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이젠 바이러스도 만든다고?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AI, 이제는 바이러스도 만든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세계적 위협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AI 연구자들이 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세균 사냥꾼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를 설계한 과정을 알아보세요!
[2025년 9월 23일 먀 AI 뉴스레터로 발행한 글입니다.]
항생제는 왜, 증상이 나아져도 반드시 끝까지 먹어야 할까요?💊
바로,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항생제 덕분에 우리는 손쉽게 다양한 세균 감염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균들이 진화를 거듭해 이제는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2050년경에는 매년 천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수십 년간 새로운 항생제를 거의 발견하지 못해, 치료 수단이 고갈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이 난관을 헤쳐나가고자, 미국 스탠퍼드 대학 AI 연구자들이 뭉쳤습니다. 해답은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에 있다고 하는데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테리오파지는 한 놈만 파지
박테리오파지(이하 '파지' 혼용)는 오직 특정 박테리아만을 표적으로 삼는 바이러스입니다. 수많은 종류가 존재하지만, 각 파지는 스스로 타깃으로 삼은 세균만 공격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에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고, 딱 목표로 정한 세균만 찾아가 파괴하기 때문에 '정밀 유도 미사일'에 비유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특성 덕분에 박테리오파지는 오래전부터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특효약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실제로 100년도 더 전부터 과학자들은 파지를 이용해 세균성 질병을 고치려는 연구를 해왔지요. 하지만 '박테리오파지'라는 이름이 이토록 생소한 이유는 왜일까요? 🤔
앞서 말했듯 파지는 특정 세균만 골라 파괴하고 다른 세포에는 해를 끼치지 않으므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정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에서 알맞은 파지를 수집하고 배양하는 일은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작업입니다. 필요한 파지를 하나 찾으려면 수많은 후보 바이러스를 일일이 실험해봐야 하지요. 때문에 파지 요법은 주류 의학에서는 널리 쓰이지 못했는데요. 과학자들이 다시 박테리오파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대신 쓸 새로운 무기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
라는 발상에서 시작한 연구진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박테리오파지를 설계했습니다. 자연 대신 컴퓨터 속에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냈지요.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바이러스 생성형 AI?
연구진은 먼저 AI가 유전체(Genome)의 언어를 배우도록 훈련시켰습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AI 모델 Evo 1과 2는 수백만 개가 넘는 유전체를 학습하여 생명의 언어 패턴을 익혔는데요. 수많은 생물의 DNA 데이터를 읽으며 '어떤 염기서열이 있어야 생물이 제대로 기능하는가?'를 학습했습니다.
이렇게 훈련된 AI에게 연구팀은 하나의 특별한 과제를 내렸습니다. 바로 <새로운 바이러스의 설계도 쓰기✍🏼>입니다. 연구자들은 역사적으로 잘 연구된 작은 파지인 ΦX174 바이러스의 일부 DNA 서열을 AI에 제시하고, 이어서 나머지 유전체를 써보라고 요청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연구자들은 왜 하필 ΦX174 바이러스를 골랐을까요?
유전체가 아주 작고 단순하다
사람의 DNA는 30억 염기쌍 이상인 데 비해, ΦX174의 DNA는 약 5,400 염기쌍밖에 안 된다. 따라서 AI가 전체 유전체를 써내려가기에 부담이 적다.
역사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파지다
ΦX174는 1977년 세계 최초로 DNA 전체 서열이 해독된 바이러스로, 구조와 유전자 기능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AI가 만든 새 설계도를 검증할 비교 기준으로 쓰기 딱 좋다.실험용 숙주가 단순하다
ΦX174는 대장균 C를 숙주로 쓰는데, 이는 실험실에서 다루기 쉬운 균주다. 합성한 DNA가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지' 시험하기 편리하다.
합성 성공 사례가 있다
ΦX174는 2003년에 합성 게놈으로 완전히 조립된 최초의 바이러스다. 즉, 이론에 기반한 구성에서 시작해 살아있는 파지 조립까지 가는 과정이 이미 검증된 셈이라, 새롭게 AI를 얹어서 실험하기에 비교적 안전하다.
연구진은 AI가 ΦX174의 스타일을 참고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 DNA 서열을 써내도록 유도했습니다. 또한 AI가 만들어낸 서열들이 실제로 표적 세균인 대장균을 잘 감염시킬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추가 프로그램도 활용하여, 현실에서 기능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을 추렸지요. 그 결과, 컴퓨터 안에서는 302개의 가상 바이러스 유전체 설계도가 탄생했습니다! 🧬
연구진은 302개의 AI 설계도 중 285개를 실제 DNA로 합성 및 조립에 성공해, 이를 대장균 세포에 넣어 보았습니다. 실험실에서 합성된 바이러스들이 과연 제 기능을 하는지 검사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이후 각 설계된 바이러스가 대장균을 감염시킨 후 증식해, 결과적으로 세균을 죽이는지 확인했습니다. 놀랍게도, 완전히 AI가 써준 유전체에서 탄생한 바이러스들 중 16개가 실제 기능하는 박테리오파지로 확인되었습니다! 🎯
결과를 정리해보자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16개의 신생 바이러스들은 모두 목표 세균인 대장균을 감염시켜 늘어날 수 있는 살아있는 바이러스였습니다. 이는 세계 최초로 AI가 설계한 완전한 바이러스가 실험을 통해 검증된 사례입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얻은 새로운 파지들이 얼마나 쓸모 있는지, 추가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새로운 기능성 바이러스 탄생
AI가 만들어낸 바이러스가 실제로 대장균을 감염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일부 바이러스는 원래 모델이 된 자연 바이러스 ΦX174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감염 능력을 보였습니다.새로운 유전체 발견
AI로 찾아낸 바이러스들의 유전자와 단백질 서열을 살펴보니, 지금까지 알려진 자연계 파지들과 상당히 다른 부분이 포착되었습니다. AI가 기존 바이러스들을 단순 모방한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에 없는 유전자를 조합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살상 능력 향상
몇몇 AI 바이러스는 세균을 죽이는 속도 면에서 ΦX174보다 더 빠른 모습을 보였는데요. 실험에서 대장균을 감염시켜 세포를 터뜨리는 속도나, 한정된 세균 자원에서 번식 경쟁을 했을 때 ΦX174을 능가하는 결과도 확인되었습니다. 즉, AI가 만든 바이러스가 자연 바이러스보다도 강력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내성 극복
AI 파지 '칵테일🍹', 즉 여러 파지를 조합해 활용하면 세균의 내성까지 깨뜨릴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ΦX174에 내성을 지닌 대장균을 준비한 뒤, [ΦX174 단독]과 [ΦX174+AI 파지 칵테일]을 각각 시험했는데요. ΦX174 하나만 썼을 때는 내성 균주가 끝까지 버텼지만, 칵테일을 사용했을 때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내성균 종류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어떤 균주는 단 1번 배양 만에, 또 다른 균주는 2번 혹은 5번 배양 뒤에 내성이 무너졌습니다!
이번 연구는 AI가 만든 DNA 설계도가 실제 생명체로 구현되어 제 기능을 다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자연에서 얻은 바이러스에 뒤지지 않거나 오히려 앞서는 경우도 나왔지요. 하지만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든다고 걱정하지는 마세요! 이번 연구는 안전한 실험실에서만, 엄격한 규제 아래 진행됐습니다.
무엇이든 만드는 '생성형' AI라지만, 완전히 새로운,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설계하고 실험으로 입증했다는 건 괄목할 일입니다. 이제까지는 단백질 하나나 효소 하나를 설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AI로 전체 유전체를 설계하여 기능하는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더 복잡한 미생물이나 심지어 특정 목적을 가진 세포 등을 만들어내는 쪽으로도 연구가 확장될 수 있겠지요. 언젠가, 원하는 세균을 잡을 수 있는 '특별 주문 제작 바이러스'를 요청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
📝 참고자료
- 논문 <Generative design of novel bacteriophages with genome language models>