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배경: 인플레이션 시대, 올릴 수밖에 없는 가격, 납득하지 못하는 소비자

원자재, 인건비, 물류비가 끝없이 오르면서, 이제 가격 인상은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단순한 원가 상승의 결과로 보지 않습니다. “기업이 추가 이익을 챙기려는 꼼수를 부린다”고 의심하며, 가격 인상을 ‘불공정한 행동’으로 인식하곤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의 이런 부정적 인식이 제품의 생산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동일한 수준의 가격 인상이라도, ‘손으로 만든 제품(Handmade)’ 은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기계가 만든 제품(Machine-made)’은 훨씬 더 불공정하게 평가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Song, He & Huo (2025)은 가격 인상과 소비자의 가격 불공정성 인식(Consumers’ Perception of Price Unfairness)의 관계를 탐구했습니다. 특히, ‘생산 방식(수작업 vs. 기계 생산)’에 주목하여 둘 사이의 관계를 연구합니다. 구체적으로 생산 방식이 가격인상에 대한 불공정성 인식에 어떤 차이를 유발하며, 그 차이를 유발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그 인식 차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핵심 질문

1. 소비자는 왜 기계로 만든 제품의 가격 인상을 더 불공정하게 인식할까?

소비자들은 예상치 못한 가격 인상을 마주하면, 그 배경에 있는 기업의 의도를 추론합니다. “왜 가격이 올랐을까?”라는 인식 과정에서 가격 인상 원인을 합리적 동기 혹은 탐욕적 동기 중 하나로 해석하며 가격 인상을 수용 혹은 거부합니다. 연구진은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과 쌍방권한원칙(Principle of Dual Entitlement)을 바탕으로, ‘지각된 비용 통제가능성(Perceived Cost Controllability)’과 ‘이윤 추론(Profit Inference)’이 생산방식에 따른 가격인상에 관한 불공정성 인식 차이를 유발한다고 제안합니다.

소비자는 기계 생산 제품의 경우 기업이 비용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기업이 이윤을 더 취하기 위한 의도적 결정으로 해석하는 반면, 수작업 생산 제품은 인건비나 자재비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업이 가격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인식하여 이윤 추구 의도를 낮게 해석합니다. 이러한 추론 차이가 결과적으로 불공정성 인식에도 차이를 유발한다고 주장합니다.

2. 기계 생산 제품의 가격 인상, 소비자의 불공정 인식을 완화하는 해법은?

소비자는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가보다 왜 올랐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따라서 가격 인상의 이유를 얼마나 투명하게 제시하느냐가 소비자 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동화·효율성을 상징하는 기계 생산 제품의 경우,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기업이 굳이 왜 올렸는가”라는 인식이 작동하기 때문에 이유를 숨길수록 불공정성 인식은 강화됩니다. 가격 인상 원인을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제시한다면 기계 생산 제품이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줄 수 있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가격 인상 사유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of Pricing Justification)’을 중요한 경계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기업이 가격 인상의 이유를 명확히 전달할 경우, 기계 생산 제품의 가격 인상에 대한 불공정성 인식이 완화됨을 살펴보았습니다.

연구 핵심 결과: 소비자는 기계 생산을 ‘통제 가능한 비용’으로 인식한다.

1. 생산 방식에 따른 뚜렷한 불공정 인식 차이 확인

소비자들은 기계 생산 제품의 가격 인상을 수작업 제품의 가격 인상보다 더 불공정하다고 인식했습니다. 비누, 공책, 케이크, 와인을 제품으로 실험한 결과, 모두 기계 생산 조건에서 수작업 생산 조건 보다 가격 인상을 더 불공정하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기계 생산에 대해 더 엄격한 공정성의 잣대를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생산 방식별 불공정성 인치 차이]

2. 핵심 메커니즘 확인: '지각된 비용 통제가능성'과 '과도 이윤에 대한 추론’의 역할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추론 과정이 생산 방식에 따라 달랐습니다. 소비자들은 기계 생산 제품에 대해 기업이 더 쉽게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근거로 기업이 통제 가능한 비용을 핑계로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고 추론하여, 결과적으로 불공정성을 더 높게 인식했습니다(vs. 수작업 생산 제품의 가격인상).

[생산 방식 차이에 따른 불공정성 인식 차이의 심리적 메커니즘]

3. ‘가격 상승 이유의 커뮤니케이션’의 조절 효과 확인

기계 생산 제품의 불리함은 가격 상승 이유를 명시적으로 공개할 때 사라집니다. 연구진은 실험(실험 2)을 통해 가격 상승 원인을 명확하게 제시할 경우 생산 방식에 따른 불공정성 인식 차이가 완화됨을 실증했습니다. 케이크 가격 인상 이유(예: "원자재 가격 급등 때문")를 명확히 설명한 조건에서 기계 생산 조건과 수작업 생산 조건 간에 '지각된 비용 통제가능성', '이윤 추론’ 그리고 ‘불공정성 인식’의 차이가 없었습니다(반면, 설명하지 않은 조건에서는 기계 생산 제품의 부정 효과가 나타남).

실무자를 위한 Action Plan: 가격 인상, ‘공정성’의 위기를 ‘신뢰’의 기회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소비자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공정성을 설득하기 위한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1. 가격 인상은 숨기지 말고 설명하라.

가격 인상을 발표할 때, 단순히 변경된 가격만 알리는 것은 최악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가격을 올리는 이유를 숨기면 소비자는 “탐욕”으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다면 소비자들의 수용 가능성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명확한 ‘가격 인상 사유 커뮤니케이션’ 은 불공정성 인식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Action Item:

원자재 가격, 국제 물류비, 인건비 상승률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조정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가격 상승 원인을 명시적으로 전달하십시오. 이는 소비자의 부정적 추론을 차단하고 '불가피한 인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2. 생산 방식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초점을 다르게 하라.

제품의 생산 방식은 가격 인상 전략의 중요한 변수입니다. 제품 생산 방식에 따라 가격을 인상할 때 차별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Action Item:

수공예 제품: 장인의 노력, 희소성, 제작 과정의 어려움 등 '인간적인' 가치를 강조하여 가격 인상의 정당성을 확보하십시오.

기계 생산 제품: 효율성이나 기술력을 강조하기보다, 투명한 원가 구조와 외부 비용 상승 요인을 강조하여 '과도한 이익 추구'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결론: 가격 인상의 성패는 ‘투명한 소통’에 달려있다.

소비자는 가격을 볼 때 단순히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기업의 '의도'와 '공정성'을 판단합니다. 특히, 기계로 대량 생산되는 제품의 가격이 오를 때, 소비자들은 "기업이 비용을 쉽게 통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위해 가격을 올린다"고 추론하며 더 큰 배신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기업의 노력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합니다.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투명하게 설명한다면, 소비자는 기계 생산 제품의 가격 인상 또한 기꺼이 수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열쇠는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주는 투명한 소통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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