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1,500원 시대, 우리는 왜 6,000원을 결제할까?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갈곳을 잃은 커피 프랜차이즈의 행보. 프리미엄 리브랜딩을 LABIT과 함께 파헤쳐보아요!
아메리카노 1,500원 시대, 우리는 왜 6,000원을 결제할까?
: 가성비를 버리고 격을 선택한 카페 브랜드의 속사정
여러분은 커피에 얼마까지 쓸 수 있으신가요? 점심시간 커피 수혈이 필요할 땐 초저가를 찾고, 쉴 때는 분위기 좋은 카페, 소위말하는 "분좋카"를 찾게 되죠. 당장 제 카드 내역만 봐도, 회사 앞에 위치한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 결제 내역이 수두룩한데요. 저가 커피가 이렇게 일상을 파고드니, 기존의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공간이라는 매력 없는 회색 지대에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거죠.
결국 기존 강자들의 선택은 명확해졌습니다. 어설픈 가격 경쟁 대신, 압도적인 공간의 미학으로 체급을 올리는 것. 2025년, <프리미엄 리브랜딩>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카페 브랜드들의 전략을 LABIT이 파헤쳐 보았습니다.
1. Starbucks: '희소성'으로의 회귀
어느새 스타벅스는 특별한 공간이라기보단 일상재가 되었습니다.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초록색 간판은 대중성을 얻은 대신 브랜드 초기의 동경을 잃어버리게 했죠. 실제로 에스씨케이컴퍼니(SCK컴퍼니, 구 스타벅스코리아)의 영업이익률 흐름이 코로나 19 이전 수준을 밑돌정도로 떨어지며 "스타벅스도 이제 옛날 같지 않다"는 위기론이 돌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의 타개책은 리저브의 독립입니다. 어중간하게 섞여 있던 기존의 샵인샵 형태의 리저브 바를 확장하는 대신 오직 리저브 고객만을 위한 전용 매장(리저브 온리)으로 재편하는 승부수를 띄운것이죠.

헤리티지: 지난 8월말 오픈한 스타벅스 리저브 광화문점은 리브랜딩 전략의 정점입니다. 대한민국 상징인 광화문 광장에 130석 규모의 프리미엄 커피 라운지를 구현했는데요. 해외 스타벅스 로스터리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인테리어가 압권입니다. 원두 파이프에서 영감을 받은 와이어 조명과 벽난로는 고객에게 일상을 벗어난 듯한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장충라운지R점의 저택 컨셉과 더불어 “커피 마시러 가자”를 넘어 “그 공간을 경험하러 가자”는 목적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 것이죠.

객단가: 공간만 바꾼 게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칵테일을 팝니다. 커피 시장의 포화로 정체된 객단가를 주류와 페어링 푸드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입니다.
Starbucks Korea : 해당 링크에서 더 많은 메뉴를 찾아볼 수 있어요!
핵심은 속도에서 여유로의 전환입니다. 저가 커피가 가성비와 회전율로 승부할 때, 스타벅스 리저브는 여유로운 라운지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것이 스타벅스가 흔한 일상재에서 벗어나 다시금 동경하는 럭셔리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꺼내 든 생존 전략입니다.
2. 투썸플레이스: 로고에서 'Place'를 간소화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투썸 2.0을 선포하며 강남과 안국에 차세대 프리미엄 매장을 열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간판의 변화인데요. 익숙했던 '플레이스'를 과감히 줄여 투썸 PL로 간소화했어요. 여기서 'PL'은 단순한 약자가 아니라 '고객과 연결되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담았다고 합니다.

전략: 지난 11월 기자간담회에서 투썸의 마케팅 총괄전무가 아주 솔직하게 털어놨어요. 그동안 공간에는 힘을 좀 못 줬는데 이제는 작정하고 새로운 공간 경험을 보여주겠다고요. 사실 투썸이 23년간 디저트 한 우물만 판 근본있는 브랜드잖아요? 그 내공을 이제 멋진 공간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겁니다. 투썸 특유의 무게감은 지키되 훨씬 젊고 세련된 느낌을 입히겠다는 거죠.

경험: 슬로건인 "Dearest Cake, Always Coffee"에서부터 커피와 디저트 조합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죠. 여기서 가장 주목할 건 신메뉴 원바이트 페어링 세트입니다. 커피와 한입 거리 스몰 디저트를 묶은 구성인데요. 테이크아웃 전용으로 기획했다는 점이 영리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부드러운 생크림 디저트와 커피의 조화를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거죠. 이런 섬세한 미식 경험의 설계가 바로 저가 커피와의 격차를 만드는 핵심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p/DQxyfUtj-ZP/?img_index=4
상기 링크에서 투썸플레이스 2.0 안국점에 대해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요!
3. 이디야커피: "샌드위치 신세는 끝" 두 마리 토끼 잡는 투트랙 전략
가장 절박하게, 그리고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건 역시 이디야입니다. 솔직히 그동안 메가나 컴포즈 같은 초저가 브랜드에 밀려서 매장 수도 2,800개까지 줄고 실적도 정체도 있었는데요. 이대로는 진짜 위험하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최근 투트랙 전략으로 아주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대중성: 먼저,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갈아엎고 있어요. 창업주 2세 문승환 이사가 직접 총괄하면서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로 변신을 시도 중인데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배우 변우석을 모델로 쓴 게 그 신호탄입니다. 더 놀라운 건, 가맹점 부담을 줄이려고 마케팅 비용 전액을 본사가 부담했다는 거예요. "우린 더 이상 낡은 브랜드가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본사가 지갑을 화끈하게 연 거죠.

대중성을 공략한 리브랜딩의 방점을 찍은 건 바로 사이즈혁명입니다. 단순히 대중적인 이미지만 바꾼게 아니라, 제품의 본질인 양까지 손봤거든요. 그동안 메가나 컴포즈 같은 초저가 브랜드들의 공세에 밀렸던 이유가 애매한 사이즈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기본 음료 용량을 과감하게 키워 정면 승부를 걸었습니다. 모델로 눈길을 끌고, 넉넉해진 사이즈로 실속까지 챙기는 확실한 대중성 굳히기 전략인 셈이죠.

프리미엄 경험: 이디야커피랩의 리뉴얼을 단순히 '고급화 전략'으로만 해석하기엔 놓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스타벅스 리저브나 블루보틀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이디야만의 현실적인 프리미엄을 정의하고 있거든요. 이곳은 단순한 체험형 매장이 아니라, 실질적인 500평 규모의 R&D 기지입니다. 내부에는 독일 프로뱃사의 140kg급 대형 로스터기가 실제로 가동 중이고, 생두의 데이터 로깅부터 관능 평가까지 전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즉, 화려한 인테리어 뒤에 "우리는 싼 커피가 아니라, 기술력이 탄탄해서 합리적인 커피를 만든다"는 품질 자신감을 증명하는 공간인 셈이죠.

가장 중요한 건 이곳이 브랜드 자산을 위한 테스트베드라는 점입니다. 랩에서 검증된 메뉴와 로스팅 데이터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국 3,000여 개 가맹점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가맹점 전체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번에 강화된 MD존도 같은 맥락입니다. 단순히 굿즈를 파는 게 아니라, 매장에서 경험한 고품질을 집과 일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죠. 비싼 가격으로 위화감을 주는 럭셔리가 아닌,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고품질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디야가 새롭게 정의하는 프리미엄 전략의 정점을 보여주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https://ediya.com/C/contents/lab_menu.html
상기 링크에서 이디야 커피랩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어요!
4. 파스쿠찌: 'Cafe'를 떼고 100% 'Italy'로 채우다
파스쿠찌의 행보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다른 브랜드들이 트렌드 쫓느라 바쁠 때, 여기는 오히려 "가장 우리다운 게 뭐지?"라고 되물으며 브랜드의 뿌리인 이탈리아를 미친 듯이 파고들기 시작했거든요. 국내 진출 23년 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단행했는데, 핵심은 정공법입니다. 어설프게 바꾸느니, 이탈리아 정통성을 아주 세련되게 다듬어서 저가 커피와는 차원이 다른 격을 보여주겠다는 거죠.


아이덴티티: 슬로건부터 "Sense of Italy"입니다. 이탈리아의 미식과 감성을 오감으로 느끼게 하겠다는 건데 결기가 느껴지는 게 로고에서 'Caffe'라는 단어를 과감히 뺐습니다. 이제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루는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이죠. 매장 인테리어도 에스프레소의 황금빛 크레마를 상징하는 골드(Gold) 컬러로 싹 바꿔서 훨씬 고급스러워졌습니다. 여기서 카리나를 모델로 기용한 게 신의 한 수입니다.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는 정통성에 MZ세대가 열광하는 힙한 감성을 수혈한 거죠.

매장 세분화, 4가지 맞춤형 전략 : 전략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건 매장 세분화입니다. 그냥 다 똑같은 매장이 아니라, 상권과 목적에 따라 4가지 타입으로 쪼갰는데요.
1. 코어(Core): 기존 표준 매장
2. 센트로(Centro): 플래그십이자 테스트베드로, 가장 먼저 신메뉴와 문화를 선보이는 매장
3. 에스프레소 바: 커피에 집중하는 전문 매장
4. 특수 매장: 휴게소 등 특수 상권에 최적화된 매장
즉, "어디서든 똑같은 경험"이 아니라, 상권에 딱 맞는 최적의 이탈리아 경험을 주겠다는 아주 영리한 디테일입니다. SPC는 파스쿠찌의 이 '센스 오브 이탈리아' 컨셉이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계속해서 신메뉴를 쏟아낼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한 번 오고 마는 호기심이 아니라 일상에서 즐기는 이탈리아로 정착시키는 게 관건이겠죠.
https://www.pascucci.co.kr/space/space.asp
상기 링크에서 네 가지 타입의 매장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 LABIT's Insight 무난하면 묻힌다. 선명한 '자기 색'만이 살길
2025년 커피 시장의 생존 법칙,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의 일상 속 '카페인 수혈'은 이미 1,500원짜리 가성비 커피가 완전히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토록 합리적인 선택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적당히 괜찮은 커피를, 적당한 공간에서 파는" 애매한 곳들은 이제 더 이상 우리의 발길을 잡지 못합니다. 무색무취한 '회색 지대'는 곧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알게 모르게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오늘 내가 1,500원 대신 6,000원을 내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원두가 더 비싸서? 글쎄요. 우리가 기꺼이 그 차이를 지불하는 건, 잠시나마 일상을 잊게 해주는 압도적인 공간의 미학이나, 그 브랜드만이 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분위기를 향유하고 싶어서일거예요. 결국 이 질문에 대해 가장 매력적인 답을 건네는 곳만이, 2025년 이후에도 우리가 계속 찾게 될 소중한 아지트로 남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