오고요. 근데 아무리 기록해놔도 다음 날 보면 안 웃긴 게 대부분이에요. 자연스럽게 90%는 거기서 사라져요. 시간이 걸러주는 셈이죠.

 

그럼에도 결국 살아남는 아이디어는 어떤 것들인가요?

저희는 99가지 자잘한 이유가 있어도, 하나의 치명적인 리스크가 보이면 안 가요. 생각보다 굉장히 보수적으로 운영하죠. 사람들이 보기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네”라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세상에 나오는 건 저희 아이디어의 아주 일부예요. 원래 아이디어 단계는 더 과하고, 더 상스럽고, 더 폭력적이거든요. 그중에서 현실을 통과할 수 있는 것만 남기는 거죠.

 

인터뷰 중인 이세화 대표 ⓒ 아임웹이제는 ‘사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할 때

 

이미 방송과 유튜브로 확보한 팬덤이 어느정도 있었잖아요. 팬분들이 상점 운영에 힘이 됐나요?

도움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웃음) 초반에는 제 영상을 봐주시던 분들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많이 사주셨어요. 침착맨 방송을 통해 저를 알게 된 분들도 있었고요. 시작이 수월했던 건 사실이에요. 다만 그게 영원히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결국 제품이 좋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현실로 체감된 시점이 있었나요?

최근 1~2년 사이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에는 정말 돈을 안 쓰더라고요. 예전에는 재밌으면 사줬는데, 이제는 아니었어요. “누구의 굿즈”라서 사는 시기는 끝났다고 느꼈죠. 24년 연매출이 정점을 찍은 뒤에 성장 곡선은 조금 꺾인 상태에요. 그때 깨달았어요. 이제는 제가 ‘사야 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걸요. 재미는 기본이고, 제품 자체로 설득해야 하는 시점이 온 거죠.

 

외부 IP 협업은 그 맥락에서 시작하신 걸까요?

맞아요. 처음부터 거창한 전략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미국 드라마 <더 오피스(The Office)>를 워낙 좋아해서, 작품의 한 장면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선물 받아 입고 유튜브 촬영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댓글에 “저거 어디서 샀어요?”라는 질문이 계속 달리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이거, 권리는 누가 갖고 있지?’

그다음부터는 집요하게 찾았어요. 지인의 지인을 수소문해 결국 IP 권리자와 닿았고, 직접 이메일을 보내 미팅 끝에 계약까지 이어졌죠. 처음엔 작게 테스트했고, 반응을 본 뒤 정식 라이선스로 확장했어요.

 

IP 협업이 단순히 화제성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겠네요. 실제로 고객층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예전엔 “저 사람들은 웃긴 티셔츠만 만드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IP를 붙이니까 “저 사람들이 저걸 왜 해?” 하면서 오히려 인정받는 느낌이 생겼어요. 팬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는 장치가 되었고, 신규 유입도 분명히 늘었고요.

 

얼렁뚱땅 상점 사무실에 전시된 굿즈 ⓒ 아임웹

 

팬이 아닌 대중을 설득하려면, 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세요?

솔직히 말하면, 옷이 좋아야죠. 팬이 아니면 더 냉정하잖아요. 이름이 얼렁뚱땅이라도 제품까지 그러면 바로 티 나요. 그래서 품질에는 집착에 가깝게 신경 써요. 한때는 밈이 아니라 ‘기본 아이템’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고 싶어서, 제대로 된 셔츠 라인을 기획했어요. 그게 ‘장인 셔츠’였죠. 90년대 폴로 랄프로렌의 Big Oxford 셔츠에서 영감을 받아, 시티보이 감성의 오버사이즈 셔츠로 설계했어요. 원사이즈 패턴과 고밀도 코튼을 적용해, 시간이 지날수록 멋이 쌓이도록 만들었죠. 가격은 비슷해도 퀄리티는 무신사 스탠다드나 스파오보다 낫다는 소리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셔츠 깃에 심을 넣는 고급 공정을 고집하다 바늘이 수없이 부러지기도 했는데요. 그런 집요함 덕분에 세탁기에 막 돌려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어요. 이런 품질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특정 크리에이터의 팬덤을 넘어 대중에게도 당당하게 선택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프라인 팝업은 그런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였을까요?

맞아요. 온라인 데이터로는 다 알 수 없잖아요. 제품력이 진짜 통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어요. 첫 백화점 팝업을 제안받았을 때, 수천만 원 견적을 보고 솔직히 겁났죠. 근데 현장에서 고객분들이 줄 서서 만져보고 웃고 가는 모습을 보니까 확신이 생겼어요. 팝업은 단순히 판매가 아니라, 브랜드를 체험하게 하는 공간이라는 걸요. 그래서 지금도 1년에 한 번은 꼭 하려고 해요.

 

팝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면요?

팝업을 열면 아주머니 고객분들이 ‘하남자’ 티셔츠를 그렇게 사가세요. “이거 우리 남편 입히려고” 하시면서요. (웃음) 본인은 민망해서 못 입을 것 같던 티셔츠가 선물용이 되면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갖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이게 단순히 웃긴 옷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되는 물건이구나 하고요.

 

얼렁뚱땅 상점 사무실 부착물 ⓒ 아임웹

 

아무도 기대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들

 

의류와 잡화를 넘어 최근에는 ‘카레’까지 출시하셨죠. 왜 카레였어요?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옷 가게가 무슨 카레냐”고요. 근데 저는 오히려 그게 좋았어요. 샤넬에서 카레가 나오면 “응?” 하잖아요. 다들 기대가 있으니까요. 샤넬은 향수, 가방, 옷을 내야 한다는 기대요. 저희는요? 아무도 기대를 안 해요. (웃음) 그게 오히려 자유였어요. ‘얼렁뚱땅’이라는 이름 덕분인지, 사람들이 저희한테 완벽한 일관성을 기대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뭐든 해볼 수 있었어요. 기대가 낮으면 실험의 범위는 넓어지잖아요.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옷이 안 팔리면 카레라도 팔아서 버텨보자는 마음도 있었고요. 언젠가 카페나 식당을 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어요. 대신 하나는 분명했어요. 기대가 없다는 게 저희를 가볍게 만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무엇을 하든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은 더 커졌죠.

 

말처럼 가벼운 도전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실제 출시까지는 얼마나 걸렸나요?

1년 반 정도 걸렸어요. 오프라인 식당도 없으면서 카레를 만든다고 하니 처음에는 공장들로부터 문전박대를 정말 많이 당했거든요. 게다가 가정식 카레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해, ‘닭을 1시간 동안 끓여 육수를 내야 한다’는 건 공장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요구였죠.

그만큼 맛을 구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연구원분이 제가 원하는 맛을 좀처럼 못 내시길래, 직접 카레를 끓여서 공장에 들고 가 “제발 이 맛을 내달라”고 설득하기도 했죠. 여기에 의류와 함께 배송이 가능하도록 상온 레토르트 제품으로 개발하는 과정까지 더해지다 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인터뷰 중인 이세화 대표 ⓒ 아임웹

 

카레가 ‘과연 될까’에 가까운 실험이었다면, 립밤은 오히려 ‘될 거라 확신했던’ 제품이었죠?

맞아요. 사실 립밤은 제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에요.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정말 자신만만 했거든요. ‘겨울엔 누구나 립밤을 쓰니까, 우리 캐릭터만 입혀서 내놓으면 당연히 잘 팔리겠지’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죠. 근데 잘 안 팔렸어요. 당시 기획 과정에서 저희 직원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제가 안 팔릴 리가 없다며 고집을 부려 밀어붙였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가 선견지명이 있었죠. (웃음)

 

그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이번엔 내가 틀렸다”고 인정했어요. 자책하기보다 해결 방법을 찾았죠. 그때 남은 재고들은 지금 팝업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은품으로 아주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사실 이 립밤도 수차례 샘플 테스트를 거쳐 만든 만큼, 품질이 정말 좋거든요. 실패했다고 부끄러워하며 숨기기보다, 차라리 기분 좋은 선물로 바꿔서 고객분들께 나눠드리는 쪽을 택한 거죠. 고객분들도 사은품으로 립밤을 받으시면 엄청 좋아하시고요.

 

패션, 식품, 뷰티까지…계속 다른 카테고리로 확장해오셨잖아요. 그 과정에서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없으셨어요?

보통 브랜드들은 ‘일관성’이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기 쉬운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일관성이 꼭 카테고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카레든 립밤이든 옷이든, 저희가 진지하게 만들었는지, 우리다운 방식이었는지가 더 중요해요. 남들이 보기엔 중구난방일 수 있지만, 저희 안에서는 하나의 결로 이어져 있거든요. 카테고리는 달라도, 대충 내놓지 않는다는 태도는 같아요.

 

“언제든 들어와서 킥킥대다 가세요”

 

 

인터뷰 중인 이세화 대표 ⓒ 아임웹

 

브랜드를 운영하시면서, 우리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네. 잘 팔리고는 있었는데, 뭔가 계속 남의 집에서 장사하는 느낌이었어요. 스마트스토어는 편리했지만, 정해진 규격 안에서 우리 상점만의 바이브를 100% 보여주기엔 한계가 명확했거든요. 이런 고민을 하던 시점에 아임웹 팀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단순히 솔루션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저희 상점이 뭘 하고 싶은지 계속 물어보셨어요. 저희를 그냥 ‘입점 상점’으로 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죠.

이미 쌓여 있는 리뷰나 데이터가 아깝긴 했지만, 결국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옮겼죠. 오히려 왜 더 빨리 안 했을까 싶어요. 지금은 매출의 80%가 자사몰에서 나오고 있어요. 플랫폼 위에 얹힌 상점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구조 안에서요.

 

새 공간에서는 상점의 어떤 바이브를 보여주고 싶으셨나요?

제가 꿈꾸는 자사몰은 ‘살 게 없어도 기웃거리게 되는 동네 작은 소품샵’이에요. 보통 쇼핑몰은 필요한 걸 사면 바로 나가잖아요. 저는 그 흐름을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상세 페이지나 공지사항처럼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영역을 하나의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꾸미려고 노력해요.

단순히 제품 스펙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이 물건에 담긴 엉뚱한 스토리나 캐릭터의 대화를 섞어 넣는 식이죠. 배송 공지 하나를 올려도 저희답게 위트를 섞어서 적고요. 그저 고객분들이 저희 공간에 머무르시면서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당장 결제 버튼을 누르지 않더라도, 들어와서 킥킥대며 구경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팬이 된다고 믿거든요.

 

얼렁뚱땅 상점 공식 자사몰 ⓒ 얼렁뚱땅 상점

 

직접 만들어본 자사몰은 어땠어요?

 

자사몰은 저한테 간판 같은 존재거든요. 그 간판을 제 마음대로 걸 수 있어야 했어요. 스마트스토어에서는 정해진 틀 안에서만 움직여야 했다면, 자사몰에서는 ‘우리답게’ 보여줄 수 있었죠. 아임웹이 무엇보다 좋았던 건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어도 머릿속 구상을 바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매뉴얼을 파고들 필요 없이, 원하는 위치에 글과 사진을 얹어보면서 계속 바꿔볼 수 있었거든요. 덕분에 획일적인 쇼핑몰 UI에서 벗어나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어요. 저희 세계관을 담는 그릇으로는 충분했죠.

 

자사몰을 실제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부분은 뭐예요?

저는 통계를 자주 봐요. 한 달 단위로 어떤 상품이 제일 많이 팔렸는지, 어디서 유입이 있었는지 확인해요. 예전에는 감으로만 판단했다면, 지금은 데이터로도 보려고 하죠. 요즘은 상세페이지도 A/B 테스트를 해보고 있어요. 문장 하나, 이미지 하나만 바꿔도 반응이 달라지더라고요. 디자이너는 디자인 모드에서 계속 수정하고, AMD는 주문 수집이나 CS를 보고요. 각자 자기 역할을 나눠서 들어가고 있죠.

 

얼렁뚱땅 상점 이세화 대표 ⓒ 아임웹

 

올해 전국 5개 도시에서 팝업을 여신다고요.

부산, 대구, 광주, 청주, 서울 이렇게 다섯 곳을 돌아보려고 해요. 팬분들 만나러 가는 의미도 있지만, 테스트의 목적도 있어요. 서울에서 통하던 게 다른 지역에서도 통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거든요. 온라인 데이터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지역마다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제품 앞에서 더 오래 머무는지, 어떤 말을 가장 많이 건네는지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저희가 정말 작은 오프라인 매장을 내도 될지 가늠해보는 거예요. 이번 팝업 투어는 그 가능성을 몸으로 확인해보는 과정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얼렁뚱땅 상점이 어떤 브랜드로 남길 바라세요?

요즘 참 여유가 없고 팍팍한 세상이잖아요. 얼렁뚱땅 상점만큼은 사람들의 일상에 작은 친절과 끊임없는 재미를 더해주는 곳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굳이 뭘 안 사도 괜찮아요. “쟤네 아직 저러고 있네” 하고 웃고 가면 그걸로 충분해요.

 

🍰 Outro ; 오늘의 디저트

 

얼렁뚱땅 상점의 이야기, 재밌게 읽으셨나요?
오늘 대화 끝에 마음속에 남은 창업자의 문장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저희는 99가지 자잘한 이유가 있어도, 하나의 치명적인 리스크가 보이면 안 가요. 생각보다 굉장히 보수적으로 운영하죠. 사람들이 보기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네”라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세상에 나오는 건 저희 아이디어의 아주 일부예요.
  • 샤넬에서 카레가 나오면 “응?” 하잖아요. 다들 기대가 있으니까요. 샤넬은 향수, 가방, 옷을 내야 한다는 기대요. 저희는요? 아무도 기대를 안 해요. 그게 오히려 자유였어요. ‘얼렁뚱땅’이라는 이름 덕분인지, 사람들이 저희한테 완벽한 일관성을 기대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뭐든 해볼 수 있었어요. 기대가 낮으면 실험의 범위는 넓어지잖아요.
  • 카레든 립밤이든 옷이든, 저희가 진지하게 만들었는지, 우리다운 방식이었는지가 더 중요해요. 남들이 보기엔 중구난방일 수 있지만, 저희 안에서는 하나의 결로 이어져 있거든요. 카테고리는 달라도, 대충 내놓지 않는다는 태도는 같아요.
  • 제가 꿈꾸는 자사몰은 ‘살 게 없어도 기웃거리게 되는 동네 작은 소품샵’이에요. 보통 쇼핑몰은 필요한 걸 사면 바로 나가잖아요. 저는 그 흐름을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상세 페이지나 공지사항처럼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영역을 하나의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꾸미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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