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는 어떻게 힙해졌을까 : 리포지셔닝의 비밀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올드한 취미였던 뜨개가 이제는 MZ세대에 주목받는 힙한 취미가 되었습니다.
‘뜨개질’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시나요? 아직도 호호백발의 할머니가 흔들의자에 앉아 할 것 같은 올드한(a.k.a.전통있는)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취미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놓치고 있는 걸지도요. 올드한 취미였던 뜨개가 이제는 MZ세대에 주목받는 힙한 취미가 되었습니다.
출처 = @39saku_chan | 인스타그램
르세라핌의 사쿠라도 예능에 나와서 틈만 나면 모자나 소품을 만들며 뜨개에 중독된 모습을 보여 화제를 모았는데요. 급기야 자신이 뜬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서고, 팬들을 위한 뜨개 패키지까지 출시했죠.
출처 = @CGV_MOVIE_KR | X
뜨개의 유행은 ‘광수’ 밈에서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내 목도리는 1광수야.”
“지금 0.2광수인데, 이거 언제 다 뜨지?”
여기에 나오는 ‘광수’는 여러분이 다 아는 그 배우 이광수가 맞습니다. 190cm의 목도리 길이를 이광수의 키에 비교하면서 생긴 용어죠.
광수밈의 원조가 된 한 뜨개인의 댓글 / 출처 = @banul.official | 유튜브
특정 취미 집단의 은어가 밈이 되어 확산되고, 관련 브랜드에서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하나의 단위로 정착했다는 건 그만큼 뜨개라는 취미가 대중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출처 = www.frombritainwithlove.com
사실 뜨개는 Z세대가 열광할 모든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일단 코로나 시기에 부각된 대표적인 실내 취미 중 하나였고, 슬라임이나 ASMR 같은 감각적 즐거움, SNS에 공유하기 좋은 비주얼과 자기표현 욕구 충족까지 모두 갖추고 있죠.
하지만 이들에게는 “올드한 취미” “너무 어렵다” 등의 치명적인 진입 장벽이 있었습니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뜨개 브랜드들은 이 장벽의 파도를 넘기 위해 부지런히 노를 저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이 오래된 취미를 리포지셔닝했는지 살펴볼까요?
1️⃣ 촌스럽다 ➡️ 힙하다: 고객의 취향을 맞춰라
먼저, 뜨개를 처음 접할 때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올드하고 촌스럽다’는 선입견입니다. 이를 타파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바늘이야기’입니다.
바늘이야기는 1998년에 시작된 손뜨개 전문 브랜드입니다. 전통은 있었지만 트렌디함과는 거리가 있었죠. 이때 마케팅 담당이던 ‘김대리’가 젊은 감각을 더한 도안을 기획하고 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출처 = @daerikimb 인스타그램
김대리는 뜨개옷을 올드하게 만들던 꽃무늬나 레이스를 과감하게 없애고, 기성품과 비슷할 정도로 심플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내세웠습니다. 한 사람의 '젊은 뜨개인'으로서 타겟 고객의 취향을 이해하고 같은 눈높이에서 접근하는, 대단히 효과적인 전략이었죠.
여기에 직장인으로서의 뜨개 라이프를 담은 브이로그와 초보를 위한 친절한 영상 강의를 올리며, ‘기법 알려주는 선생님’, ‘제품 소개하는 모델’보다는 ‘친근하고 취향 좋은 언니’로 다가갔습니다. 이러한 페르소나 전략은 젊은 고객들에게 신뢰성과 공감을 얻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2️⃣뭘 사야해? ➡️ 이것만 사면 돼: 패키지 기획
그다음 뜨개의 진입 장벽은 ‘뭘 사야하는지 모르겠다’입니다. 사쿠라랑 김대리를 보고 ‘나도 한번 시작해 볼까?’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
뜨개 편물(특히 의류의 경우)은 실의 특성에 따라 특징이 크게 변하고, 도안마다 필요한 소모량도 다르며, 여기에 색깔까지 고려하다 보면… 밤새 고민해도 모자랍니다. 재료를 고르는 데에만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다 보니, 시작 직전에 큰 과부하가 걸려 포기하기 쉽죠.
출처 = 솜솜뜨개 |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그래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싶은 브랜드들은 이 ‘페인 포인트’를 겨냥해, 특정 도안과 연계한 패키지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소마코 스웨터 패키지”라고 하면 해당 스웨터를 뜨기에 적합한 실을, 예상 소요량만큼 판매하는 거죠. 복잡한 고민을 브랜드가 대신해주고, 소비자는 ‘뜨는 재미’만 느끼면 되게끔 설계한 것입니다.
3️⃣혼자 하니 힘들어 ➡️ 멀리서도 함께 즐기자 : 디지털과의 만남
뜨개 자체에는 사교성이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내향형 인간들에게 정말 찰떡인 취미죠. 하지만 아무리 고독한 취미라도, 혼자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한계가 너무 크기 때문에 뜨개계에서는 유구하게 커뮤니티가 발달해왔습니다.
뜨개 브이로그들은 실이나 도안 정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참고자료들 / 출처 = @hiyojeong | 유튜브
기존 세대에서는 동네 수예방이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SNS와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특히 텍스트로는 알기 어려운 뜨개 정보가 영상 콘텐츠를 통해 훨씬 쉽고 빠르게 퍼지면서 확장에 기여했습니다.
출처 = 도아니티
최근에는 쇼핑까지 할 수 있는 뜨개 전용 플랫폼 ‘도아니티’가 런칭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모르는 걸 물어보고, 도안이나 실을 추천받고 바로 구매까지 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역시 흩어져 있던 정보를 모아 고객들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해 준 사례입니다.
뜨개의 유행은 단순한 레트로 트렌드의 우연한 부산물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다양한 브랜드와 작가, 인플루언서들이 Z세대를 맞이하기 위해 그들의 심리와 니즈를 분석하고 핵심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는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출처 = @39saku_chan | 인스타그램
이러한 전략들이 ‘낡은 것’이라는 인식을 뒤엎고 업계의 성장으로 이어져, 다시 한번 ‘전통’이 가장 ‘힙한 것’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뜨개는 더이상 촌스럽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니 다들 한번, 츄라이츄라이.
오늘의 소마코 콕 📌
✔️ 올드한 취미로 여겨지던 뜨개질은 이제 MZ 세대의 힙한 취미로 자리 잡았습니다.
✔️ ‘바늘이야기’ 등 브랜드는 친근한 페르소나 마케팅과 MZ세대의 눈높이와 그들의 페인 포인트를 저격한 패키지 구성으로 낡고 어렵다는 진입 장벽을 허물었습니다.
✔️ 나아가 SNS의 발달과 디지털 커뮤니티 플랫폼의 등장은 고독한 취미를 ‘함께 즐기는 문화’로 확장시키며 업계의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반짝이는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